<퍼즐 아웃 헤이리 Ⅱ> 임정의
문화에서 한 분야만을 전문적으로 찍어온 사진가들의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한국 건축사진가 1세대인 임정의(66) 씨가 문화예술지역 헤이리의 건축 사진을 찍은 ‘헤이리를 보다’전, 그리고 연극과 무용 전문 사진가로 활동하다 지난해 서른아홉 젊은 나이에 타계한 고 정형우 작가 초대전이다. 장르만의 고유한 특성과 매력을 포착하는 사진 작업 외길을 걸어온 전문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건축과 공연의 시각적 측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임정의 ‘헤이리를 보다’
건축사진, 3차원을 2차원으로 다시 뽑아내는 매력 임정의 작가는 1970년대 고 김수근 건축가와 인연을 맺어 당시 국내에 전무했던 건축 사진에 입문한 이래 40년 넘게 한국 건축을 찍어온 국내 대표적 건축사진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진들을 모자이크처럼 조합해 사진을 만드는 기법으로 찍은 헤이리의 주요 건축물 사진을 선보인다. 일반 건축사진과 달리 회화적으로 재창조한 것으로, 작품 하나 속에 수천장의 사진을 모았다. 임 작가는 “사진으로 건축을 표현한다는 것은 입체적인 건축물을 작가가 재해석해 평면으로 다시 표현하는, 재창조하는 작업”이라고 설명하고, “흔히 건축사진은 건물을 설명하는 해설에 그치기 쉽지만 사진가의 생각을 담아내는 독립적인 언어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임씨의 작품과 함께 후배·제자 작가들인 석정민·황효철씨 등, 그리고 건축가 우경국씨의 사진도 함께 전시한다. 12일부터 7월7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갤러리 모아. (031)949-3272.
고 정형우 작가 초대전
가슴으로 느낀 감동으로 셔터를 누르다 연극평론가 구히서씨는 그를 “순간과 영원을 함께 산 소년”이라고 했고, 연출가 양정웅씨는 “존재하지 않는 사진작가”라고 불렀다. 삶과 예술 사이에서 고민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고 정형우는 괴팍스런 연극인들이 유일하게 인정하는 사진작가였다. 작품 의뢰를 받으면 대본을 구해서 읽고 연습 과정을 면밀히 살피는 것을 작업 준비의 첫 단계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이번 추모전은 경기도 양평의 ‘와 갤러리’(031-771-5454)와 서울 인사동 물파갤러리(02-739-1997)에서 열린다. 와 갤러리에서는 22일까지 ‘한국의 연극배우’라는 제목으로 백성희, 윤소정, 강부자, 예수정, 박정자, 윤석화 등 여배우 10명과 장민호, 이호재, 장두이, 정동환, 김갑수 등 남자 배우 10명의 사진을 선보인다. 물파갤러리에선 16일부터 23일까지. 공연 장면을 담은 사진을 엮은 영상물도 함께 전시된다. 이성균 사진작가는 “그는 피사체를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도 분명한 자기 생각 안에서 셔터를 눌렀다. 그만큼 성실하고 정직했다는 뜻이다”라며 “덕분에 피사체는 더없이 자유롭고, 사진은 더없이 여유롭다”고 그를 회고했다.
정상영 구본준 기자 chung@hani.co.kr
<박정자> 정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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