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부터 <내 심장을 쏴라>, <고골의 꿈>
남산예술센터 실험극 연속공연
외국인노동자·전쟁·소수자 등
한국사회 씁쓸한 자화상 그려
외국인노동자·전쟁·소수자 등
한국사회 씁쓸한 자화상 그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남산예술센터가 이 시대의 모습을 그린 네 편의 실험적인 연극을 잇달아 선보인다.
남산예술센터가 자체 제작한 두 작품 <내 심장을 쏴라>(7~24일·사진 왼쪽)와 <공동창작 프로젝트>(11월11~21일), 해외초청작 <고골의 꿈>(11월1~3일·오른쪽), 공모로 선정한 공동제작 창작극 <누가 무하마드 알리의 관자놀이에 미사일 펀치를 꽂았는가?>(11월26일~12월5일)이다.
<내 심장…>는 지난해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정유정씨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국사회 소수자를 향한 관망의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정신병원이라는 폐쇄 공간 안에서 자신을 옥죄는 운명에 맞서 새로운 인생을 향해 끝없이 탈출을 시도하는 두 젊은이를 통해 분투하는 이 시대 청춘들의 초상을 그렸다. 연극의 배경인 정신병원은 이질적인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이 사회와 닮았다. 오랜 연극 콤비 김광보 연출가와 고연옥 작가, 인기배우 김영민씨와 오디션에서 선발된 신예 이승주씨가 주역을 맡는다.
<공동창작…>는 세 여성작가 눈에 비친 현대사의 상처를 연작 형태로 담았다. 장성희씨는 역사 속에 묻힌 ‘동백림 사건’(1967)을 체호프의 <세 자매> 한국판처럼 풀어내고, 김명화씨는 술집을 배경으로 전쟁, 군대, 4대강 사업 등 남성들이 장악해온 예술, 교육 등 현대 한국사의 전반적인 모습을 되돌아본다. 김민정씨는 아프가니스탄 선교 사건을 통해 국외 전쟁 대리수행자라는 한국의 현실, 선교의 명목으로 진행되는 문화 침투에 대해 다룬다.
불가리아 스푸마토 극단의 <고골의 꿈>은 고골의 네 작품을 한 무대에 올려 결혼에 대해 되짚어본다. <넵스키 거리>, <이반 표도로비치 시폰카와 그의 이모>, <결혼>, <광인>이 결혼과 실패라는 주제로 패션쇼 무대 같은 돌출 무대에서 펼쳐진다. 꿈의 파편처럼 연결되어 있는 고골의 네 작품은 과장되고 기이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고골 탄생 200돌 기념 공연으로 마르가리타 믈라데노바와 이반 도브체프가 공동연출했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공식초청작으로 동유럽 현대연극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남산예술센터와 극단 그린피그가 공동제작한 <누가 무하마드…>는 불법체류자 알리의 죽음을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우리 사회의 소수자에 대한 태도를 비판한다. 안재승 작가는 불법체류 노동자 무하마드 알리와 복싱 세계챔피언 무하마드 알리의 삶을 중첩·대조시켜 절묘하게 풍자한다. (02)758-200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남산예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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