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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나무마저 숨을 멈춘 ‘비무장지대의 비극’

등록 2010-06-24 18:34수정 2010-06-24 19:43

‘이상한 숲’
‘이상한 숲’
한국전쟁 60돌 특별전들
20세기 이래 전쟁은 필름의 이미지로 기억된다. 60년 전 한국전쟁 또한 폭격과 총알이 빗발치는 전투 장면, 후방 피란민들의 참상들로 뇌리에 남는다. 이제 전쟁 이미지의 본질은 갈수록 희미해져 간다. 속도전으로 변한 전쟁은 도덕적 성찰과 참상의 진실을 파묻은 무기들의 게임으로 변하고 있는 탓이다.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지금 우리에게 부족한 성찰을 채근하는 한국전쟁 특별전들이 여럿 마련됐다. 비분강개한 메시지 대신, 실체로 남아 있는 전쟁·분단의 현장과 60년 전 전란의 생채기를 추체험할 수 있는 풍성한 사료들이 나왔다.

이상엽 사진전 ‘이상한 숲’
처연한 자연의 이미지 담아

주명덕·강운구·구본창 작업
무기류 찍어 전쟁·분단 조망

휴전선 비무장지대 숲의 기묘한 아름다움을 포착한 다큐사진가 이상엽씨의 사진들을 주목할 만하다. 서울 통의동의 사진 전시공간 류가헌에 차려진 그의 개인전 ‘이상한 숲’(7월4일까지, 02-720-2010· 맨 위 사진)에는 작가가 지난해 내내 철원 등의 비무장 지대 남방·북방 한계선 안의 숲을 망원렌즈로 당겨 찍은 작품들이 나온다. 수시로 남북 군인들이 불길을 놓아 나무들이 울창하게 자라지 못하며, 덤불들조차 외따로 서 있는 이 숲은 초현실적이고 처연하다. 생생한 자연 어딘가에 비쭉 솟은 남, 북 군인들의 초소 탑이 이 사진의 비극적 미감을 더해준다.

인근 대림미술관이 25일 개막하는 ‘경계에서’(8월20일까지, 02-720-0667)는 주명덕, 강운구, 구본창 등 국내 대표 사진작가 10명이 휴전선, 한국전쟁 주요 전적지 등을 돌면서 그곳의 자연과 사람들 모습을 자신들의 감성 앵글로 찍어낸 프로젝트 사진 작업 모음이다.


나무마저 숨을 멈춘 ‘비무장지대의 비극’
나무마저 숨을 멈춘 ‘비무장지대의 비극’
전시는 낙동강 전선 격전지 다부동 일대 자연을 찍은 주명덕씨와 휴전선 248㎞의 풍경을 잔잔한 다큐적 시선으로 훑어내려간 강운구씨 등 원로작가들의 흑백 사진으로 시작한다. 당시 국군 장병 소지품과 무기류들의 실체적 이미지들을 부각시킨 구본창(사진 위), 전방 산악지대의 수영장에 수영복 입은 미스코리아 후보들의 이미지를 합성해 색다른 해체적 이미지를 만든 난다의 디지털 사진 등 분단과 전쟁을 조망하는 사진작가들의 10인10색 시각들을 보여준다.

경기도 고양 아람누리 아람미술관은 특별기획전 ‘고향을 떠나야 했던 화가들’(25일~9월26일, 1577-7766)을 통해 한국전쟁 전후 활동했던 이중섭, 박수근, 이수억 등 근현대 월북·월남 작가들 작품과 전쟁 당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을 전시한다. 서울 관훈동 토포하우스는 탈북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기억과 미래 소망을 담은 사진, 영상, 설치, 공연 등을 보여주는 특별전 ‘기나긴 여정 - 4개의 기억’(28일까지, 02-734-7555)을 마련한다.


국립민속박물관의 특별전 ‘굳세어라 금순아!’(8월23일까지, 02-3704-3152)에는 임시수도 부산에서 유행했던 가두 사진 암실(궤짝 사진관)이 재현됐다. 시민증·병적증명서 등 대여섯 가지의 증명서가 없으면 간첩으로 몰렸던 당시 시대 상황을 반영한 전시물이다. 군인과 학도병, 기자, 외국인, 일반인 등의 당시 개인 소장품 등도 출품된다. 국내외 종군기자의 전쟁 사진, 사학자 김성칠의 한국 전쟁 일기 원본 등을 공개하는 경기도박물관의 ‘비망록 1950’전(8월15일까지 임진각, 031-231-7261)과 서울 청계천문화관의 ‘보이지 않는 전쟁, 삐라’전(8월22일까지, 02-2286-3410)도 눈여겨볼 만하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순간의 역사, 역사의 순간-퓰리처상 사진전’(8월29일까지, 02-2000-6293)에서는 무너진 평양 대동강 철교를 건너는 피란민 모습을 담은, 맥스 데스포의 저 유명한 1951년 수상작 원본을 볼 수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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