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첫 한국전 ‘암몬의 산’
노박 첫 한국전 ‘암몬의 산’
건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선입관 가운데 하나가 눈에 보이고 손으로 만질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다. 단단한 형체와 명쾌한 구조로 나타나야 비로소 건축이 된다는 생각인데, 정작 오늘날 상당수 건축가들은 이런 전제를 금과옥조로 여기지 않는다. 모든 생각을 디지털 가상 세계에서 구현할 수 있는 세상이 됐는데, 건축 또한 현실과 가상을 굳이 구분한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것이다.
‘액체 건축’이라는 독특한 개념으로 가상건축 작업을 해온 건축가 겸 미디어작가 마르코스 노박은 그중에서도 가장 급진적인 전위 건축가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모든 건축 작업을 현실 공간이 아닌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해결해왔다. 노박은 다양한 소통과 상상력이 가능한 가상세계야말로 경직된 현실 건축의 물질적 한계를 넘어 액체처럼 자유롭게 유동할 수 있는 건축의 새로운 터전이라고 주장한다.
미디어작가로도 이름 높은 그의 첫 한국전 ‘암몬의 산’(10월15일까지 서울 원서동 공간화랑)은 이런 액체건축의 개념을 바탕에 깔고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성분 중 하나인 단백질을 소재 삼은 유기적 건축의 세계를 보여준다. 이른바 그의 ‘단백질 건축’은 단백질을 생성하는 열가지 필수아미노산의 생성과 작용을 디지털 공간에서 건축적 상상력으로 표현한 모델을 전시 공간 곳곳에 실제 조형물로 펼쳐놓은 것이다. 부드러운 돌기나 고리들이 꽈리처럼 얽혀 있는 단백질 아미노산의 구조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02)3670-3500.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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