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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언젠가 찾아올 ‘이별’과 마주하세요

등록 2010-12-16 20:59수정 2010-12-17 15:50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자매회’ 호스피스 활동 다룬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대학로서 내년 1월16일까지
배우들 간접 죽음체험 참여
“실화에서 나오는 진정성 담아”

몇해 전부터 웰빙에 이어 웰다잉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 못지않게 아름답고 품위있는 죽음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티베트 사자의 서>의 ‘죽음의 기술’에서도 “죽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그대는 사는 법을 배우게 되리라”라고 했다.

천주교 수도회인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 수녀들은 1965년 강원도 강릉에 최초의 호스피스 시설인 갈바리의원을 설립하여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웰다잉 봉사활동을 해왔다. 수녀들은 그동안 호스피스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사연들을 책에 담아 2003년에 이어 최근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휴 펴냄)를 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을 비롯해 수많은 독자를 울렸던 이 수기집이 최근 휴 출판사에서 개정판이 나와 더 큰 감동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연극으로 만들어져 17일부터 대학로 세우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연극 <의자는 잘못 없다>, <살인교습> 등 대학로에서 꾸준하게 활동해 온 선욱현(42·극단 필통대표) 작가가 대본을 쓰고 <춘천 거기>, <임대아파트> 등 섬세한 연출로 주목받아 온 김한길(38·극단 청국장 대표) 연출가가 연극으로 다듬었다.

“죽음이라는 것을 비워진 여백이라고 여기고 관객들의 상상력을 기대하면서 만들었습니다. 관객들이 연극을 보면서 느껴지는 여백을 하나하나 채워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죽음 자체를 좀더 객관적이고 사실적으로 받아들여 현재의 삶을 살면서도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


김한길 연출가는 “2008년 12월에 시사주간지 <한겨레21>(제712호)에서 기획기사로 다루었던 ‘죽음의 품격’을 읽고 깊은 인상을 받아 언젠가 연극으로 만들고 싶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찾아와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극단 마중물이 만든 연극 <죽이는 수녀들 이야기>는 호스피스 활동을 해온 갈바리 성모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후원의 밤 행사가 배경이다. 수녀들은 도움의 손길을 찾기 위해 그동안 호스피스를 하면서 겪었던 일들 중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직접 공연으로 옮긴다. 그림 하나에 목숨을 걸고 살다가 위암으로 스물네살에 요절하는 미술학도, 자기 자식을 두번이나 버리게 된 할머니의 기구한 인생, 압구정역 일대의 건물을 반 이상 소유한 자린고비 할아버지, 서로 좋아 죽고 못사는 젊은 부부들의 이별과 그들과 만난 좌충우돌 호스피스 수녀들의 웃지도 못할 이야기들이 극중극으로 펼쳐진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과 <텔미썸딩>, <봄날은 간다>의 손영순(68)씨와 국립극단 배우 출신 정상철(62)씨를 비롯해 백미란, 박명신, 오아랑, 백승철, 김남희, 임은희, 공재민, 김찬형, 조윤미씨 등 연극배우들이 출연한다. 배우들은 “아직 경험하지 못한 죽음이라는 것을 표현해야 했기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밝혔다.

그래서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가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현가정호스피스를 찾아가 ‘버리고 떠나기’라는 간접 죽음 체험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다양한 연령대의 배우들이 모이다 보니 ‘버리기’의 순서가 다양해서 흥미로웠다고 한다. 예를 들면 나이가 많을수록 건강을 나중에 버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가족을 나중에 버렸다.

김 연출가는 “실화가 주는 힘을 믿고 슬픔이나 눈물은 오히려 배제하려고 했다”며 “진정성에서 우러나오는 지점에서 분명히 관객이 동화되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마리아의 작은 자매회는 예수가 십자가에서 숨진 갈바리(골고타)언덕까지 함께한 어머니 마리아와 여성들처럼 죽음에 직면한 이들과 마지막까지 함께하기 위해 1877년 영국 여성 메리 포터가 설립했다. 한국에서는 강릉의 갈바리의원 외에도 1987년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모현가정호스피스, 2005년 경기도 포천에 16병상 규모의 호스피스병동인 모현의료센터를 설립해 40여명의 수녀들이 임종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만나고 있다. 내년 1월16일까지. (02)318-4148.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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