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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피르와 친구들 ‘아! 이 사진’] 천사들의 마음이 향하는 곳

등록 2010-12-24 08:55수정 2010-12-24 08:58

세바스치앙 살가두 <주아제이로 도 노르테에서의 첫 번째 성찬식>(1981)
세바스치앙 살가두 <주아제이로 도 노르테에서의 첫 번째 성찬식>(1981)
세명의 어린 천사들은 무엇을 떠올리고 있을까. 소녀들은 보슬보슬한 날개가 달린 순백의 옷을 입고서 가톨릭 성찬식을 맞고 있다. 이제 더 크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그들은 입을 앙다물거나 눈을 크게 뜨고 신의 은총을 기원한다. 왼쪽 소녀는 촬영자를 응시하는 다른 두 소녀와 달리 피안의 어딘가를 바라보는 듯한 얼굴이다.

휴먼 사진의 대가 살가두(66)의 이 성찬식 사진은 그가 사진에 입문한 초창기 중남미 일대를 돌며 그곳 사람들 모습을 담은 라틴아메리카 연작 중 하나다. 국민의 90% 이상이 유아세례를 받는 브라질에서 성찬식은 가장 중요한 통과의례 가운데 하나다. 작가의 앵글은 신과 자연에 순응하며 삶터를 가꾸는 브라질 민중의 내면을 귀여운 성녀 같은 소녀들의 얼굴과 자태에서 잡아낸다.

경제학 박사였던 살가두는 1960년대 말 아프리카 농업 현장을 조사하러 갔다가, 굶주림과 가뭄에 고통받는 주민들의 참상을 목격한다. 그 뒤 이론과 통계를 뛰어넘어 “모든 이들에게 번역할 필요도 없이 전달되는” 사진의 호소력에 심취한 그는 7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지구촌 곳곳의 소외지대를 라이카 카메라의 온기 어린 앵글로 기록해왔다. 단 한 컷의 결정적 순간을 중시했던 거장 카르티에브레송과 달리 그는 시간성과 몰입을 강조한다. 현장에서 오래도록 살며 그곳 사람들과 하나가 될 때 비로소 피사체가 제대로 보인다는 살가두의 휴머니즘은 그의 사진들을 인간의 숭고한 생존 의지를 담은 기록화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노형석 기자

한겨레신문사가 마련한 ‘세계 최고 사진의 만남, 델피르와 친구들’ 전(내년 2월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2-710-0765)은 전례없는 사진 거장들의 걸작 잔치다. 출품된 걸작들을 매주 두차례 지상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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