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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러시아 관객들 “한국 발레 ‘브라보’”

등록 2010-11-29 09:27수정 2010-11-29 21:57

국립발레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연
 “러시아 사람들에게 한국 발레를 알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은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바가노바 발레학교 시절 공연을 보러 자주 왔던 공연장인데 객석이 아닌 무대에 섰다니 너무 행복합니다.”(김현웅) “브라보 소리를 듣고 감격해서 하마터면 울 뻔했어요. 러시아가 발레에 엄청나게 자부심이 강한 나라잖아요.”(이동훈) 국립발레단(단장 최태지)의 수석 발레리노 김현웅씨와 발레단의 황태자 이동훈씨는 공연을 마치고 무대 뒤에서 서로 부둥켜안으며 감격해 했다.

 27일(현지시각) 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린스키 국립극장은 한국 국립발레단을 위한 만찬 장소였다. 국립발레단 무용수 35명은 이날 러시아 안무가 보리스 에이프만의 현대발레 <차이코프스키>를 선보였다. 2006년 ‘무용계의 오스카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안무가상을 받은 보리스 에이프만에게 ‘러시아의 토니상’으로 불리는 황금마스크상을 안긴 작품이다. 차이코프스키가 창작의 고통에 몸부림치고, 현실과 환상의 혼돈 속에서 휘청거리던 청년 시절부터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그의 대표곡들과 함께 아름답고 정교한 안무로 꾸몄다.

 차이코프스키의 죽음과 함께 교향곡 <비창> 4악장이 탄식의 긴 여운을 남기며 막을 내리자 5층 발코니까지 객석을 가득 메운 1000여명의 관객은 환호했다. 푸시킨과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가 즐겨 찾았고 체호프의 <갈매기>와 고골의 <검찰관> 등이 초연된 유서 깊은 극장은 놀라움과 흥분으로 가득 찼다.

 “대단합니다. 한국 발레는 처음 보는데 무용수들이 이렇게 러시아 발레를 잘 소화시킬 줄 몰랐어요. 정말 전문적인 댄스그룹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꼈습니다. 리뷰를 쓰려고 실수를 잡아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없었습니다.(웃음) 에이플러스를 주고 싶어요.”

 발레 전문잡지 <발레아트>의 대표 미하일 이바노프와 수석기자 스베트라나 스리빈스카야는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오랜 팬이라는 알렉산더와 나탈리아 부부도 “에이프만 발레단의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맛보았다. 한국 발레단의 수준이 매우 높은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국립발레단 남녀 무용수 35명은 극적인 작품 전개와 애크러배틱한 발레 테크닉으로 악명 높은 에이프만의 드라마틱 발레를 1시간30분간 까다로운 러시아 관객들 앞에서 펼치면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국립발레단을 초청한 에이프만조차도 “한국 무용수들이 안무가의 심정과 의도를 잘 표현해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수석 발레리나 김지영씨와 윤혜진씨는 각각 차이코프스키를 억압했던 아내 밀류코바와 평생의 후원자 폰 맥 부인을 맡아 열정적인 연기와 섬세한 춤사위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또한 왕자 역의 정영재씨와 소녀 역의 김리회씨를 비롯해 백조 여성 군무와 흑조 남성 군무를 선보인 코르 드 발레 무용수들의 고른 호흡도 돋보였다. 무엇보다 차이코프스키의 예술적 고뇌와 방황, 그의 내면에 잠재된 동성애의 갈증을 격렬한 남성 파드되(2인무)로 그려낸 김현웅씨와 이동훈씨의 춤과 연기가 가장 빛났다.

 보리스 에이프만 발레단의 주역 발레리노 일리아 오시포브는 “칼므코바 올가 발레 트레이너와 같이 공연을 보면서 우리보다 잘한 것 같다고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국립대 동양학부 쿠르바노프 교수도 “러시아의 정신과 문화를 제대로 잘 전달했다”면서 “발레 테크닉도 좋았지만 차이코프스키의 고뇌와 방황, 갈등, 희로애락을 잘 표현한 공연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도 무대 뒤에는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새로 사귄 러시아 팬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한국 무용수들의 얼굴에 웃음이 넘쳐났다.

상트페테르부르크/글·사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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