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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개성으로 무장한 그들이 10년만에 뭉쳐낸 사운드

등록 2010-10-05 09:28

‘어어부 프로젝트’
‘어어부 프로젝트’
4집 앨범 엿보기 공연 여는 ‘어어부 프로젝트’
우리 대중음악계에서 ‘어어부 프로젝트’만큼 독특한 위상을 가진 이들이 또 있을까?

1990년대 후반 이들이 내놓은 음악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백현진(보컬·왼쪽)의 기괴한 창법과 초현실적인 노랫말, 장르를 규정할 수 없는 장영규(베이스·오른쪽)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사운드. 누구는 한국적 아방가르드 팝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했다.

옌볜으로 떠나 머리맞댄 두남자
탐정의 소소한 메모 노래로 표현

그들이 돌아온다. 올해 말 발표할 4집 앨범 <탐정명 나그네의 기록>을 13~14일 서울 강남 엘아이지(LIG)아트홀에서 공연으로 미리 선보인다. 2000년 발표한 3집 <21세기 뉴 헤어> 이후 10년 만의 정규 앨범. 그동안 장영규는 <복수는 나의 것>, <타짜>,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등 영화음악뿐 아니라 국악·연극·무용·미술과의 협업까지 종횡무진했다. 백현진은 전공인 미술에 전념하면서 틈틈이 글을 발표하고, 솔로 앨범 <반성의 시간>(2008)을 내고,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정규 앨범 내자 내자 한 게 벌써 몇년인지 몰라요. 하지만 각자 일에 바빠 시간 맞추기가 힘들었죠. 이러다간 안 되겠다 싶어 ‘아예 멀리 떠나서 해보자’ 하고 옌볜(연변)으로 갔어요.”(백현진·이하 백)

백현진과 장영규는 3월 중국 옌볜의 지인이 내준 원룸 오피스텔에 꼬박 일주일 동안 틀어박혀 새 앨범 구상을 했다. 일감이 준 탓에 월수입이 5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줄어든 탐정의 1년치 메모를 음악으로 표현하기로 얼개를 잡았다. 메모 날짜가 그대로 곡 제목이 된다. 백현진은 “탐정소설 하면 연상되는 드라마틱하고 스펙터클한 사건은 전혀 없다”고 했다.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고, 옛애인을 만나 술을 마시고, 불륜을 의심하는 부인 의뢰로 남편을 미행하는 소소한 얘기를 16곡에 담았단다.

“노랫말 쓰려고 <말타의 매>, <빅 슬립> 같은 하드보일드 소설을 읽어봤지만 별 도움은 안 됐고요, 오히려 누군가가 권해준 <난중일기>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오늘은 대포 쏘는 훈련을 했다’는 공적 기록을 담은 일지와 ‘아들놈 몸이 안좋아 걱정이다’라는 사적 감상을 담은 일기가 혼재된 방식이잖아요. 이처럼 일지와 일기, 메모와 낙서가 한 덩어리로 뒤섞인 탐정의 기록을 표현하려는 겁니다. 심지어 누굴 기다리는 동안 꽃 따위를 그린 낙서까지도요.”(백)

뮤비는 박찬욱 감독 등이 연출
“우린 엔터테이너 아닌 예술가”

음악적 부분을 맡은 장영규는 “특별하달 것까지는 없지만 어어부 프로젝트의 이전 앨범과는 또다른 스타일의 음악이 나올 것”이라며 “기타와 베이스도 있지만 피아노가 중심이 되고, 드럼 대신 팀파니·마림바 등 클래식 타악이 들어가는 아주 단순한 사운드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백현진은 “예전에는 노래를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고 했는데, 2000년 이후 점차 내 목소리를 찾게 돼 노래를 더 잘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록곡 중 세 곡은 뮤직비디오도 만들 예정이다. “한국에서 내가 주저없이 천재라고 부를 수 있는 단 두명이 바로 장영규와 백현진”이라고 극찬한 박찬욱 감독이 한 편, 영화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이 한 편, 그리고 나머지 한 편은 백현진과 장영규가 직접 연출하기로 했다.

사실 어어부 프로젝트의 이전 앨범들은 소수의 열혈 지지층은 만들었어도 다수의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 대중적 성공에 관심은 없느냐는 마지막 질문에 이들은 답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재밌는 게 먼저인 것 같아요. 우린 엔터테이너가 아니라 장인이나 예술가 쪽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대중음악을 한다는 입장은 견지할 겁니다.” 공연 문의 1544-3922.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엘아이지아트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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