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 (64)
은관문화훈장 받고 ‘이스라엘 필’과 협연하는 피아니스트 백건우
한국과 세계 무대를 오가며 활발한 연주 활동을 벌여온 피아니스트 백건우(64·사진)씨는 아내인 영화배우 윤정희(66)씨와 더불어 올해 상복이 터졌다.
백씨는 지난 1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은관문화훈장(2급)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프랑스에 한국의 문화예술을 널리 알리고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 공로로 한불문화상도 수상했다. 아내 윤씨는 지난달 29일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로 16년 만에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나라에서 무게 있는 훈장까지 줘서 너무 기쁘고 고맙고 책임감이 크게 느껴집니다.” 2일 서울 광화문의 한 음식점에서 밝은 모습으로 기자들과 만난 백씨는 “오는 13~14일 세종문화회관과 예술의전당에서 세계적인 거장 주빈 메타가 이끄는 이스라엘 필하모닉과의 협연 무대를 기대해달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에 연주할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은 그가 15살 때 처음 미국으로 건너가 대륙을 정복해보겠다고 생각했던 야심작이라고 숨은 비화를 들려주었다.
“그때 디미트리 미트로풀로스 콩쿠르에 참가하려고 뉴욕의 공연장 연습실에서 라흐마니노프의 3번을 연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때마침 거장 레너드 번스타인이 우연히 제 연주를 듣고 지휘자 디미트리에게 ‘저 젊은이를 도와주라’고 했다더군요.”
그 인연으로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로지나 레빈, 런던에서 일로나 카보스, 독일에서 빌헬름 켐프에게 연달아 배운 그는 나움버그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거장으로 탄생했다.
‘훌륭한 음악인의 조건’을 묻자 그는 “재능과 열정도 중요하지만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음악은 투명한 거울이기 때문에, 음악에는 거짓이 없기 때문에 늘 자신을 갈고닦아야 합니다. 연주를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음악을 하고 있는가, 명예를 얻기 위해 하는 것인가를 늘 돌이켜보아야 합니다. 물론 국가 차원의 조직적이면서 정책적인 뒷받침도 중요하고요.”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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