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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불꽃처럼 터지는 음악 ‘폭풍 질주’하다

등록 2010-12-22 08:33

국카스텐
국카스텐
떠오르는 4인조 록밴드 ‘국카스텐’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수상…최근 낸 미니앨범 초판 매진
“콘서트할때 접신하는 기분”…내년 단독공연하고 2집 발표

“이보다 더 뜨거울 수 없다.”

이들의 무대를 보고 나면 절로 내뱉게 되는 말이다. 음악계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신예, 가장 ‘뜨거운’ 록스타, 바로 4인조 록밴드 국카스텐이다. 국카스텐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 옛말. 만화경 안에서 터지는 불꽃같은 이미지의 음악을 하고 싶어 붙인 이름이다.

이들이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건 지난 2008년. 교육방송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 연말 결선에서 대상을 탔다. 이때 받은 상금으로 데뷔 앨범 제작에 들어갔다. 하지만 곧 시련이 닥쳤다. 스튜디오에서 애써 녹음한 원본을 담아둔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불타버린 것이다.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엔지니어가 믹싱 도중 임시로 구워놓은 시디 한 장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각 악기 파트별 연주가 제대로 믹싱되지도 않았고 심지어 드럼은 실제 연주가 아니라 미디(컴퓨터로 만든 사운드)로 입혀져 있었지만, 구세주와도 같은 존재였다. 데뷔를 더는 늦출 수 없었던 이들은 여기에 <비포 레귤러 앨범>이라는 이름을 붙여 2009년 2월 내놓았다.

사운드의 결함에도 앨범은 1만장 가까이 팔려나갔다. 앨범 발매 기념 공연장이 금세 꽉 차 적잖은 이들이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전규호(기타)는 “앨범으로 성이 안 찬 이들이 대거 몰려든 것 같았다”고 했다. 국카스텐은 앨범 사운드의 아쉬움을 달래려고 무대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냈다. 하현우(기타·보컬)는 “매번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접신하는 기분마저 든다”고 말했다. 김기범(베이스)은 골반뼈가 부러진지도 모르고 공연에 몰두한 적도 있단다.

국카스텐
국카스텐

무대에서의 무한질주가 입소문을 타자 여기저기서 러브콜을 보내왔다. 여러 페스티벌은 물론 지상파 방송에서도 손짓했다. <이하나의 페퍼민트> <음악여행 라라라> <음악창고> 같은 라이브 프로그램은 물론 주로 아이돌이 나오는 <쇼 음악중심> <엠카운트다운>에서도 연주력을 뽐냈다. 타이틀곡 ‘거울’은 누구든 한번만 들어도 뇌리에 박힐 정도로 강렬했다. 방송 출연 때마다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2010년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과 최우수 록 노래상을 받기도 했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이들은 숙원사업인 1집 재녹음에 들어갔다. 환경이 나아진 만큼 욕심도 커졌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갈아엎고 다시 하기를 여러차례. 그러다 보니 그동안 모아온 돈 2500만원을 모조리 쏟아붓게 됐다.

전규호는 “(녹음에 엄청난 돈을 들이는) 본 조비가 되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이정길(드럼)은 “그래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리레코딩>이라 이름 붙여 1년 2개월 만에 1집을 재발매했다. 예전 앨범을 가져오면 바꿔주는 ‘리콜제’를 실시했지만, 두 장 모두 소장하기를 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국카스텐이 최근 발표한 미니앨범(EP) <타그트라움>(각성몽을 뜻하는 독일어)은 이제껏 쌓아온 명성을 배반하지 않는다. 강렬한 데뷔작 이후 부담감에 못 이겨 실망스러운 후속작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이지만, 이들은 이런 징크스를 가뿐히 제쳐버렸다. 음악적 깊이는 더욱 옹골차졌으며, 현실과 어정쩡하게 타협하는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지글거리는 기타와 이글거리는 보컬이 직조해낸 ‘붉은 밭’과 ‘매니큐어’가 투톱이다. 스패니시 기타 주법에 탭댄서까지 곁들여 원곡을 완전히 해체하고 재창조한 ‘붉은 밭 어쿠스틱 버전’은 막강한 섀도 스트라이커다.

팬들의 반응은 불보다 뜨겁다. 초판 2000장이 발매되자마자 다 팔렸다. 이에 보답하고자 국카스텐은 내년 초 단독공연을 펼친다. 1월22일 서울 홍대 앞 롤링홀에서 밴드 편성 공연을 하고, 23일에는 인천 부평아트센터에서 어쿠스틱 편성으로 무대에 선다. 내년에는 2집 앨범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음악계 초미의 관심사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루비살롱레코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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