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사람] “풍경 찍는 일, 왜 이제야 만났는지…”

등록 2010-09-13 18:46

이윤기(68)씨
이윤기(68)씨
사진 작가로 새출발한 전직 CEO 이윤기씨
삼보컴퓨터 사장 지낸 기업인
근작 10여점 내건 데뷔전 열어
“이야기가 담긴 작업 하고싶어”

왕년 국내 컴퓨터 산업을 주름잡던 전직 최고경영자(CEO)가 사진 작가로 새 인생 출발을 선언했다. 최근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첫 데뷔 전 <풍경의 가속도>를 연 이윤기(68·사진)씨다. 1970~80년대 국산 컴퓨터 개발의 주역이었던 그는 이제 백발 성성한 은퇴 기업인이지만, 사진 앞에선 개구장이처럼 웃고 떠들며 달뜨는 신예 작가다. 전시장에는 스쳐 가는 풍경들을 포착한 근작 10여점이 내걸렸다.

“흐르는 풍경들을 나만의 주관으로 앵글에 담는다는 게 너무 좋아요. 왜 이제야 만났을까 싶어요. 일주일에 서너번씩 현장에 찍으러 나갑니다. ”

그는 1970년대초 동양전산기술을 창업했고, 80~90년대 삼보컴퓨터 사장과 엘렉스컴퓨터 회장을 지냈다. 최초의 국산 조립컴퓨터 생산, 국산 피시의 첫 국외수출 등을 주도했다. 퇴임 뒤 기업컨설팅으로 소일해온 그가 사진에 빠진 건 3년여 전부터다. 사업으로 숱한 성공과 실패를 겪었던 삶의 흔적들을 자서전처럼 사진에 남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현듯 떠올랐노라고 했다. “한때 상사로 모셨던 두산그룹 박용성 전 회장의 영향이 컸어요. ‘사보’ 등에 작품들을 실어 속깊은 사진 취미를 드러내던 모습이 멋져 보였죠. 퇴직 뒤 아무 지식 없이 일단 셔터부터 누르기 시작했어요.”

올초부터 갤러리 브레송 사진아카데미 회원들과 6개월간 함께 강의를 들으면서 사진 사랑은 더욱 깊어졌다. 워낙 여행을 좋아하는 터라 촬영감 잡기엔 별 어려움이 없었다. 젊은 수강생들과 어울리면서 감성도 훨씬 젊어졌다. 전시장의 근작 사진들은 셔터 속도를 느리게 조작한 뒤 차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하면서 포착한 도시의 거리, 숲 등의 흘러가는 풍경이다. 움직이는 풍경 이미지들이, 독특한 빛의 잔상을 여러 각도로 끌리듯 남기면서 붓질한 그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해낸다.

“경영과 촬영은 과정이 비슷해요. 크리에이티브(창조)하는 거니까요. 비즈니스가 성과를 확인하는데 수년이 걸리는 반면 사진은 순간순간 창조물이 나와 바로 감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죠. 잡념 없이 몰입할 수 있고 찍기 위해 운동하니까 건강에도 좋고….”

“사진은 노년의 삶에 활력을 주는 가장 훌륭한 취미”라고 역설한 이씨는 “이야기와 풍경이 어우러지는 ‘포토 스토리’ 작업에 매달려보고 싶다”는 소망을 털어놓았다. 물론, “굉장히 두렵긴 하지만”, 전시판도 계속 벌일 생각이라고 했다. 16일까지. (02)2269-2613.

글·사진 노형석기자 nu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