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넛
‘악동’ 인디밴드 크라잉넛 책 펴내
영원한 악동 크라잉넛이 책을 냈단다. 아니, 앨범이 아니라 책이라고? 뭔가 안 어울린다. 지난 6일 저녁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 카페에서 열린 ‘향긋한 북살롱’에 찾아가봤다. 상상마당과 예스24가 마련한 ‘독자와의 만남’ 자리였다.
“데뷔 15돌을 맞아 책을 내게 됐는데, 제목이 <어떻게 살 것인가>로 정해졌어요. 사실 어떻게 살 것인가 고민해본 적도 없기 때문에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냥 이렇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정도를 보여드리려고요.”(이상혁)
“재밌게 음악하고 술 마시고 하다 보니 15년이 지났네요. 이렇게 살아도 되더라, 이런 느낌의 책이에요.”(한경록)
“책을 읽고 나서 ‘어떻게 살 것인가’ 뒤에 물음표를 찍을지 느낌표를 찍을지는 여러분들의 상상에 달려있습니다.”(김인수)
책 소개를 간단하게 마친 이들은 이내 본업으로 돌아가 공연을 시작했다. 어쿠스틱 기타·베이스, 카혼 등 언플러그드 편성으로 ‘서커스 매직 유랑단’, ‘밤이 깊었네’를 부르자 다소 무겁던 분위기가 환호성과 함께 달아올랐다.
책은 크라잉넛과의 인터뷰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쓰여졌다. 마치 술자리에서 이들과 대화하는 것처럼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박윤식은 “친구에게 얘기하듯 했다”고 말했다. 김인수는 “술 마시면서 얘기한 것이기 때문에 적나라하게 다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어느덧 30대 중반. 지금 모습에 충분히 만족하고 있을까?
“즐기는 게 그대로 일이 돼서 행복해요. 돈을 많이 버는 건 아니지만 또래 친구들만큼은 버는 것 같고요. 어른들 중에는 ‘딴따라’라며 안좋게 보시는 분도 있는데, 우리 건전해요. 술만 좀 마신다 뿐이지 마약도 안해요. 정말 좋은 직업이죠. 젊은 친구들도 많이 저질렀으면 좋겠어요. 넘어지고 좌절도 하겠지만 다시 시작하면 되죠. 넘어지고 다치고 해야 나중에 안 아프게 넘어지는 법을 알게 돼요.”(박윤식)
“더 바라는 게 있다면 나중에 내 자식이 부모 직업란에 ‘인디 밴드’라고 당당하게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한경록)
객석에 있던 한 여성 독자가 말했다.
“이 책이 20대 젊은이들에게 크라잉넛 같은 밴드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유의미하지만 동시대를 겪어온 저 같은 사람들에게 큰 의미가 있어요. 당신들 너무 잘해왔고, 현명한 생각과 선명한 미래를 갖고 있기에 앞으로도 계속 잘해나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당신들 바람처럼 60대에도 펑크를 하는 밴드가 되면 저도 60대 펑크 팬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반드시 60살까지 음악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서 또 생긴 것 같군요. 하하~”(한경록)
크라잉넛은 다시 노래했다. ‘마시자’, ‘스탠드 바이 미’에 이어 데뷔곡 ‘말 달리자’를 부르자 카페는 이내 라이브 클럽으로 바뀌어버렸다.
“어쿠스틱 ‘말 달리자’는 오늘이 처음인데, 연습을 덜 했어요. 12월 31일 상상마당 라이브홀에서 어쿠스틱 공연하는데, 그땐 더 멋지게 할게요.”
“지금도 멋있어요. 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상상마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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