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 앨범으로 돌아온 탱고 밴드 라 벤타나 멤버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정태호(아코디언), 박영기(피아노), 정승원(드럼), 황정규(베이스), 정란(보컬).
2집 낸 누에보 탱고밴드 ‘라 벤타나’
수록곡 대부분 자작곡
세파겪은 여인의 관조
공허한 음색으로 표현
18일 공연 “그냥오세요” 탱고 하면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파트너와 춤을 추는 장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탄생한 탱고는 춤의 한 종류이자 음악의 한 갈래다. 여기서 탱고를 춤에서 떼어내 감상용 음악으로 특화한 이가 있다. “나에게 있어 탱고는 발이 아닌 귀를 위한 음악이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아스토르 피아소야(피아졸라)다. 이런 스타일의 탱고를 ‘새로운’이라는 의미를 붙인 ‘누에보 탱고’라고 일컫는다. 라 벤타나는 누에보 탱고를 지향하는 5인조 밴드다. 국내에서 클래식 또는 재즈 연주자가 일회성 프로젝트로 탱고를 연주하는 경우는 제법 있지만, 특정 밴드가 탱고만을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2006년 결성해 2008년 데뷔 앨범 <코모 엘 탕고, 코모 엘 재즈>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라 벤타나가 2집 <노스텔지어 앤드 더 델리케이트 우먼>으로 돌아왔다. “당분간 한국에서 만들어진 탱고 앨범 중 최고의 성과물로 기록될 역작”(김현준 재즈비평가)이라는 찬사가 벌써부터 뒤따른다. 라 벤타나의 리더 정태호(아코디언·반도네온)는 원래 드럼 연주자였다. 록, 재즈 등 여러 음악을 연주하다 탱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탱고의 핵심이랄 수 있는 아코디언을 독학한 뒤, 재즈 클럽을 오가며 알게 된 연주자들을 하나씩 끌어들였다. 그렇게 해서 박영기(피아노), 황정규(베이스), 정승원(드럼), 정란(보컬)이 합류했다. “예전에는 탱고에 이렇게 많은 곡과 스타일이 있는지 미처 몰랐어요. 탱고의 리듬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닌데,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가 참 어려워요. 공부를 많이 하고 있죠.”(정승원) “그래도 탱고는 우리 민족과 감성이 잘 맞는 음악 같아요. 열정적이면서도 오랜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우리의 ‘한’ 같은 정서가 깃들어 있죠.”(황정규) 라 벤타나 2집은 콘셉트 앨범이다. 아픔과 상실을 겪었지만 당당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열 곡의 음악으로 풀어냈다. 피아소야의 ‘요 소이 마리아’ 등 두 곡을 빼고 모두 자작곡으로 채웠다. 아르헨티나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한 한국인이 작곡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본토 탱고의 향취가 짙다.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1집이 누에보 탱고에 대한 의미 있는 모방이었다면, 2집은 비로소 탱고를 ‘체화’한 데서 나온 결과물”이라 평했고,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은 “1집에서 탱고의 어법으로 연주했다면, 2집에선 한층 짙어진 탱고의 ‘인상’을 표출했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 본토의 수많은 탱고 음악을 연주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탱고의 어법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곡을 쓸 때 자연스레 반영된 거겠죠. 그래도 본토 사람이 듣는다면 자기네들과는 또다른 한국적 정서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정태호)
밴드의 홍일점 정란의 보컬도 눈에 띈다. ‘요 소이 마리아’에서 그는 처음에는 힘을 빼고 내뱉듯이 시작해 뒤로 갈수록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비장미와 관능미를 뿜어낸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히는 보컬 곡 ‘유리구두 파트 1’과 ‘…파트 2’에서 그는 모진 세파를 겪은 뒤 관조하는 여인의 공허한 음색으로 노래한다. “탱고 특유의 내지르는 발성 대신 절제하며 차분하게 노래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는 정란의 선택이 돋보인다. ‘라 벤타나’는 스페인어로 창문이라는 뜻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명한 탱고 클럽 이름이기도 하다. 오는 18일 저녁 6시 서울 남산 국립극장 문화광장에 가면, 라 벤타나가 탱고의 세계로 들어가는 창문을 활짝 열고 당신을 맞을 것이다. 무료 공연. (02)2280-4115.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세파겪은 여인의 관조
공허한 음색으로 표현
18일 공연 “그냥오세요” 탱고 하면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아름다운 선율에 맞춰 파트너와 춤을 추는 장면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탄생한 탱고는 춤의 한 종류이자 음악의 한 갈래다. 여기서 탱고를 춤에서 떼어내 감상용 음악으로 특화한 이가 있다. “나에게 있어 탱고는 발이 아닌 귀를 위한 음악이다”라는 발언으로 유명한 아스토르 피아소야(피아졸라)다. 이런 스타일의 탱고를 ‘새로운’이라는 의미를 붙인 ‘누에보 탱고’라고 일컫는다. 라 벤타나는 누에보 탱고를 지향하는 5인조 밴드다. 국내에서 클래식 또는 재즈 연주자가 일회성 프로젝트로 탱고를 연주하는 경우는 제법 있지만, 특정 밴드가 탱고만을 지속적으로 연주하는 경우는 드물다. 2006년 결성해 2008년 데뷔 앨범 <코모 엘 탕고, 코모 엘 재즈>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라 벤타나가 2집 <노스텔지어 앤드 더 델리케이트 우먼>으로 돌아왔다. “당분간 한국에서 만들어진 탱고 앨범 중 최고의 성과물로 기록될 역작”(김현준 재즈비평가)이라는 찬사가 벌써부터 뒤따른다. 라 벤타나의 리더 정태호(아코디언·반도네온)는 원래 드럼 연주자였다. 록, 재즈 등 여러 음악을 연주하다 탱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탱고의 핵심이랄 수 있는 아코디언을 독학한 뒤, 재즈 클럽을 오가며 알게 된 연주자들을 하나씩 끌어들였다. 그렇게 해서 박영기(피아노), 황정규(베이스), 정승원(드럼), 정란(보컬)이 합류했다. “예전에는 탱고에 이렇게 많은 곡과 스타일이 있는지 미처 몰랐어요. 탱고의 리듬 자체는 어려운 게 아닌데, 특유의 느낌을 살리기가 참 어려워요. 공부를 많이 하고 있죠.”(정승원) “그래도 탱고는 우리 민족과 감성이 잘 맞는 음악 같아요. 열정적이면서도 오랜 식민지 경험에서 비롯된, 우리의 ‘한’ 같은 정서가 깃들어 있죠.”(황정규) 라 벤타나 2집은 콘셉트 앨범이다. 아픔과 상실을 겪었지만 당당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열 곡의 음악으로 풀어냈다. 피아소야의 ‘요 소이 마리아’ 등 두 곡을 빼고 모두 자작곡으로 채웠다. 아르헨티나 땅 한번 밟아보지 못한 한국인이 작곡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본토 탱고의 향취가 짙다.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1집이 누에보 탱고에 대한 의미 있는 모방이었다면, 2집은 비로소 탱고를 ‘체화’한 데서 나온 결과물”이라 평했고,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은 “1집에서 탱고의 어법으로 연주했다면, 2집에선 한층 짙어진 탱고의 ‘인상’을 표출했다”고 평가했다. “아르헨티나 본토의 수많은 탱고 음악을 연주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탱고의 어법이 몸에 밴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곡을 쓸 때 자연스레 반영된 거겠죠. 그래도 본토 사람이 듣는다면 자기네들과는 또다른 한국적 정서를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요?”(정태호)
밴드의 홍일점 정란의 보컬도 눈에 띈다. ‘요 소이 마리아’에서 그는 처음에는 힘을 빼고 내뱉듯이 시작해 뒤로 갈수록 점차 강도를 높여가며 비장미와 관능미를 뿜어낸다.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으로 꼽히는 보컬 곡 ‘유리구두 파트 1’과 ‘…파트 2’에서 그는 모진 세파를 겪은 뒤 관조하는 여인의 공허한 음색으로 노래한다. “탱고 특유의 내지르는 발성 대신 절제하며 차분하게 노래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는 정란의 선택이 돋보인다. ‘라 벤타나’는 스페인어로 창문이라는 뜻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유명한 탱고 클럽 이름이기도 하다. 오는 18일 저녁 6시 서울 남산 국립극장 문화광장에 가면, 라 벤타나가 탱고의 세계로 들어가는 창문을 활짝 열고 당신을 맞을 것이다. 무료 공연. (02)2280-4115.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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