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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아시아 리얼리즘’전 걸작들] 화폭을 지배하는 ‘대자연’의 기운

등록 2010-08-18 20:47수정 2010-08-27 15:28

<푼착 고개> 라덴 살레(1807~1880)
<푼착 고개> 라덴 살레(1807~1880)
2010.7.27-10.10 덕수궁미술관
이 그림이 정말 19세기 아시아 화가의 붓질에서 나온 것일까. 인도네시아의 근대미술사의 시조로 꼽히는 거장 라덴 살레의 유화 <푼착 고개>는 별도의 설명이 없다면 유럽 대가의 작품으로 지레짐작할 만큼 구도나 기법의 완성도가 뛰어나다.

배경은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수도 자카르타 부근의 네덜란드인 휴양지로 가는 길목의 푼착 고개다. 빽빽한 열대 활엽수들의 숲이 전면에 펼쳐지고 그 중간 사이로 활처럼 휘어진 신작로가 가로놓이면서 숲 너머의 어렴풋한 빛의 실루엣과 만나고 있다. 화폭 아래쪽 신작로 변에는 현지인들의 전통집과 주민들, 통행하는 외지인들이 보인다. 그림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압도적인 대자연의 기운이다. 무리진 덩굴과 빛살에 노출된 이파리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그려진 언덕숲의 장엄한 이미지가 화폭의 대부분을 지배한다.

라덴 살레는 벨기에 화가에게서 근대 유화를 배워 유럽에 유학했고, 유럽에서도 네덜란드 왕 빌럼 2세의 궁정화가로도 일하는 등 당대 아시아 화가 중 가장 돋보이는 국제적 이력을 쌓았다. 대자연, 사냥 장면 등을 그린 그의 그림은 극적인 풍경에 인간의 감정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유럽 낭만주의 미술의 감수성을 깔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족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이 작품에 깃들어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그림 속 인물들이 대부분 현지인들이라는 점과 자카르타로 향하는 길 너머 빛의 존재가 가려진 희망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덕수궁미술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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