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

아이유는 폭발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안정적인 수요가 있는 가수로 보인다. 나이답게 귀여운 아이유 특유의 인상, 그리고 완벽한 이목구비만을 원하지는 않는 덕후들의 미묘한 취향으로부터 비롯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는 노래를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출하다. 여타의 가수들이 노래를 하찮게 여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발라드를 표방하지 않는 한 대체로 팀의 유지 혹은 특정한 컨셉트를 이유로 노래를 받아들이는 역량이 크게 돋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에 반해 솔로로 활동하는 아이유는 종종 능숙한 통기타 연주를 선보일 정도로, 노래 혹은 음악에 집중하는 조금 더 진지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는 뮤지션의 영역에 진입하려 애쓰는 어필이기 이전에 리듬 위주로 프로듀싱된 곡 자체와 빈틈없는 퍼포먼스나 새로운 패션 등 전반적인 스타일링에 몰두하는 또래 아이돌에 대한 대안으로 보인다. 즉 그녀의 노래는 정형화된 시각적인 효과를 표출하는 일 이전에 목소리, 나아가 음악를 전달하는 일에 가장 크게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런 아이유의 이미지는 먼 옛날의 이지연이나 박준희 같은 청아한 이미지의 고교생 가수를 환기하기도 한다.
귀엽고 풋풋한 인상으로 데뷔한 대부분의 여가수가 적당한 전환의 타이밍이 찾아오면 섹슈얼리티를 택한다. 그런데 신곡 ‘좋은 날’의 아이유는 전에 비해 귀여운 어필의 강도를 조금 낮추고 이른바 ‘3단고음’으로 불리는 고난이도의 하이라이트를 변화의 요소로 택했다. 고음이 언제나 가창력을 판단하는 제1의 기준이 되지는 않지만, 근본적인 능력치가 있지 않고서야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인 것은 확실하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안무를 곁들이고는 있지만 작게 움직인다던지 노래를 하지 않는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움직인다던지 하는 식으로, 보컬의 호흡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보여주도록 설계했다. 그리고 누가 자신을 지지하고 있는지를(오빠!) 정확히 이해하는 보답의 가사를 살짝 탑재했다. 이렇듯 약간의 애교는 빼놓지 않지만 애교 위주로 노래를 구성하지는 않는다는 뜻이고,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신체적 성숙이 아니라 음악적 기교의 확장을 보여주는 일에 주력한다는 뜻이다.
앨범을 펼치면 보다 의젓한 아이유를 만난다. 대표곡 ‘좋은 날’과 시즌을 겨냥한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정도를 제외하고 아이유는 퍼포머가 아닌 전달자의 역할로 수수한 발라드에만 집중한다. 춤추며 업비트의 화사한 노래를 부르는 것은 대세를 따르는 과업일 뿐 진정으로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 분야는 애써 힘을 싣지 않으며 목소리와 감정을 담백하게 표출하는 일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리고 남들이 쪼개 부르고 나눠 부르면서 어쩔 수 없이 분산되는 곡의 이미지를 혼자이기에 독자적인 주도권과 책임감을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이끌어갈 수 있다고 자신하는 것처럼. 여느 댄스 가수가 구색으로 발라드를 싣는 구성과 애초에 목표가 달랐을 이 발라드 위주의 앨범은, 그래서 동시대의 그룹 아이돌이 도달하기 어려운 일관성과 집중력을 가진다. 따라서 즐기기 위한 앨범이기 이전에 드물게 감상용으로 최적화된 앨범이라 말할 만하다. 이런 건 팬심돋는 오빠가 써야 마땅할 것 같은데, 언니의 입장으로도 만족스러운 성과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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