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서울시향 ‘말러 대장정’의 첫 연주회인 <교향곡 2번 부활>이 끝난 뒤 지휘자 정명훈(맨 앞 오른쪽), 소프라노 이명주(맨 앞 왼쪽)씨와 메조소프라노 페트라 랑(가운데)이 관객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서울시향 말러 대장정 출발
지휘자 정명훈(57)씨와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대장정’이 시작됐다.
지난 26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교향곡 제2번 ‘부활’> 연주회는 정명훈씨가 올해 탄생 150년, 내년 서거 100년을 맞는 구스타프 말러(1860~1911)에게 바치는 애정어린 헌정이었다. 그가 말러의 10개 교향곡 가운데 <제1번 ‘거인’> 대신 굳이 <제2번 ‘부활’>을 선택한 까닭은 그가 가장 존경하는 말러의 부활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았던 것. 그는 종종 “말러를 연주하기 위해 지휘자가 됐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또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있던 2004~2005시즌에 말러 교향곡 전곡을 연주하며 유럽 음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당시 프랑스의 <르 피가로> 등은 그의 연주회를 ‘음악계의 일대사건’으로 보도했다.
정명훈, 존경·애정담은 지휘
“힘든 곡…단원들 열심히해” “2번 부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악장에서 영웅이 죽지만 4악장과 5악장을 지나면서 그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곡 한 곡 모두 인생 전체를 표현한 드라마인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2번은 현세를 넘어 내세까지 표현했습니다.” 정명훈씨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고 싶어 2번을 말러 사이클의 첫 곡으로 선택했다”면서 “2005년 재단법인이 된 이후 다시 새로운 5년을 시작하는 서울시향과도 들어맞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삶과 죽음의 장대한 주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125명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 등 네 개의 연합 합창단원 150명,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명주씨와 메조 소프라노 페트라 랑이 무대에 올랐다. 말러가 6년에 걸쳐 영웅의 죽음에서 부활로의 여정을 그린 다섯 악장이 한 시간 반 동안 거침없이 펼쳐졌고, 실황 녹음으로 담겨졌다. 특히 5악장에서 고통과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영웅의 의지가 18세기 독일의 시인 클롭슈토크의 ‘부활 찬가’에 부쳐서 숭고한 오르간 소리와 종소리와 함께 대합창으로 울려 퍼지면서 연주가 마무리되자 2500여명의 청중들은 10분 넘게 기립박수로 대장정의 감동적인 출발을 축하했다.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구스타프 말러>의 저자)씨는 “지휘자의 광대한 템포감, 시리즈 첫 공연의 부담감, 그리고 실황 녹음이라는 복잡한 변수 때문이었는지 전반 악장에서는 연주가 긴장되고 억제된 인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국내악단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말러를 들려주었다. 죽음의 묘사는 생생했고 피날레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합창단
내년말까지 전곡 연주 도전 정명훈씨도 “연주도 잘했고 레코딩도 잘 마쳐서 기쁘다. 말러 자체가 힘든 대곡이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한 것이 반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이었던 유럽 투어와 마찬가지로, ‘말러 시리즈’ 첫 공연 역시 한 단계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뜻깊은 공연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시리즈는 한국에서는 지휘자 임헌정(57)씨와 부천 필하모닉에 이어 두번째 시도이다. 1999년부터 장장 5년에 걸친 부천 필의 말러 시리즈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이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는 내년 12월까지 이어진다. 오는 10월7일 미국 오리건 심포니 음악감독을 지낸 미국 지휘자 제임스 드프리스트(74)가 서울시향을 이끌고 말러가 미완성으로 남긴 <교향곡 제10번>을 음악학자 데릭 쿡이 완성한 두 번째 버전으로 들려준다. 또 <제1번 ‘거인’>과 <제3번>이 정명훈씨의 지휘로 올해 연주되고, 2011년에는 <교향곡 제4, 5번, 6번 ‘비극적’>과 <제9번>, <제8번 ‘1000인의 교향곡’>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7번 ‘밤의 노래’> 연주는 젊은 여성 지휘자 성시연(34·서울시향 부지휘자)씨가 지휘봉을 잡는다. 정명훈씨에게 말러 시리즈에 대한 각오를 묻자 “무엇보다도 우리가 도전이 생길 때마다 잘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교향곡 ‘부활’의 연주로 앞으로 전 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게 웃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힘든 곡…단원들 열심히해” “2번 부활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1악장에서 영웅이 죽지만 4악장과 5악장을 지나면서 그가 다시 일어설 것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 곡 한 곡 모두 인생 전체를 표현한 드라마인 말러의 교향곡 중에서도 2번은 현세를 넘어 내세까지 표현했습니다.” 정명훈씨는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담고 싶어 2번을 말러 사이클의 첫 곡으로 선택했다”면서 “2005년 재단법인이 된 이후 다시 새로운 5년을 시작하는 서울시향과도 들어맞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연주회에서는 삶과 죽음의 장대한 주제를 음악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125명의 대규모 오케스트라에 국립합창단, 서울시합창단, 서울모테트합창단, 그란데오페라합창단 등 네 개의 연합 합창단원 150명,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프라노 이명주씨와 메조 소프라노 페트라 랑이 무대에 올랐다. 말러가 6년에 걸쳐 영웅의 죽음에서 부활로의 여정을 그린 다섯 악장이 한 시간 반 동안 거침없이 펼쳐졌고, 실황 녹음으로 담겨졌다. 특히 5악장에서 고통과 죽음을 극복하고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는 영웅의 의지가 18세기 독일의 시인 클롭슈토크의 ‘부활 찬가’에 부쳐서 숭고한 오르간 소리와 종소리와 함께 대합창으로 울려 퍼지면서 연주가 마무리되자 2500여명의 청중들은 10분 넘게 기립박수로 대장정의 감동적인 출발을 축하했다.
음악칼럼니스트 김문경(<구스타프 말러>의 저자)씨는 “지휘자의 광대한 템포감, 시리즈 첫 공연의 부담감, 그리고 실황 녹음이라는 복잡한 변수 때문이었는지 전반 악장에서는 연주가 긴장되고 억제된 인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국내악단의 수준을 한참 뛰어넘는 최고 수준의 말러를 들려주었다. 죽음의 묘사는 생생했고 피날레는 충분히 감동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대규모 오케스트라·합창단
내년말까지 전곡 연주 도전 정명훈씨도 “연주도 잘했고 레코딩도 잘 마쳐서 기쁘다. 말러 자체가 힘든 대곡이기 때문에 그동안 열심히 한 것이 반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공적이었던 유럽 투어와 마찬가지로, ‘말러 시리즈’ 첫 공연 역시 한 단계 높은 레벨로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다. 그런 점에서 뜻깊은 공연이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의 말러 시리즈는 한국에서는 지휘자 임헌정(57)씨와 부천 필하모닉에 이어 두번째 시도이다. 1999년부터 장장 5년에 걸친 부천 필의 말러 시리즈는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 ‘말러 신드롬’이란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서울시향의 말러 연주는 내년 12월까지 이어진다. 오는 10월7일 미국 오리건 심포니 음악감독을 지낸 미국 지휘자 제임스 드프리스트(74)가 서울시향을 이끌고 말러가 미완성으로 남긴 <교향곡 제10번>을 음악학자 데릭 쿡이 완성한 두 번째 버전으로 들려준다. 또 <제1번 ‘거인’>과 <제3번>이 정명훈씨의 지휘로 올해 연주되고, 2011년에는 <교향곡 제4, 5번, 6번 ‘비극적’>과 <제9번>, <제8번 ‘1000인의 교향곡’>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7번 ‘밤의 노래’> 연주는 젊은 여성 지휘자 성시연(34·서울시향 부지휘자)씨가 지휘봉을 잡는다. 정명훈씨에게 말러 시리즈에 대한 각오를 묻자 “무엇보다도 우리가 도전이 생길 때마다 잘 넘어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생각한다. 교향곡 ‘부활’의 연주로 앞으로 전 시리즈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게 웃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서울시립교향악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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