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
‘에피톤 프로젝트’ 차세정
감성 멜로디 매력 ‘1인 그룹’
첫 단독공연부터 매진 행진
17~19일 콘서트 만원 조짐
“아이유·이문세 함께하고파” 조용한 반란이다. 17~19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에피톤 프로젝트 유실물보관소 오푸스 2’ 공연이 벌써 매진될 조짐이다. 지난해 12월 생애 첫 단독공연부터 매진으로 시작하더니, 지난 6월 서울 공연 세차례와 8월 부산 공연도 매진됐다. 10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선 수변무대 객석이 순식간에 가득 차 길게 줄을 늘어선 이들 중 상당수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방송 출연 한번 없이 공연장의 아이돌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뜻밖이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유일한 멤버 차세정(사진)은 ‘무대 울렁증’이 있다고 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2일 서울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난 차세정은 말수가 적고 숫기 없는 스물여섯살 청년이었다. “어릴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아버지께서 음악을 무척 좋아하셔서 집에 엘피 판이 많았거든요. 그걸 꺼내 들으며 놀았어요. 어떤날 1·2집, 비틀스, 베토벤…. 좀 커서는 윤상·토이(유희열)·공일오비를 특히 좋아했죠.” 막연히 음대에 가고 싶었으나 집안 반대로 사회학부에 진학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학기도 못 가서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공허한 마음에 뭐든 해야겠다고 여긴 그는 컴퓨터로 음악을 하는 미디 음악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작곡 이론을 독학해나갔다. 윤상·토이·공일오비 음악 분석은 필수 과목이었다.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사려고 영상·광고음악 등 이런저런 공모전에 지원했다. 붙으면 붙은 대로,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결과를 분석하고 연구했다. 2008년 여름 홍대 앞 중견 레이블 파스텔뮤직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다. 차세정은 자신이 작곡가로 들어가는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수로 앨범을 내는 조건이 들어 있었다. 일부는 객원보컬을 쓰고, 일부는 직접 불러 2009년 미니앨범 <긴 여행의 시작>을 발표했다. 토이·공일오비의 뒤를 잇는 작곡가 중심 프로젝트 그룹이 된 것이다. 90년대 감성이 깃든 멜로디에 세련된 전자음이 더해진 에피톤 프로젝트 음악은 특히 20대 여성들로부터 사랑받았다. 미니앨범과 지난 5월 발표한 1집 <유실물보관소>는 각각 2만장 가까이 팔렸다. 그는 첫 무대를 어떻게 치렀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2009년 5월 같은 소속사인 캐스커 공연에 게스트로 섰는데, 눈앞이 캄캄해져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후 공연은 되도록 피하고 싶어 했으나 소속사는 “잘만 하더만” 하면서 첫 단독공연을 잡아버렸다. 그는 철저하게 준비해 무대 울렁증을 이겨내기로 했다. 공연중 할 말까지 다 적어놓고 외워버렸다. 음향, 조명 등도 집적 챙기며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공연 뒤 관객들이 올린 후기를 하나하나 챙겨 읽었다. 어느새 공연만 하면 매진되는 공연계의 블루칩으로 자리잡았다. 그에게 지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전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감상회 같았다면, 페스티벌 무대는 관객과 교감하며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그제야 관객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데, 그 분위기를 잊을 수 없어요.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구성을 준비하고 있어요. 보통 객원보컬에게 맡겼던 빠르고 경쾌한 노래를 팬서비스 차원에서 제가 직접 부를까 생각중인걸요?” 다음에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를 물었더니 그는 “노래를 정말 잘하는 아이유, 목소리 자체가 악기인 김도향,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이문세, 이렇게 세 분을 꼭 모시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파스텔뮤직 제공
첫 단독공연부터 매진 행진
17~19일 콘서트 만원 조짐
“아이유·이문세 함께하고파” 조용한 반란이다. 17~19일 서울 건국대 새천년관 대공연장에서 열리는 ‘에피톤 프로젝트 유실물보관소 오푸스 2’ 공연이 벌써 매진될 조짐이다. 지난해 12월 생애 첫 단독공연부터 매진으로 시작하더니, 지난 6월 서울 공연 세차례와 8월 부산 공연도 매진됐다. 10월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에선 수변무대 객석이 순식간에 가득 차 길게 줄을 늘어선 이들 중 상당수가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방송 출연 한번 없이 공연장의 아이돌로 떠오른 것이다. 그런데 뜻밖이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유일한 멤버 차세정(사진)은 ‘무대 울렁증’이 있다고 했다.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2일 서울 홍대 앞 한 카페에서 만난 차세정은 말수가 적고 숫기 없는 스물여섯살 청년이었다. “어릴 때부터 집에 혼자 있는 걸 좋아했어요. 아버지께서 음악을 무척 좋아하셔서 집에 엘피 판이 많았거든요. 그걸 꺼내 들으며 놀았어요. 어떤날 1·2집, 비틀스, 베토벤…. 좀 커서는 윤상·토이(유희열)·공일오비를 특히 좋아했죠.” 막연히 음대에 가고 싶었으나 집안 반대로 사회학부에 진학했다. 하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한 학기도 못 가서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공허한 마음에 뭐든 해야겠다고 여긴 그는 컴퓨터로 음악을 하는 미디 음악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작곡 이론을 독학해나갔다. 윤상·토이·공일오비 음악 분석은 필수 과목이었다. 작업에 필요한 장비를 사려고 영상·광고음악 등 이런저런 공모전에 지원했다. 붙으면 붙은 대로, 떨어지면 떨어진 대로 결과를 분석하고 연구했다. 2008년 여름 홍대 앞 중견 레이블 파스텔뮤직에서 계약하자고 연락이 왔다. 차세정은 자신이 작곡가로 들어가는 줄로만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가수로 앨범을 내는 조건이 들어 있었다. 일부는 객원보컬을 쓰고, 일부는 직접 불러 2009년 미니앨범 <긴 여행의 시작>을 발표했다. 토이·공일오비의 뒤를 잇는 작곡가 중심 프로젝트 그룹이 된 것이다. 90년대 감성이 깃든 멜로디에 세련된 전자음이 더해진 에피톤 프로젝트 음악은 특히 20대 여성들로부터 사랑받았다. 미니앨범과 지난 5월 발표한 1집 <유실물보관소>는 각각 2만장 가까이 팔렸다. 그는 첫 무대를 어떻게 치렀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2009년 5월 같은 소속사인 캐스커 공연에 게스트로 섰는데, 눈앞이 캄캄해져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이후 공연은 되도록 피하고 싶어 했으나 소속사는 “잘만 하더만” 하면서 첫 단독공연을 잡아버렸다. 그는 철저하게 준비해 무대 울렁증을 이겨내기로 했다. 공연중 할 말까지 다 적어놓고 외워버렸다. 음향, 조명 등도 집적 챙기며 완성도를 높여나갔다. 공연 뒤 관객들이 올린 후기를 하나하나 챙겨 읽었다. 어느새 공연만 하면 매진되는 공연계의 블루칩으로 자리잡았다. 그에게 지난 그랜드 민트 페스티벌 무대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이전에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관객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감상회 같았다면, 페스티벌 무대는 관객과 교감하며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그제야 관객들이 제대로 눈에 들어오는데, 그 분위기를 잊을 수 없어요. 이번 공연에서도 관객들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새로운 구성을 준비하고 있어요. 보통 객원보컬에게 맡겼던 빠르고 경쾌한 노래를 팬서비스 차원에서 제가 직접 부를까 생각중인걸요?” 다음에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를 물었더니 그는 “노래를 정말 잘하는 아이유, 목소리 자체가 악기인 김도향,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시는 이문세, 이렇게 세 분을 꼭 모시고 싶다”며 수줍게 웃었다. 1544-1555.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파스텔뮤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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