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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뮤지컬 ‘빨래’…공연 1000회 돌파

등록 2010-08-04 19:31수정 2010-08-05 17:09

뮤지컬 ‘빨래’ 연출가 추민주
힘은 바로 내 이야기라는 것
작지만 강한 창작뮤지컬 <빨래>가 지난달 25일 소리 소문 없이 1000회를 돌파했다. 화려한 외국 오리지널 공연과 대형 뮤지컬들 속에서 소시민들의 삶을 다룬 이 작은 뮤지컬이 버텨온 힘은 무엇일까?

“이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믿는 힘이랄까요. 휠체어 타는 장애인 지혜씨가 학전그린 공연장에서 <빨래>를 보고 저에게 전화를 하셨어요. 무대에 널린 기저귀를 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빨래>에 녹아 있는 것을 보고 놀라웠다는 겁니다. 배우들도 관객도 <빨래> 안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서울 대학로 학전그린 소극장에서 1000회 공연을 마친 작가이자 연출가 추민주(35)씨는 “자신의 이야기가 그 속에 있다고 말해주는 관객을 만나는 것은 참 고맙고 반가운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처음 <빨래>를 만들고 공연할 때는 저의 힘이 컸는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작품 자체에 생명력을 지니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빨래>는 서울 변두리 하늘 아래 달동네의 허름한 다세대 주택을 배경으로 몽골 이주 노동자 솔롱고와 강릉에서 상경해 서점에서 일하는 서나영의 사랑 이야기가 큰 줄기이다. 장애인, 부당해고 노동자 등 저마다 사연과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웃의 모습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면서 빨래의 찌든 때를 씻어내듯 희망의 노래로 풀어낸다.

2005년 국립극장 별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 작품은 그해 제11회 한국뮤지컬 대상 최우수작품 후보에 올라 작사·극본상을 수상했다. 2008년에는 외신기자상을, 올해 제4회 뮤지컬 어워즈에서는 극본·작사 상과 작곡상을 받았다. 그동안 17만명이 관람했으며 장기 공연임에도 평균 객석 점유율 90%를 기록하고 있다.

“1000회 공연을 앞둔 아침에 편지를 썼어요. 이게 얼마나 고마운지 제가 잠깐 잊고 있었던 것 같았어요. 초연 당시엔 제 능력도 제 그릇도 작았는데 주위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요. 일을 하면서 미안한 일이 많았던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정말 미안했고 행복했다는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요. 또 10번, 20번, 70번 넘게 이 공연을 보아주신 관객들에게도 참 고맙다고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공연 끝나고 그 자리에서 그 편지를 읽었어요.”

<빨래>는 초연 때부터 제작비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로맨틱 코미디물이 판치던 그 당시 외국인 이주 노동자, 장애인, 부당해고 문제 등을 극장에서 보고 듣는다는 것이 아주 불편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에 투자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와 명랑씨어터 수박 단원들이 돈을 꾸어 오거나 가진 돈을 털어야 했다.

추민주씨는 “자취방 주인집 아저씨가 저의 사정을 들으시고 사글세 보증금 2백만원을 선뜻 빼주시며 격려해주시던 일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학로에 처음 진출했던 2006년에는 관객이 줄어들어 2년 동안 공연을 쉬어야 했던 아픔도 맛보았다.

“2006년 상명아트홀에서 여섯 달을 다 채우지 못하고 석 달 만에 접어야 했어요. 그때 내용을 조금 바꾸어 보라는 요구도 있었어요. 하지만 공연을 계속 이어가기보다는 작품 본래의 의도를 훼손시키지 말고 우리가 주체적으로 올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자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를 가장 잘 살리기 위해 노력하자고 결심했어요. 이때의 결정이 지금까지 <빨래>를 하는데 가장 기본적인 우리의 생각입니다.”

그 뒤 <빨래>는 열혈 관객이었던 거북이한의원 이헌용 원장 등의 후원으로 2008년 원더스페이스 네모극장에서 다시 공연을 이어갔다. 그와 스태프, 배우들은 계속 작품을 손보고 진화하면서 <빨래>는 <명성황후>와 <지하철 1호선> <헤드윅> <그리스> <사랑은 비를 타고> <김종욱 찾기>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등에 이어 ‘뮤지컬 1000회 클럽’에 가입했다. 그동안 임창정, 홍광호씨 등이 자청해서 솔롱고역을 맡았으며, 뮤지컬 배우들이 선호하는 창작뮤지컬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빨래가 공연을 거듭하면서 배우들과 관객들의 이야기가 덧붙여서 좋은 작품으로 성장해나가는 것 같다”면서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좀 더 관찰하고 경험해서 ‘제2의 빨래’ 같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7일부터 오픈런으로 공연되는 <빨래>에는 솔롱고 역의 성두섭 이규형 배승길씨와 서나영 역의 선영, 최보영씨, 희정엄마 역의 이승희씨 등이 출연한다. (02)928-3362.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명랑시어터 수박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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