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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삶과 사랑, 자본과 노동…노래는 끝이 없어요

등록 2010-11-30 08:52수정 2010-11-30 08:54

안치환
안치환
10집 ‘오늘이 좋다’ 들고 온 안치환
몇년 만에 찾아간 서울 연희동 작업실은 변한 게 없었다. 작업실 한편에는 갓 나온 시디들이 담긴 상자가 펼쳐져 있었다. 30일 발매를 앞둔 안치환 10집 <오늘이 좋다>. 9집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나 보다. 무려 20곡을 두 장의 시디에 나눠 담았다. “시디1에선 시대를, 시디2에선 삶과 사랑을 노래했다”고 안치환은 설명했다.

“제게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철의 노동자’를 요구하는 분들도 있고, ‘내가 만일’, ‘사랑하게 되면’을 요구하는 분들도 있어요. 하지만 안치환이라는 사람은 이 모두를 포용하고 표현하는 음악인입니다. 제 안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친절하게 나눠봤어요. 취향대로 골라 들으시라고요. 다만 듣기 편안한 시디2에 앞서 시디1을 꼭 들어줬으면 합니다.”

뭘 노래했기에 당부까지? “4월은 혁명의 달이요, 5월은 핏빛의 항쟁, 우리의 찬란한 6월은 어디로 갔을까”라고 노래하는 ‘그래, 나는 386이다’는 부정적 색깔이 덧씌워진 이 시대의 ‘386’들에게 자긍심을 갖고 그날의 정신을 되살리도록 힘을 북돋는 응원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친숙하게 불러 자기 존재를 되새김질하도록 트로트로 만든 ‘내 이름은 비정규직’부터 고공 크레인 농성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 열사를 기리는 ‘내 친구 그의 이름은’, 근로자라는 어정쩡한 용어를 버리고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찾자는 ‘나는 노래하는 노동자다’까지 이어지는 노동자 3부작도 담겼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는 그에게 낯선 광경이었다. 집회 하면 진지, 엄숙, 화염병, 최루탄 따위를 떠올리던 그가 한바탕 축제 같은 분위기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어느 시민의 글을 보고 무릎을 쳤다. 짧은 문장 안에 촌철살인이 녹아 있었다. 여기에 멜로디를 붙여 촛불집회에서 불렀더니 재미났다. “내가 광우병에 걸려 병원 가면 건강보험 민영화로 치료도 못 받고 그냥 죽을 텐데 땅도 없고 돈도 없으니 화장해서 대운하에 뿌려다오.”(‘어떤 유언’)

새로운 시위 문화에 대한 생각을 온전히 정리한 건 곽병찬 <한겨레> 편집인의 칼럼 ‘삶이여 감사합니다’를 보고 나서다. “바로 이거”라고 여긴 그는 곽 편집인의 허락을 얻어 같은 제목의 노래를 만들었다. “젊은 벗들이여! 감사합니다. 새롭고 당당한 그대들의 행진, 서로 연대하고 즐기고 의지하며 희망하는 법을 알게 해줬네. 그대의 노래는 나의 노래, 그대가 추는 춤은 우리들의 춤, 그대들을 우리 곁에 두신 삶이여, 오! 삶이여 감사합니다.”

시디2에선 20년 만에 대학 동창회에서 벗들을 만나고 만든 노래 ‘오늘이 좋다’, 감성의 깊은 골을 건드리는 ‘사랑하기나 했던 걸까’ 등이 널리 사랑받을 것 같다.


“80년대 노래운동의 살아 있는 적자라는 말을 감사히 받아들여요. 하지만 대통령 직선제와 민주화를 이뤄냈다 해서 노래운동이 끝나는가, 그건 아니거든요. 분단, 자본과 노동 사이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존엄, 약자, 환경 문제…, 해결되지 못한 수많은 주제들이 있어요. 이젠 대중가요냐 민중가요냐 하는 케케묵은 이분법을 버리고, 더 많은 음악인들이 사랑놀음 말고 다양한 주제를 노래했으면 좋겠어요. 이 시대에 걸맞은 노래운동이죠.”

인터뷰 마지막에 하고 싶은 말 없냐고 묻자 꺼낸 얘기. “나름 행복하고 최선을 다하는 음악적 삶을 살아왔다는 자부심이 있어요. 하지만 제 노래를 대중에게 알리는 시스템에선 소외되는 경우가 많죠. 이제 방송은 아예 포기했어요. 더 어려운 가수들이 ‘무슨 배부른 소리냐’고 할지 모르겠지만, 신곡을 알리는 통로가 공연이나 행사밖에 없다는 게 씁쓸해요.” 그는 12월29~31일 서울 서강대 메리홀에서 새음반 발매 기념 공연을 한다. (02)325-2561.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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