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아랍의 현대 연극을 소개합니다

등록 2010-08-31 22:32

〈왕은 왕이다〉 출연배우들이 30일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최용훈 연출가(맨 오른쪽)의 지시로 연기를 연습하고 있다. 서울시극단 제공
〈왕은 왕이다〉 출연배우들이 30일 서울시극단 연습실에서 최용훈 연출가(맨 오른쪽)의 지시로 연기를 연습하고 있다. 서울시극단 제공
‘왕은 왕이다’ 3~19일 공연
아랍의 현대극이 처음으로 국내 연극무대에 오른다.

세종문화회관 산하의 서울시극단(단장 김석만)은 시리아 출신의 언론인이자 아랍 현대연극계의 대표작가인 사아달라 완누스(1941~1997)의 정치 풍자극 <왕은 왕이다>를 3일부터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엠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서울시극단이 지난해 ‘세계 현대연극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베스트 3 연극’, ‘대한민국연극대상’(작품상, 연기상)을 수상한 <다윈의 거북이>(후안 마요르가 작, 김동현 연출)에 이은 두번째 작품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아랍연극 전문가인 구미란(44)씨가 번역·각색하고, 대학로 중견 연출가 최용훈(47·극단 작은신화 대표)씨가 연출을 맡았다.

이 연극은 브레히트 서사극에 깊은 영향을 받은 완누스가 세헤라자데의 ‘천일 야화’로 유명한 아라비안나이트의 152일째 밤의 이야기 ‘잠든 자와 깨어있는 자’에서 기본 줄거리를 빌려와 역할놀이와 서사극으로 버무려 1977년 발표한 작품이다.

본디 아라비안나이트에서는 하룬 알 라쉬드 왕과 그의 재상 자으파르가 몰래 시장으로 야행을 나가서 스스로 왕이라고 믿는 아부 알-하산을 골탕먹이려고 약을 먹여 왕궁에 데려다 놓았지만 왕 노릇에 적응하지 못하고 혼란을 겪자 다시 약을 먹여 원래 자리에 데려다 놓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지만 완누스는 이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을 뒤집은 뒤 우화와 풍자의 색깔을 더했다.

연극에서는 무스타파 왕과 마흐무드 재상이 가난한 술주정뱅이 상인 아부 잇자에게 약을 먹여 궁궐로 데려왔으나 잠에서 깬 그가 예상과 달리 곧바로 왕의 위엄을 갖추고 신하들을 호령하기 시작한다. 신하들과 심지어 왕비까지 아부 잇자가 가짜 왕임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심지어 마흐무드 재상조차도 아부 잇자의 모습이 진정한 왕의 모습이라면서 그를 따른다. 그제야 다급해진 무스타파 왕은 자신이 진짜 왕이라고 주장하지만 아무도 믿지 않고 결국 미쳐서 감옥에 갇히고, 아무 잇자는 철권통치를 휘두른다.

이 작품은 “나에게 왕관과 가운을 주시오. 당신을 왕으로 만들어 드리리다”라는 극중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권력이란 사람이 아닌 왕관에서 나온다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다시 말해 왕이 아닌 왕관을 쓴 자가 권력을 가지며, 권력의 논리가 지배하는 곳에서 정의와 공정함이 자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냉철하게 비판한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아랍의 전통문화 유산(천일야화)과 유럽의 유산(정치연극)을 조화시킨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김석만 단장(59·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은 “작가 완누스가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치른 전쟁에서 아랍권이 크게 패한 것을 계기로 아랍 민족의 결집과 민중의 교화를 꾀하려고 쓴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 당시 유럽 연극을 공부하려고 프랑스에 유학하던 완누스는 유럽 연극의 사조였던 브레히트의 정치적인 연극을 연구하고 아랍 민중을 계몽하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완누스는 그의 첫 정치 연극 <6월 5일을 위한 야회>(1968)를 비롯해 <코끼리, 영원의 왕이여>(1969), <노예 자비르가 고안한 모험>(1970), <왕은 왕이다>(1977), <한쌀라의 무의식에서 의식으로의 여행>(1978) 등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민중과 대화를 통해 정치 현실에 대한 해결책을 민중 스스로 찾게 하고자 노력했다.

최용훈 연출가는 “이 작품은 자신이 이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은 인간 욕망의 산물이 바로 권력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면서 “아라비안나이트에서 나온 친근한 내용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권력의 허와 실을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창직(아부 잇자), 강신구(마흐무드), 강지은(움무 잇자), 주성환(경찰서장)씨 등 서울시극단 배우들과 공개 오디션으로 선발된 김은석(우바이드), 이지수(무스타파), 성헌(마이문), 김신용(우르쿱) 한동규(망나니), 최지훈(자히드), 최나라(잇자)씨 등 대학로 배우들이 출연한다. (02)399-1114~6.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