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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사치와 영광과 덧없음…베르사유 예술의 향연

등록 2010-11-12 09:27수정 2010-11-12 09:29

서울 예술의 전당서 특별전
서울 예술의 전당서 특별전
서울 예술의 전당서 특별전
루이 14세부터 루이 16세까지
왕실 장식공예품·회화 등 전시
감각적인 패션과 궁정 초상화
마리 앙투아네트 컬렉션 ‘눈길’

1660년 프랑스 절대 군주 루이 14세는 파리 남서쪽 숲에 있던 별장 부근에 궁전을 지으라고 명령한다. 모래와 늪 가득했던 척박한 사냥터는 100년 가까운 공사 끝에 유럽 최고의 궁전이 된다. 1789년 대혁명으로 왕실은 사라졌지만 21세기인 지금도 이 궁전의 카리스마는 강력하다. ‘베르사유’란 이름은 세계 곳곳에서 고급 문화 예술의 아이콘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 궁전의 이름 아래 근대 패션과 모드의 역사가 태동해 퍼져나간 까닭이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최근 개막한 특별전 ‘베르사이유의 영광’은 17~18세기 유럽 문화예술의 표준이었던 베르사유궁의 화려했던 왕실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다. 로코코 양식으로 유명한 베르사유의 궁정 그림과 조각, 장식 공예품, ‘아라모드’(최신 유행)란 말을 만들어낸 우아한 복식과 장식 패션 등을 국립베르사유궁 박물관 소장 유물 84점 등에서 두루 살필 수 있다.

베르사유 문화가 꽃핀 시대는 태양왕 루이 14세부터 프랑스 대혁명으로 몰락한 루이 16세의 치세까지 200여년간이다. 전시장은 이 세 군주의 영역으로 나눠 방마다 각기 미묘한 패션 취향의 변화를 보여준다. <패션의 역사>를 집필한 문화사가 막스 폰 뵌은 “(17세기 이후) 프랑스 유행이 이전 유행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자주 변화한다는 것”이라고 짚은 바 있다. 그 통찰대로 엄숙 장려한 루이 14세 시대의 문화 취향은 루이 15세 이후 점차 분방해지고 쾌락적으로 흘러, 루이 16세 시기 극단적으로 감각적인 취향의 로코코 양식으로 발전해간다.


18세기 궁정화가 르브룅이 그린 ‘로브 아 파니에’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초상화.
18세기 궁정화가 르브룅이 그린 ‘로브 아 파니에’를 입은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의 초상화.

전시의 고갱이는 궁정 초상화들이다. 세로 길이가 약 3m로 인물 시선이 관객을 내려다보는 이 대작들은 왕가의 패션과 부르봉 왕가의 백합 문양 같은 권위적 상징물들이 그림 곳곳에 들어 있어 감상의 묘미를 준다. 이아생트 리고의 <루이 14세의 초상>에서, 발레 자세로 발을 삐죽 내밀고, 홀을 들고 선 왕의 모습은 이후 유럽 왕실 초상의 기준이 된다. 이런 엄격한 그림들은 루이 15세 이후 그의 ‘애첩’ 퐁파두르 부인의 문화 지원에 힘입어 감각적인 양상으로 바뀐다.

대혁명에 희생된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 컬렉션은 전시 말미의 별미다. 아랫입술이 두툼하고 주걱턱 특징을 보여주는 대리석 얼굴상과 루이 16세와의 결혼식 때 쓴 호화로운 장갑 받침대, 꽃무늬 식기세트 등에서 황실의 옛 영화가 느껴진다. 황제들이 신었던 굽 높은 하이힐, 치마폭을 최대한 넓힌 ‘로브 아 파니에’를 고안해 펄렁치마 경쟁을 벌였던 당대 궁중여인들의 풍속도 등도 엿볼 수 있다.

베르사유의 전성기 때는 왕실의 취향과 감각이 시대의 예술 사조를 이끌었다. 대혁명 이후에는 작가가 그 주도권을 움켜쥐면서, 제왕적인 패트런(후원자)은 역사 저편으로 사라졌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거닐던 별궁 프티 트리아농 정원 숲의 실루엣 패널로 끝나는 이 전시는 ‘페트 갈랑트’(우아한 향연)란 말로 대표되는 왕족의 일상과 그들이 유행시킨 취향의 덧없는 실체를, 그 시대 속을 거닐 듯 살펴보게 한다. 내년 3월6일까지. 성인 1만3000원, 어린이 8000원, (02)325-1077.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프랑스국립베르사유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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