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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베르테르’ 순수한 사랑이 10년 무대 지켰어요”

등록 2010-10-07 09:18

제작자 심상태
제작자 심상태
창작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제작자 심상태
“나 그대 이제 이별 고하려는데 내 입술이 얼음처럼 붙어버리면/ 나 그대를 차마 떠나려는데 내 발길이 붙어서 뗄 수가 없으면”

무대 위에서 배우가 절절한 사랑을 담아 부르는 이별의 노래 ‘발길을 뗄 수 없으면’이 흘러나오자 객석에 앉아 연습 장면을 지켜보던 심상태(55) 극단 갖가지 대표도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툭 한마디 던진다. “사랑은 여자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저 베르테르를 보세요. 남자도 순수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지 않나요.”

탄탄한 이야기·클래식한 곡
배우들에게 꿈의 스테이지로
조승우 등 ‘스타산실’ 되기도
“팬클럽 ‘베사모’ 응원 큰힘돼”

한국 창작뮤지컬의 자존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하 베르테르)이 10돌을 맞았다. 2000년 초연부터 품격이 남다른 뮤지컬로 10년간 사랑받아온 이 작품이 8~9일 경기도 안산문화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 무대에 오른다. 또 22일부터 11월30일까지 서울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연장공연에 들어간다.

심 대표는 “지금까지 10년은 청소년기라고 본다면 앞으로 10년은 청장년기이자 제2의 도약의 첫발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베르테르>는 최근 한 뮤지컬 전문지의 조사에서 10년 동안 배우들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공연 기획자들이 가장 올리고 싶은 공연, 스태프들이 가장 함께하고 싶어하는 공연으로 꼽혔다.

5일 해돋이극장에서 만난 그에게 <베르테르>의 10년 저력을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꼽았다.


“처음에 순수한 남자의 사랑이야기를 해보려고 세계 명작에서 찾은 게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습니다. 원작을 각색하고 음악을 붙여서 2000년 11월 연강홀(지금의 두산아트홀)에 처음 올렸어요. 2억원을 들여서 만들었는데 창작뮤지컬인데다 비극을 소재로 해서 흥행에는 실패했습니다.”

그 당시 그는 5만여명에 불과했던 한국 뮤지컬 팬들 가운데 5천명 정도의 관객을 예상했으나 900여명만이 <베르테르>를 봤다. 이듬해, 그 이듬해에도 연강홀과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렸으나 화려한 춤과 희극 위주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길든 관객들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깨끗이 접으려고 했다. 그때 뮤지컬계 최초의 팬클럽인 ‘베사모’(베르테르를 사랑하는 모임)가 나섰다. 500여 회원들이 돈을 모아 2003~2004년 연강홀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 시아트홀 무대에 세웠다. 한국 뮤지컬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클래식한 감성과 한 남자를 불태운 뜨거운 사랑의 감동이 현대인들의 메마른 마음을 울린 거죠. 어느 여성 관객은 31번이나 보았다더군요.”

그는 “‘베사모’가 <베르테르>를 끝까지 갈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영원히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베르테르>의 팬들은 이 작품의 매력을 탄탄한 이야기와 클래식한 노래를 꼽는다. 대학로의 소문난 이야기꾼 고선웅(현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씨가 극본과 가사를 쓰고, 연세대 음대 정민선 교수가 32개 곡을 붙였다. 그도 “음악에 힘이 많이 실리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마이너(단조)를 많이 쓰고 반음을 많이 써서 그런지 배우들이 부르기가 어려운 음악이었습니다. 다른 뮤지컬 작품과 달리 즐거울 때는 마이너를 많이 쓰고 슬플 때는 메이저(장조)를 많이 썼어요. 이 작품을 하고 나면 배우들의 실력이 부쩍 는다고 합디다.”

<베르테르>는 뮤지컬 배우들 사이에서 ‘꿈의 스테이지’로 사랑받고 있다. 서영주, 엄기준, 조승우, 김다현, 민영기 등 국내 내로라는 배우들을 배출하며 스타의 산실이 됐다. 그중에서도 초연 배우 이혜경과 2회 공연에서 캐스팅한 조승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심 대표는 꼽았다.

“이혜경은 서울시립뮤지컬단의 꼬마 배우였는데 성악과를 나왔고 인물이 좋다고 누가 추천하더군요. 길거리 캐스팅했는데 완전 ‘롯데’였어요. 조승우도 처음엔 너무 어려서 기대도 안 했는데 무대에 서니까 사람이 완전히 달라지더군요”

그는 이번 무대에서 송창의, 박건형, 민영기, 임혜영 등 스타 배우 외에 롯데 역을 맡은 최주리와 롯데의 약혼자 알베르트 역의 이상현을 눈여겨봐 달라고 했다.

심 대표는 <베르테르>의 독일과 일본 공연을 꿈꾸고 있다. 또 2006년 공연 이후 오랜 잠을 자고 있는 뮤지컬 <카르멘>을 2002년 초연 멤버인 조승우, 이석준, 채국희, 엄기준과 함께 내년쯤에 다시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또 에밀리 브론테의 원작 <폭풍의 언덕>을 바탕으로 고선웅-정민선 콤비가 5년째 작업에 매달리고 있는 뮤지컬 <히스클리프>도 내년쯤에 선보일 작정이다.

“<히스클리프>가 완성되면 ‘세계 명작 남자 사랑이야기’ 시리즈 3편을 여름부터 겨울까지 세 계절별로 레퍼토리화할 계획입니다. 세 작품 모두 모든 것을 다 주어서 사랑을 하는 남자들의 이야기입니다. 남자도 순수하고 지독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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