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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 아이돌, LA를 점령하다

등록 2010-09-06 19:57수정 2010-09-07 08:23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에스엠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보아, 소녀시대 등 에스엠 소속 가수 40명이 선배 가수인 HOT의 노래 <빛>을 부르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에스엠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보아, 소녀시대 등 에스엠 소속 가수 40명이 선배 가수인 HOT의 노래 <빛>을 부르고 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제공
SM, 비아시아권 첫 라이브 월드투어
소녀시대·슈주 등 소속 가수 총출동
오빠·삼촌부대 열광 1만5천석 매진
지난 2일 오후 인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에서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에스엠의 대변인, 슈퍼주니어의 이특입니다. 어디 가서 시끄럽게 굴면 그러죠. ‘니들이 전세 냈냐?’ 맞습니다. 아예 전세기를 빌렸습니다.”

에스엠엔터테인먼트(이하 에스엠) 소속 가수 40여명과 스태프 등 250명을 태운 보잉 747기가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향해 날았다. 소속 가수들이 총출동하는 ‘에스엠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공연을 위해서다. 아시아를 벗어나는 건 처음이다.

보아가 객실에서 인사말을 했다. “작년에는 엘에이에 저 혼자 머물며 활동했는데 이번에 다함께 가게 돼서 너무 좋네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엠티 가는 기분”이라고 했다. 가장 선배인 김민종과 강타가 승무원 대신 카트를 끌고 다니며 음료 서비스를 했다. 강타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할 만한 자리”라며 건배 제의를 했다. “한국은 세계로!” 비행기 안 공기가 훈훈해졌다.

지난 4일 저녁(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 앞이 북적이기 시작했다. 스테이플스 센터는 그래미 시상식을 비롯해 비욘세, 어셔, 레이디가가 등 최정상급 스타들이 공연을 펼친 1만5천석 규모의 대형 공연장이다. 에스엠 쪽은 “표를 오픈한 지 일주일 만에 매진됐다”며 “한인이 아닌 예매자들이 70%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예측을 뒷받침하듯 스테이플스 센터 앞에 모인 사람들의 피부색은 다양했다. 한국어·영어·스페인어·중국어·일본어 등이 고루 들려왔다. 친구들과 무리를 이뤄 슈퍼주니어의 ‘쏘리 쏘리’를 부르며 춤추던 백인 여성 루이사 휴덱(18)은 “유튜브 동영상을 보며 연습했다”며 “어릴 때부터 미국 노래를 안 듣고 한국 노래만 찾아 들었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노래도 좋고 춤도 잘 추고 얼굴도 귀여워서 좋다”고 답했다. 스페인에서 왔다는 요소피(18)는 “슈퍼주니어 이특을 좋아해서 아르바이트로 비행기 삯을 벌어 이곳까지 왔다”고 말했다. 이날 낮 미국 전역과 캐나다 등지에서 온 2천여명이 공연장 옆 엘에이 컨벤션 센터를 빌려 자발적인 팬 모임 행사를 열기도 했다.

공연에 앞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영민 에스엠 대표는 “이번에는 한 차례 공연이지만, 다음에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 미국을 돌며 투어를 하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공연이 시작되자 스테이플스 센터는 금세 커다란 함성으로 뒤덮였다.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야광봉, 풍선, 손팻말, 맞춤 티셔츠 등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소녀시대가 나오자 함성이 낮고 굵은 톤으로 바뀌었다. 곳곳에서 남자 관객들이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들었다. 슈퍼주니어와 샤이니가 나오자 이번에는 여자 관객들이 휴대폰과 카메라를 치켜들었다. 함성의 음역대가 높아졌다.


보아가 무대에 올랐다. 지난 2년간 미국 활동에 전념하다 최근 국내에 들어와 6집 앨범을 낸 그다. “엘에이로 돌아와서 기뻐요.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공연해보는 게 꿈이었는데 정말 하게 될 줄은….” 보아의 눈에 물기가 맺혔다.

“위 아 스틸 히어, 동방신기~” 기계로 변조된 음성이 흐른 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등장했다. 둘은 천장에서 내려온 와이어를 타고 30m 넘게 떠올랐다. 아래에선 검은 옷을 입은 댄서 3명이 노란 수건을 흔들고 있었다. 공중에서 중앙 무대로 이동한 둘은 팀 갈등으로 속에 맺힌 응어리를 토해내듯 열창했다.

4시간여 동안 50여곡이 이어진 대장정의 마지막을 장식한 곡은 에스엠의 1세대 아이돌그룹 에이치오티(H.O.T.)의 ‘빛’. 모든 출연자들이 무대에 올라 합창하자 관객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하나의 빛으로 녹아들었다. 공연은 끝났어도 결코 꺼지지 않을 빛이 출연자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새겨졌을 것 같다.

로스앤젤레스/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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