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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한국미술 ‘실험의 시대’를 돌아보다

등록 2010-12-01 08:37

‘묘법’ 연작이 내걸린 작가 박서보씨의 전시장. 작가는 70년대 이래 거의 변함없이 그려온 이 연작을 ‘자신을 갈고닦는 수양’의 산물이라고 역설해왔다.
‘묘법’ 연작이 내걸린 작가 박서보씨의 전시장. 작가는 70년대 이래 거의 변함없이 그려온 이 연작을 ‘자신을 갈고닦는 수양’의 산물이라고 역설해왔다.
1950~70년대 작품 잇단 기획전
한국 현대미술은 역사에 옹색하다. 화단과 화랑가는 1950~70년대 한국 미술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는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같은 일부 대가들을 빼면 화단에서 이 시기 미술 흐름에 대한 재조명은 사실상 외면받아왔다. 미술계에서도 한국전쟁과 군사정권기의 질곡을 거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추상 일색의 그림들이 화단을 뒤덮었다는 것 정도만 어렴풋이 기억할 뿐이다. 최근 잊혀졌던 50~70년대 한국 미술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기획전이 잇따라 차려졌다. 미술시장에서 50~60년대 작품의 가치를 새삼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지만, 역사적 맥락에서도 여운이 감도는 전시들이다.

추상주의 유영국·장욱진 등
대표작들 작품세계 재조명
박서보의 ‘묘법 연작’ 선보여
용접조각 선각자 송영수전도

■ 50년대 미술운동의 주역들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의 ‘유영국의 1950년대와 1세대 모더니스트들’전은 국내 추상미술의 선구자 격인 ‘신사실파’ 그룹 동인이던 유영국, 김환기, 백영수, 이중섭, 장욱진의 발자취를 미공개작과 대표작 등을 중심으로 살펴보고 있다. ‘신사실파’는 1947년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이 결성하고, 1953년 백영수, 이중섭이 가담한 모더니즘 동인으로, 화단 초창기 추상주의 미술을 태동시켰던 주역이다. 분출하는 원색으로 산과 강 등 이 땅의 자연을 기하 추상과 표현적 색감으로 표출했던 유영국의 대작들을 비롯해 학과 도자기 등의 전통 정서에 바탕한 문인화적 추상을 꾀했던 김환기 등 주요 동인 작가들의 작품 50여점이 나왔다. 나무 등을 추상적 필치로 재구성한 유영국의 전쟁 시기 미발표 작품 5점과 모더니즘 탐구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장욱진의 전면 추상화, 헤어진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는 이중섭의 가족도 등이 보인다. (02)3217-0233.


유영국이 1953년 그린 미공개작 <무제>
유영국이 1953년 그린 미공개작 <무제>

■ 한국 용접조각의 선각자 가냘픈 선으로 빚어진 새와 깡마른 예수상의 자태가 우리 조각계의 척박했던 지난날을 묵시적으로 드러낸다. 조각가 고 송영수(1930~1970)의 회고전이 차려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5전시실에는 50년대말 반추상 철용접 조각을 국내 처음 시도했던 요절작가의 고뇌가 감돈다. 전후 미대 출신 1세대 작가인 송영수는 브랑쿠시풍 추상 조각이나 헨리 무어, 자코메티풍의 실존적 조각 등 당시 외국 조각 흐름들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하려 애썼던 대가다. <거위> <새의 기명> <대립> 등의 출품작들은 가는 철선의 예리한 형태가 빚어내는 조형적 긴장감이 극적으로 표출되는 작품들로 50~60년대 가족상, 인물상 등에 머물렀던 우리 조각의 표현 가능성을 한차원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6일까지. (02)2188-6062.


장욱진의 추상회화 <눈>
장욱진의 추상회화 <눈>

■ 평가 엇갈리는 실력자 원로작가 박서보(79·홍대 명예교수)씨에 대한 미술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제도권 화단에서는 그를 60년대 이후 화폭 전면을 단색조 추상 이미지로 덮은 ‘모노크롬’ 회화의 대가이자 한국 현대미술의 선각자로 상찬해왔다. 반면 80년대 이후 진보 성향의 작가들에게 그는 ‘홍대 화파’의 원로이자, 극복해야 할 보수 화단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 차려진 박씨의 개인전은 이른바 ‘묘법’ 연작으로 부르는, 60년대 말 이후 지속된 화풍을 담은 근작들과 드로잉 작업들을 내걸었다. 묘법 연작은 화폭 전면에 회색, 먹색 등의 단색 물감을 바른 뒤 연필, 막대기 등으로 선들을 반복해 그린 그림이다. 전시장에서는 밝고 화려한 바탕색 화면에 필선을 그은 그의 묘법 근작들과 설계도 그리듯 무늬와 색채 배치를 ‘지시’한 드로잉들을 볼 수 있다. 작가는 이 전시 외에도 11일부터 부산 조현 갤러리 초대전과 부산시립미술관의 대규모 회고전을 함께 열 예정이어서 미술시장에서 ‘박서보표’ 그림들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내년 1월20일까지. (02)735-8449.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송영수의 50년대 말 용접조각 작품 <새>
송영수의 50년대 말 용접조각 작품 <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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