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거친 원색·붓질…모더니즘의 열정

등록 2010-11-19 09:05

에밀 놀데 〈달빛이 흐르는 강〉
에밀 놀데 〈달빛이 흐르는 강〉
표현주의 미술 맛보기 ‘피카소와 모던아트전’
“작업! 도취! 머리 짜내기! 씹고 먹고 포식하며 뿌리 뽑기! 열광 속의 진통! 붓으로 캔버스를 뚫을 듯이 찌르기. 물감 튜브 짓밟기….”

1920년 독일의 청년 화가 막스 페히슈타인의 외침은 당시 유럽 화단을 휘젓던 표현주의 운동에 대한 가장 극적인 헌사가 되었다. 오직 느낌과 감정으로 그리는 그림, 객관적인 현실의 색감과 현상들을 깡그리 뒤엎고 충동과 열정으로 말하는 그림들이 활화산처럼 독일 작가들 중심으로 퍼져나갔다. 미술 마니아들에게는 ‘다리파’ ‘청기사파’ 등의 작가 모임으로 알려진 표현주의 운동은 크게는 피카소 등의 입체파와 마티스의 야수파도 포함된다. 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는 1900~20년대 여러 독일 청년작가들의 작업 공동체가 만들어낸 전위적 사조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 서울 덕수궁미술관에는 질풍노도처럼 20세기 초를 휘감았던 표현주의 미술을 ‘맛보기’ 할 수 있는 전시가 차려져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알베르티나 미술관의 19세기 말~20세기 유럽 미술 컬렉션을 간추려 선보이는 ‘피카소와 모던 아트’전. 다분히 흥행을 고려해 만든 전시 제목과 달리 이 전시의 진정한 주인공은 주관적 색채와 선의 표현을 밀어붙였던 독일 표현주의 작가들이다.

전시의 가장 큰 매혹은 2층에 주로 놓인 표현주의 작가들의 드로잉, 유화 컬렉션이다. 뉴기니, 만주, 조선, 일본을 유랑하며 원시 미술에 대한 회귀를 절실히 갈망했던 에밀 놀데의 마법 같은 그림 <달빛이 흐르는 강>(그림)은 전시의 얼굴과도 같다. 불안정하면서도 역동적인 사선 붓질이 인상적인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의 누드화와 신경질적인 필치의 드로잉, 카를 슈미트로틀루프, 막스 페히슈타인의 거친 원색 그림들이 눈을 붙잡는다.

빈에서 활동했던 거장 오스카어 코코슈카의 세기말적인 감성이 번뜩이는 정물화와 풍경화를 볼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 특전이다. 덤으로 루카스 크라나흐의 명화를 절묘한 구도로 재해석한 피카소의 <다윗과 밧세바>, 점묘화의 대가 폴 시냐크의 베네치아 풍경, 그리고 20세기 초 러시아 미래주의파의 주역 류보프 포포바와 나탈리야 곤차로바의 추상화들을 볼 수 있다. 정제된 작품 구성은 아니지만, 그림이 대상이나 후원자에 종속된 것이 아니라 오직 작가 자신만의 산물임을 드러내려 했던 100여년 전 모더니즘 미술가들의 열정을 느끼게 하는 전시다. 내년 3월1일까지. 성인 1만1000원. (02)757-3002.

노형석 기자,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