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만에 새 음반으로 돌아온 크래쉬 멤버들. 왼쪽부터 정용욱(드럼), 하재용(기타), 윤두병(기타), 안흥찬(보컬·베이스).
6집 앨범 낸 ‘크래쉬’
‘교실이데아’ 참여밴드로 명성
재결합 윤두병 기타 솔로 매력 정통 스래시메탈 원숙미 더해
“능동적으로 공연장 찾아달라”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신촌의 헤비메탈 음악 바 ‘주다스 혹은 새버스’에 긴 머리의 사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국 스래시메탈(육중하고 파괴력 있는 사운드를 내세운 헤비메탈의 한 갈래)의 기둥 크래쉬가 7년 만의 신보인 6집 앨범 <더 파라곤 오브 애니멀스> 발매를 앞두고 지인들을 초청해 미리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술집 사장이 벽에 걸린 스크린에 영상을 비췄다. 1993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환경 콘서트 ‘93 내일은 늦으리’ 공연 때 크래쉬가 ‘최후의 날’을 연주하는 영상이었다. 당시 8만 관객 앞에서 무대에 올랐던 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 공일오비, 이승환, 듀스 등 당대 최고 인기 가수들. “와, 저런 곳에서 이런 음악을 했던 시절이 있단 말이지.” 누군가의 혼잣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추억에 젖어들었다. 곧이어 크래쉬 6집 수록곡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크래쉬는 추억 속 박제가 아니라 살아 꿈틀대는 생물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2003년 5집 이후 소속사와 음악적인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이대로 그저 그런 가요 밴드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이후 독립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2007년에 원년 멤버 윤두병과 재결합한 뒤 새 앨범 작업에 매진했고, 마침내 그 결과물이 나온 거죠.” 지난 23일 다시 만난 크래쉬의 리더 안흥찬(보컬·베이스)은 오랜 공백기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집(1994)과 2집(1995) 이후 음악적 견해차를 이유로 밴드를 탈퇴한 윤두병(기타)은 그동안 장사도 하고 다른 밴드에서도 활동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2집 이후 크래쉬는 음악적 변화를 모색한 반면, 저는 정통을 고집했어요. 그래서 밴드를 나왔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은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건데….” 다시 모인 크래쉬의 6집은 1·2집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정통 스래시메탈 사운드를 들려준다. 좀더 현대적인 기타 리프(반복 악절)와 블루스 특유의 끈적임이 밴 윤두병의 기타 솔로가 돋보인다. 윤두병과 하재용(기타)의 호흡과 역할 분담도 안정적이다. 전체적으로 초기의 강렬한 사운드에다 원숙미가 더해진 형국이다. 이 때문에 “1·2집 시절로 돌아갔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작정하고 초기 시절로 돌아간 건 아니라고 말한다. “원년 멤버들이 다시 모이니까 그때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게 아닐까요?”(안) “옛날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로선 진행형이에요. 7집에서도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고요.”(윤) “우리끼리는 변화 이런 거 얘기 안 해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하는 거지.”(정용욱·드럼) 록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헤비메탈의 길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그저 본능적으로 끌려서”(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정), “다른 걸 하고 싶어도 마음이 동해야 하는 거지”(윤) 등의 대답이 돌아온다. 1집부터 줄곧 곁을 떠나지 않으며 밴드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오랜 팬들이 정말로 큰 힘이 돼준다고도 했다. 한편으론 크래쉬를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교실 이데아’에 참여한 밴드나 텔레비전 광고에 쓰인 곡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정도로만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교실 이데아’ 꼬리표가 지금까지도 따라다닌다는 사실이 썩 내키진 않지만 부정할 일도 아니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하지만 ‘니가 진짜로…’ 경우는 서글퍼요. 그 곡이 처음 나왔을 땐 아무 반응도 없다가 광고에 쓰이고 나니 난리가 났거든요. 곡이 좋다면 광고 없이도 알려져야 하는 건데 말이죠. 곡이 좋건 나쁘건 광고에만 쓰이면 무조건 터지는 구조가 싫은 겁니다.”(안) 안흥찬은 사람들이 좀더 능동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듣고 정보를 검색하고 공연장도 찾고 하며 능동적으로 즐겼으면 해요.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삶인 거죠.” 그는 “무조건 공연장으로 오라”고 거듭 당부했다. 크래쉬는 다음달 말이나 10월 초에 6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새 앨범을 내고 곧바로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뜸을 들이기로 했다.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고 싶어서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다들 신곡 노랫말도 외우고 연습도 해서 와야 합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크래쉬 제공
재결합 윤두병 기타 솔로 매력 정통 스래시메탈 원숙미 더해
“능동적으로 공연장 찾아달라” 지난달 29일 저녁 서울 신촌의 헤비메탈 음악 바 ‘주다스 혹은 새버스’에 긴 머리의 사내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국 스래시메탈(육중하고 파괴력 있는 사운드를 내세운 헤비메탈의 한 갈래)의 기둥 크래쉬가 7년 만의 신보인 6집 앨범 <더 파라곤 오브 애니멀스> 발매를 앞두고 지인들을 초청해 미리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술집 사장이 벽에 걸린 스크린에 영상을 비췄다. 1993년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환경 콘서트 ‘93 내일은 늦으리’ 공연 때 크래쉬가 ‘최후의 날’을 연주하는 영상이었다. 당시 8만 관객 앞에서 무대에 올랐던 이들은 서태지와 아이들, 공일오비, 이승환, 듀스 등 당대 최고 인기 가수들. “와, 저런 곳에서 이런 음악을 했던 시절이 있단 말이지.” 누군가의 혼잣말에 다들 고개를 끄덕이며 추억에 젖어들었다. 곧이어 크래쉬 6집 수록곡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빛이 반짝였다. 크래쉬는 추억 속 박제가 아니라 살아 꿈틀대는 생물임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이다. “2003년 5집 이후 소속사와 음악적인 의견 차이가 있었어요. 이대로 그저 그런 가요 밴드로 전락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죠. 이후 독립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2007년에 원년 멤버 윤두병과 재결합한 뒤 새 앨범 작업에 매진했고, 마침내 그 결과물이 나온 거죠.” 지난 23일 다시 만난 크래쉬의 리더 안흥찬(보컬·베이스)은 오랜 공백기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1집(1994)과 2집(1995) 이후 음악적 견해차를 이유로 밴드를 탈퇴한 윤두병(기타)은 그동안 장사도 하고 다른 밴드에서도 활동하다 ‘고향’으로 돌아왔다. “2집 이후 크래쉬는 음악적 변화를 모색한 반면, 저는 정통을 고집했어요. 그래서 밴드를 나왔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아요. 음악은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건데….” 다시 모인 크래쉬의 6집은 1·2집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정통 스래시메탈 사운드를 들려준다. 좀더 현대적인 기타 리프(반복 악절)와 블루스 특유의 끈적임이 밴 윤두병의 기타 솔로가 돋보인다. 윤두병과 하재용(기타)의 호흡과 역할 분담도 안정적이다. 전체적으로 초기의 강렬한 사운드에다 원숙미가 더해진 형국이다. 이 때문에 “1·2집 시절로 돌아갔다”는 평도 나온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작정하고 초기 시절로 돌아간 건 아니라고 말한다. “원년 멤버들이 다시 모이니까 그때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오른 게 아닐까요?”(안) “옛날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로선 진행형이에요. 7집에서도 달라지는 부분이 분명 있을 거고요.”(윤) “우리끼리는 변화 이런 거 얘기 안 해요. 그냥 자연스럽게 나오는 대로 하는 거지.”(정용욱·드럼) 록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20년 가까이 헤비메탈의 길을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뭘까? “그저 본능적으로 끌려서”(안),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정), “다른 걸 하고 싶어도 마음이 동해야 하는 거지”(윤) 등의 대답이 돌아온다. 1집부터 줄곧 곁을 떠나지 않으며 밴드와 함께 나이 들어가는 오랜 팬들이 정말로 큰 힘이 돼준다고도 했다. 한편으론 크래쉬를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교실 이데아’에 참여한 밴드나 텔레비전 광고에 쓰인 곡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정도로만 기억하는 이들도 많다. “‘교실 이데아’ 꼬리표가 지금까지도 따라다닌다는 사실이 썩 내키진 않지만 부정할 일도 아니죠.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어요. 하지만 ‘니가 진짜로…’ 경우는 서글퍼요. 그 곡이 처음 나왔을 땐 아무 반응도 없다가 광고에 쓰이고 나니 난리가 났거든요. 곡이 좋다면 광고 없이도 알려져야 하는 건데 말이죠. 곡이 좋건 나쁘건 광고에만 쓰이면 무조건 터지는 구조가 싫은 겁니다.”(안) 안흥찬은 사람들이 좀더 능동적으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냈다. “좋아하는 음악을 찾아서 듣고 정보를 검색하고 공연장도 찾고 하며 능동적으로 즐겼으면 해요. 먹고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정말 좋아하는 것에 투자하지 않는다면 불행한 삶인 거죠.” 그는 “무조건 공연장으로 오라”고 거듭 당부했다. 크래쉬는 다음달 말이나 10월 초에 6집 발매 기념 공연을 할 예정이다. 예전에는 새 앨범을 내고 곧바로 공연했는데, 이번에는 뜸을 들이기로 했다. “관객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놀고 싶어서요. 그러니까 그때까지 다들 신곡 노랫말도 외우고 연습도 해서 와야 합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크래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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