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너무너무 사랑한 곡 10년을 기다렸습니다”

등록 2010-09-07 22:52수정 2010-09-08 09:54

사라 장
사라 장
런던필과 17일 협연하는 사라 장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서울 예술의전당서 연주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제가 너무너무 사랑해서 오랫동안 기다린 곡입니다. 이 곡을 여덟 살 때 줄리아드에서 배우고 나서 거의 10년 동안 무대에서 연주를 하지 않았어요. 공부를 많이 해야 할 곡이라고 생각해서 일부러 기다렸죠. 그 곡을 한국 팬들에게 들려주게 되어 너무 기뻐요.”

지난 주말 미국 켄터키 주의 한 호텔에서 전화선을 타고 흘러나오는 바이올리니스트 사라장(29·한국명 장영주)의 목소리에는 한국 방문에 대한 설렘이 묻어났다. 전날 루이스빌 오케스트라와 멘델스존 협주곡 협연을 마쳤다는 그는 피곤한 기색이 별로 없었다. 맑고 힘찬 목소리와 높은 옥타브의 웃음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세계 무대에서 젊은 거장의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사라장이 오는 17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 무대를 꾸민다. 그는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바이올린 레퍼토리 가운데 제일 아름다운 곡을 마음이 편한 런던 필과 함께 한국에서 연주하게 돼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브람스 협주곡은 아주 드라마틱하고 패션(열정)도 많으면서 너무나 아름답기 때문에 다른 바이올린 협주곡보다 까다롭다”면서 “그 엄청난 감정의 에너지를 연주하는 내내 지적으로 잘 조절해야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 곡과 자신과의 숨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제가 브람스 협주곡을 여덟 살 때 뉴욕 필 지휘자였던 마에스트로 쿠르트 마주어(83)에게 배웠어요. 11살 때부터 그분이 지휘하시는 뉴욕 필과 해마다 연주를 했는데 그때마다 ‘브람스를 언제 하느냐?’라고 물었어요. 제가 귀찮을 정도로 ‘브람스를 하자’고 졸라대자 마에스트로가 ‘아직 어리다. 기다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러던 마주어는 5년 전쯤에 제자가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하는 것을 허락했다. 다만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배운 것은 다 잊고 완전히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라는 조건이 달렸다. 사라장은 2003년 3월이 되어서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그가 존경하는 또 다른 스승인 주빈 메타(74) 지휘로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브람스 협주곡을 협연할 수 있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그가 마주어를 졸라서 드레스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와 부르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녹음해 음반(이엠아이)까지 냈다. 마주어는 스튜디오에서 브람스 협주곡을 녹음할 때도 서주 부분을 장장 1시간30분가량 반복할 정도로 제자의 첫 음반에 신중과 신중을 거듭했다. 사라장이 마주어에게 “제가 언제 연주하느냐?”라고 묻자 스승은 “브람스 협주곡은 서주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나머지가 다 어긋난다”고 타일렀다고 한다.

이번 런던 필 내한 공연에는 상임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를 대신해 러시아 태생의 바실리 시나이스키(63)가 지휘봉을 잡는다.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지낸 그는 내년부터 볼쇼이 극장의 음악감독 및 상임지휘자로 내정되었다. 사라장과는 몇년 전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으로 여러 도시를 돌며 호흡을 맞췄다. 사라장은 “진지하고 리허설도 세부까지 아주 꼼꼼하게 작업하시는 분”이라며 “집중도가 대단히 강하고 연주자의 숨겨진 능력을 잘 이끌어내 주어서 저와 굉장히 호흡이 잘 맞는다”고 소개했다.

사라 장은 17일 공연이 끝나자마자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 심포니와 멘델스존의 협주곡을 협연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엘에이 필하모닉과 연주회를 연다. 10월에는 지휘자 함신익(53)씨가 이끄는 케이비에스교향악단과 미국 카네기홀 공연도 예정돼 있다. 그는 “1년에 100회 넘게 3년 동안 연주회가 쭉 짜여있어서 틈만 나면 자고 이메일 답장을 보내느라 좋아하는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그것을 연주하는 내 삶을 정말 좋아하고 즐긴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나이 서른이 되었으니 이제 결혼도 생각해볼 때가 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직 스물아홉 살이에요”라고 가볍게 항의하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슬슬 고민하기 시작해요”라며 깔깔 웃었다.

“결혼은 아, 몰라요. 엄마는 옛날부터 저더러 되도록 늦게 결혼하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결혼하고 가족을 이루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 같은 연주회를 줄여야 한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고요. 결혼 상대는 저는 다 되요. 정말 다 좋아요.”

살인적인 연주 일정에도 틈틈히 한국 연주회를 챙기는 그는 “한국에 갈 때마다 항상 사랑과 성원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해요. 그래서 더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싶어요”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런던필은 17일 사라장과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 외에 베버의 <오베론 서곡>과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8번>도 선보인다. 또한 하루 전날인 16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한국계의 두 젊은 거장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32)과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피 재키브(25)와의 협연으로 모차르트 <신포니아 콘체르탄테>를 포함해 베토벤 <레오노레 서곡>,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도 들려준다.

올해로 창립 77주년을 맞는 런던 필은 1932년 토마스 비참 경에 의해 창단되었으며, 아드리안 볼트, 버나드 하이팅크, 게오르그 솔티, 프란츠 뵐저 뫼스트, 쿠르트 마주어 등 세기의 거장들의 손에 조련됐다. 특히 2007년 9월부터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가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뒤로 평단으로부터 “섬세한 런던 필 사운드에 역동적인 에너지가 더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에는 1969년 9월 존 프리처드가 이끌고 첫 내한 연주회를 한 뒤로 올해 여덟 번째 한국 방문이다. 2001년 내한 때는 지휘를 맡았던 쿠르트 마주어가 첫날 공연 이후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자 둘째 날 연주회에서 일본 공연 중이던 유리 테미르카노프가 긴급 투입되기도 하였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크레디아, 이엠아이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