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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키스 자렛 트리오, 그들이 곧 재즈다

등록 2010-07-01 21:25수정 2010-10-02 18:04

키스 재럿 트리오
키스 재럿 트리오
키스 재럿 트리오 10월 한국 공연
“사상 최고의 트리오” 평단 극찬
음반 대부분 ‘결정적 버전’ 반열

직관 따른 연주에 곡명까지 미정
박자·화성 따지면 ‘참맛’ 못느껴

재즈계의 세계적인 거장 키스 재럿 트리오가 오는 10월6일 저녁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1983년부터 공식적인 트리오로 호흡을 맞춰온 키스 재럿(피아노·65), 게리 피콕(베이스·75), 잭 디조넷(드럼·68) 편성 그대로 서는 역사적 무대인 터라, 재즈 팬들의 가슴은 벌써부터 뛰고 있다.

키스 재럿 트리오는 일본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하고 라이브 음반까지 냈으나 웬일인지 이웃나라인 한국에는 들르지 않았다. 말하자면 한국을 찾지 않은, 거의 마지막 남은 재즈 거장급의 공연인 셈이다.

키스 재럿은 두말할 나위 없는 피아노의 명인. 20세기 말 피아노 음악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몇 안 되는 연주자 가운데 하나다. 세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일곱살 때부터 클래식 음악 공부를 한 그는 60년대 초 재즈로 전향했다. 드러머 아트 블레이키, 색소포니스트 찰스 로이드 등의 밴드에 발탁되면서 연주자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60년대 말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 록 밴드에 합류하며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피아노 독주, 피아노 트리오, 색소폰 콰르텟 등 다채로운 편성으로 재즈는 물론 여러 클래식 작품까지 아우르며 왕성한 연주 활동을 벌여왔다.

게리 피콕은 50년대까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 베이스로 전향했다. 모던과 포스트모던, 프리재즈의 넓은 자장 안에서 재즈 베이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현대 재즈의 큰 스승’으로 불린다. 어릴 적 피아노를 친 잭 디조넷은 타악기인 드럼을 마치 피아노 치듯 연주해 새로운 차원의 음정과 음색 체계를 표현한 명인으로 일컬어진다.

이들의 인연은 60년대부터 시작됐다. 키스 재럿과 잭 디조넷은 66~68년 찰스 로이드 콰르텟 일원으로 활동하며 음악적 교감을 나눴다. 77년 게리 피콕의 데뷔작 <테일스 오브 어너더>에 키스 재럿과 잭 디조넷이 참여하면서 셋의 첫 협연이 이뤄졌다. 그때의 호흡을 잊지 못한 키스 재럿은 83년 둘을 초청해 트리오로 녹음을 했고, 이 결과물은 84~85년 <체인지스> <스탠더즈 볼륨 1> <스탠더즈 볼륨 2> 석 장의 앨범으로 잇따라 발표됐다. 평단은 “재즈사에서 가장 위대한 피아노 트리오”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재즈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앨범’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다져왔다.

이들의 가장 큰 미학은 정체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데 있다. 언뜻 서로 충돌하는 표현 같지만, 이런 모순과 역설의 미학이야말로 키스 재럿 트리오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이다.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이들의 연주는 어느 한 부분만 마주해도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챌 만큼 강렬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지녔다”며 “동시에 상투적으로 흘려보내거나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인상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매번 참신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자취에서 주목할 또 하나는 창작곡이 아닌 스탠더드 곡을 주로 다뤄왔다는 점이다. 김현준 비평가는 “이는 분명 현대 재즈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지만, 특유의 ‘정체하지 않는 스타일’ 덕에 이들의 스탠더드 곡 녹음은 대부분 ‘결정적 버전’으로 남게 됐다”며 “‘어떤 소재를 다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악이란, 연주자가 그 소재에 무엇을 불어넣는가에 대한 것이다’라는 키스 재럿의 명언이 이들의 연주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시해준다”고 설명했다. 키스 재럿 트리오는 공연에서 어느 곡을 연주할지 미리 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로의 특성과 강점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세 거장이 직관에 따라 이성과 감성의 조합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김현준 비평가는 “혹시라도 이들의 연주를 들을 때 어설프게 박자를 세고 화성의 조합을 캐내는 데 집중한다면 무대 위에서 번뜩이며 스쳐 지나가는 직관의 흐름을 놓칠 공산이 크다”며 “그걸 놓치면 모든 걸 놓치는 셈”이라고 조언했다. 공연 티켓은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02)399-1114~6.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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