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
연극 ‘베리베리 임포턴트 펄슨’
함정·협박 취재의 실상 까발려
연예계 비리·특권의식도 풍자
함정·협박 취재의 실상 까발려
연예계 비리·특권의식도 풍자
최근 대학로 연극동네에 황색언론의 실상을 통렬하게 까발리는 블랙코미디 한편이 화제를 불러모으고 있다. 지난 3일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무대에 오른 연극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연출 박혜선)은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유명 연예인과 그를 함정 취재에 빠뜨리는 ‘막장 언론’의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강한철은 한국 최고의 풍자 코미디언이다. 어느 날 그에게 매직펀드 프라이빗뱅크 고객관리팀 남녀 직원이 찾아와 특별 관리하고 있는 소수의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VVIP)’을 위한 특별강연을 부탁한다. 강한철은 여직원의 유혹에 빠져 술을 마시다 취중에 엑스터시를 복용하고 성추행하려다 실패한다.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창간을 앞두고 특종을 노린 <대박 저널> 편집장 이항복과 여기자 오나래의 함정. 두 사람은 강한철에게 ‘몰래 카메라’에 담긴 마약복용, 성추행, 음주방송, 탈세 등의 증거를 들이대며 미리 각본된 인터뷰를 강요한다.
이 작품은 유명인의 성적 추문 등을 좇는 황색언론이 성과 뇌물을 미끼로 벌이는 함정 취재의 실상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더불어 우리 연예계의 비리와 정치를 이용한 선전효과, 감상적인 군중심리, 사회의 먹이사슬과 기회주의 등도 까발린다. 특히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상위 0.1퍼센트에 포함된 ‘베리 베리 임포턴트 펄슨’의 특권의식을 꼬집는다. 극중에서 강한철은 강변한다. “천만에! 법이란 건 너희 같은 피라미를 위해 있는 게 아니야. 나처럼 대중의 권력을 가진 VVIP에게 있는 거라고!”
또한 메이저 언론과 마이너 언론, 또는 정치권과의 먹이사슬, 공생관계도 들춰낸다. 오나래는 강한철의 추문이 기사화되지 못하자 메이저 언론에 팔아 연예부 기자로 스카웃된다. 또 정치권 실세이자 미디어법 개정을 노려 방송국을 구상하고 있는 ‘그분’을 위해 일을 한다.
박혜선(39·극단 전망 대표) 연출가는 “관객들에게 우리가 이런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더러운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면 양심을 지키든지, 아니면 도덕적인 잣대의 규범을 시대가 아니라 인본에 맞추든지 하는 방법론의 개선을 고민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영화 <더 로드>의 각색자로도 잘 알려진 영국의 젊은 작가 조 펜홀의 <덤쇼>가 원작. 2004년 영국 로열 코트 씨어터에서 초연되어 “타블로이드지 문화의 가치 붕괴에 대한 맹렬한 블랙 코미디 풍자극”(<데일리 텔레그라프>), “함정수사 저널리즘에 대항하는 재미있고 맹렬한 장광설”(<가디언>)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번 국내 공연은 2009년 3월 연극 <루시드 드림>의 차근호 작가와 연극 <억울한 여자>의 박혜선 연출가가 한국 상황에 맞게 번안한 뒤 1년6개월간 낭독 공연과 각색 과정을 거쳐 무대에 올렸다. 따라서 원작에 없는 한국 정치·사회·문화의 민감한 화두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재미를 더한다.
“우린 공허한 웃음 속에 살고 있는 거라구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농담도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면서 사라졌어. 4대강 사업이 시작된 이후, 병신 삽질한다는 말도 정치적인 말이 되어버렸어.”
“이런 농담은 방송에서 안 하니까. 그랬다간 나도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사찰 받을지도 몰라. 요즘엔 입조심 몸조심이 최선이라고.” “우리를 자극하는 순간의 흥밋거리와 이슈들에 현혹되어서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하지 못하고 있어요. 백년지대개를 위해 정책을 세웠던 대통령들은 대중을 현혹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대중들의 눈 밖에 났고, 사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죠.” “지금은 그냥 허울 좋은 껍데기 같아. 요즘은 미디어법이다, 블랙리스트다 해서 한참 시끄럽잖아. 다들 몸사리기에 바쁘지.” 박혜선 연출가는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인 만큼 이번 공연이 쇼 케이스가 되어서 관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대에 발 맞게 각색을 해면서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공연예술센터와 이다엔터테인먼트의 공동기획작품으로 19일까지 공연한다. 전배수, 김문식, 추현옥 출연. (02)762-001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런 농담은 방송에서 안 하니까. 그랬다간 나도 블랙리스트에 오르거나 사찰 받을지도 몰라. 요즘엔 입조심 몸조심이 최선이라고.” “우리를 자극하는 순간의 흥밋거리와 이슈들에 현혹되어서 가까운 미래조차 예측하지 못하고 있어요. 백년지대개를 위해 정책을 세웠던 대통령들은 대중을 현혹시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오히려 대중들의 눈 밖에 났고, 사후에야 그 소중함을 깨닫게 되었죠.” “지금은 그냥 허울 좋은 껍데기 같아. 요즘은 미디어법이다, 블랙리스트다 해서 한참 시끄럽잖아. 다들 몸사리기에 바쁘지.” 박혜선 연출가는 “오랫동안 준비한 작품인 만큼 이번 공연이 쇼 케이스가 되어서 관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대에 발 맞게 각색을 해면서 꾸준히 무대에 올리고 싶다”고 밝혔다. 한국공연예술센터와 이다엔터테인먼트의 공동기획작품으로 19일까지 공연한다. 전배수, 김문식, 추현옥 출연. (02)762-001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이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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