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극은 배우가 관객의 시선으로부터 결코 벗어나지 못한다. 무대에서 처절할 정도로 혼신을 다해야 할 때 배우의 존재감과 힘이 생겨난다.
연극 <어느 배우의 슬픈 멜로드라마 맥베스>
대학로에 부는 1인극 바람
모든 배우의 꿈, 1인극이 요즘 대학로 연극판에서 잇따라 무대에 오르며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연극 <염쟁이 유씨>(오픈런 이랑씨어터)와 <어느 배우의 슬픈 멜로드라마 맥베스>(31일까지 동숭무대소극장), <기타맨>(28일~2011년 1월16일 정보소극장),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2011년 1월4일까지 소리아트홀) 등 모노드라마(1인극)가 연말연시 연극판에서 눈길을 끈다.
존재감 각인·진가 보여줄 기회
배우의 역량 확인하는 가늠자
‘염쟁이 유씨’·‘기타맨’ 등 눈길 고 추송웅씨는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오랜 무명배우에서 스타로 거듭났고, 양희경씨는 <늙은 창녀의 노래>로, 서주희씨와 장영남씨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인극에 도전했다 내상을 입고 좌절한 배우들도 수두룩했다. 모노드라마에선 배우는 절대 관객들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몸 하나로 모든 것과 맞상대해야하는 1인극 무대는 배우들에게 진정한 힘을 만들어주는 자리다. 동시에 준비가 안 된 배우들에겐 가장 큰 한계를 경험하게 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모노드라마 출연 배우는 일반 작품에 비해 작품 준비와 연습시간이 배가 된다고 말하는 것도 모노드라마의 무게감 때문이다. 관객으로선 어떤 연극 작품보다 배우의 모든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극단 풍경의 간판 방승구씨는 <기타맨>으로 변신했다. 거리에서 노래를 부르며 사람들이 던져주는 동전으로 생활하는 기타맨에 관한 이야기이다. 도시 속 외톨이로 살아가는 기타맨의 삶, 그가 지하도에서 마주치는 여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현재 유럽 연극계에서 주목받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작품으로, 극단 풍경 대표 박정희 연출가가 국내 초연 무대로 마련했다. 방승구씨는 기타맨 연기를 위해 실제 길거리에서 노래를 해보기도 했다.
<어느 배우의 슬픈 멜로드라마 맥베스>는 극단 초인 대표 박정의씨가 셰익스피어의 <맥베스>를 모노드라마로 각색하고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다. 한 무명배우가 맥베스를 연기하면서 느끼는 좌절감과 욕망 등을 드러내는 극중극. 여배우 이상희씨의 1인 무대다. 배우 한 명이 맥베스인 상황과 배우 자신인 상황을 나눠 두 캐릭터가 때론 나뉘고 때론 중첩되는 어렵고 매력적인 연극이다.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은 베테랑 배우 명계남씨의 1인극이다. 아큐라는 독재자가 퇴임한 뒤 감옥에 갇혀 독재의 당위성과 감옥살이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내용의 현실정치풍자극이다. 영화감독 여균동씨가 대본과 연출을 맡았다. 오로지 혼자 모든 연극을 책임지는 부담감은 평생 연기로 잔뼈가 굵은 명씨로서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명씨는 “나만의 세상이라는 희열감과 함께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는 중압감과 공포를 함께 맛본다”고 털어놓았다.
<염쟁이 유씨>는 지방의 무명배우 유순웅씨를 일약 스타로 만든 작품이다. 죽음을 통해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지는 이 연극은 지금까지 1200여회 공연을 했다. 올해는 원작 배우 유순웅씨 외에 임형택, 정석용씨 등 대학로 스타배우들이 번갈아가며 무대에 올라 1인 15역을 도맡아 하고 있다. 유씨는 “관객들이 한시간 동안 한 배우만 쳐다본다는 게 부담이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모노드라마의 매력을 소개했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배우의 역량 확인하는 가늠자
‘염쟁이 유씨’·‘기타맨’ 등 눈길 고 추송웅씨는 <빨간 피터의 고백>으로 오랜 무명배우에서 스타로 거듭났고, 양희경씨는 <늙은 창녀의 노래>로, 서주희씨와 장영남씨는 <버자이너 모놀로그>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일인극에 도전했다 내상을 입고 좌절한 배우들도 수두룩했다. 모노드라마에선 배우는 절대 관객들을 회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몸 하나로 모든 것과 맞상대해야하는 1인극 무대는 배우들에게 진정한 힘을 만들어주는 자리다. 동시에 준비가 안 된 배우들에겐 가장 큰 한계를 경험하게 되는 갈림길이기도 하다. 모노드라마 출연 배우는 일반 작품에 비해 작품 준비와 연습시간이 배가 된다고 말하는 것도 모노드라마의 무게감 때문이다. 관객으로선 어떤 연극 작품보다 배우의 모든 것을 실감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기타맨>(왼쪽) <아큐-어느 독재자의 고백>(오른쪽)
<염쟁이 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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