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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금가락 부전자전 청출어람일세

등록 2010-11-19 08:56수정 2010-11-20 15:40

왼쪽부터 이생강(73), 이광훈(44)부자
왼쪽부터 이생강(73), 이광훈(44)부자
이생강·이광훈 명인 부자 21·24일 잇따라 무료 공연
“국악의 원형 변질 안타까워 퓨전도 전통이 바탕되어야”
 국악 연주자 죽향 이생강-이광훈 부자는 우리 고래의 악기인 대금으로 일가를 이뤘다.

 이생강(73) 명인은 그의 수족 같은 대금과 함께 피리, 쌍피리, 단소, 소금, 퉁소, 태평소 등 모든 관악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타고난 예인이자 전설적인 연주자이다. 그의 아들 이광훈(44) 명인 또한 중요무형문화재 제45호 대금산조 보유자인 아버지에 이어 준인간문화재인 전수조교로 ‘이생강류 대금산조’의 맥을 잇고 있다.

 최고의 대금 연주자로 인정받는 두 부자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무료 대금 발표회를 마련했다. 이생강 명인은 21일 오후7시 삼성동 한국문화의 집 코우스 민속극장에서 23번째 대금 발표회를 꾸민다. 이광훈 명인도 사흘 뒤인 24일 오후 7시30분 남산한옥마을 남산국악당에서 2번째 대금 발표회로 관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생강 명인은 이번 무대에서 전통에 뿌리를 둔 음악회로 민속악의 정수를 보여 줄 생각이다.

 “요즘 국악이 존재가치가 없어지고 버린 자식처럼 천대받고 있어요. 우리 민속악의 원형을 버리고 무조건 퓨전으로만 가고 있으니 옛날 우리 할머니 어머니가 해주신 음식처럼 깊고 구수한 맛이 사라져 버렸단 말이요. 마치 갓 시집온 새색시가 모양만 내려는 꼴이 아닌가 싶어요.”

 그는 “시간이 갈수록 전통음악의 원형이 조금씩 변질 되어가는 것을 볼 때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그렇다고 퓨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이 바탕 되어야 한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는 이번 공연을 전통마당과 공감마당으로 나누었다. 전통마당에서는 그가 원형 대금산조인 ‘죽맥’을 연주하고, 아들 이광훈씨와 그의 대금산조 이수자 15명이 ‘이생강류 대금산조’를 들려준다. 또 판소리 <춘향가>(김주영), 살풀이 춤(최해숙), 경서도 민요(견두리, 남은선) 무대가 이어진다.

  공감마당에서는 그가 국악의 대중화를 겨냥해 40년 전부터 국악계의 욕을 들으며 시도했던 크로스오버 음악으로 꾸민다. 그와 기타리스트 김광석씨가 사물과 한판 어울리는 ‘시나위’, ‘동·서양의 공감’ 연주 등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의 만남을 꾀했다. 이광훈씨를 비롯해 한송유(대금), 이관웅(아쟁), 이성준(소금), 허봉수(고수), 이호용(타악), 최명호(타악), 천희영(타악)씨 등 후학들이 반주자로 나선다.

이생강(오른쪽)-이광훈
이생강(오른쪽)-이광훈
 그는 “모든 악기를 다 섭렵했지만 대금처럼 그릇이 큰 악기가 없다”면서 “자연의 소리이자 사람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대금의 매력을 생명력 있는 우리의 음악으로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훈 명인을 보면 본인은 한사코 사양하지만 ‘청출어람’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흔히 예전의 명인들은 아버지의 대를 제대로 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쩌면 그 또한 이생강이라는 아름드리 거목의 그늘에 가려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광훈 명인이 꾸준히 연주활동을 벌이면서 굳건히 서있는 모습은 참으로 우리 국악계를 위해 희망스러운 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첫 연주회 이후 2번째 무대를 여는 것도 어마어마한 용기였다”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아버님 앞에 나서는 것이 누를 끼치는 일이 아닐까 늘 두려웠습니다. 제 음악을 가장 잘 아시는 분이니까요. 외국에 나가서 연주해도 한번도 위축된 적이 없지만 아버님 앞에서는 항상 제가 작아지는 것을 지금도 느껴고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멀어지곤 하죠.”

 그는 “앞으로도 아버님의 능력과 음악세계를 뛰어넘을 수 없지만 결코 포기하지는 않겠다. 그럴수록 더 정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생강 명인에게 그 말을 전하자 “마음고생이 심했다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내가 원기둥을 잘 세워놓았으니까 내가 죽고 난 뒤에 뛰어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부모의 욕심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이광훈씨는 지금 제주도에 머물고 있다. 2년 전 패혈증에 걸려 생사의 고비를 넘겼으나 “꾸준히 대금을 불면서 병과 싸워” 기적적으로 완쾌했다. 따라서 이번 연주회는 그의 건재를 알리는 무대이다.

 그는 이번 공연의 주제를 ‘전통과 퓨전 그 환상의 어울림’으로 잡았다. 1부에서는 그가 부친으로부터 배운 ‘이생강류 대금산조’ 독주와 우리나라 고유의 가락으로 널리 외국에까지 소개된 ‘본조 아리랑’을 비롯해 ‘도라지타령’, ‘풍년가’, ‘진도 아리랑’ 등 대중성이 있는 우리 민요를 들려준다. 2부에서는 그가 우리 국악과 대중과의 호흡을 꾀하기 위해 창단한 국악 퓨전 그룹 ‘예성’과 함께 팝송 ‘섬머 타임’, 중국 가요 ‘첨밀밀’, 한류 열풍을 일으켰던 ‘대장금’ 주제곡 등 동서를 뛰어넘는 다양한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저의 예성이 다른 퓨전 그룹과 다른 것은 전통 악기를 바탕으로 한다는 겁니다. 신시사이저가 화음을 깔고 가는 역할만 맡을 뿐, 제가 대금으로 선율을 내고 타악기가 리듬을 가져가고, 아쟁이 베이스, 25현 가야금이 화음을 맡는 구성이죠.”

 그 또한 아버지 이생강 명인과 마찬가지로 “전통을 굳건히 지키되 또 다른 한편으로는 전통음악의 과감한 현대화로 대중들을 국악으로 끌어모으는 활동을 함께 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대금의 소리, 곧 산조의 원형을 올곧게 보존하려는 두 부자가 마련한 21일과 24일 연주회는 웅장하고 청아한 대나무의 음률 속에 깃들어 있는 자연의 숨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무대이다. (02)762-5244.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죽향대금산조 원형보존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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