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소극장이자 1970년대 이후 문화적 명소로 한국 연극의 중요 무대였던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국내 최초의 민간 소극장
관객 줄고 쌓인 빚 ‘허덕’
정대경 대표 사비로 운영
후원자 없으면 문 닫아야
관객 줄고 쌓인 빚 ‘허덕’
정대경 대표 사비로 운영
후원자 없으면 문 닫아야
한국 최초의 민간 설립극장이자 소극장 운동의 본거지였던 서울 명동 삼일로창고극장이 존폐의 위기에 놓였다. 삼일로창고극장은 해마다 관객이 줄고, 2층 증축으로 내야 하는 건축 이행 강제금을 내지 못해 절박한 상황에 내몰렸다. 올해 안으로 건축 이행 강제금 4400만원을 내지 못하면 문을 닫아야 할 위기다.
삼일로창고극장은 지난 35년간 연출가 이원경·김도훈·오태석·강영걸 등과 배우 추송웅·전무송·유인촌·윤여정 등 한국을 대표하는 연극인들이 거쳐간 무대다. 정대경(51) 극장 대표는 “하루하루를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극장의 운명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화근은 6년 전 정대경 대표가 삼일로창고극장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준공된 지 40년이 넘은 건물 2층을 고쳤던 것이었다. 여름에는 비가 새고 겨울에는 찬 바람이 스며드는 2층 낡은 슬래브 지붕 바깥 부분을 뜯어내고 패널로 덮은 뒤 그 아래에 관객들의 휴식공간과 화장실을 꾸몄다. 하지만 절차를 제대로 몰라 공사 소음 민원을 받고 나온 구청 실사에서 증축으로 판정났고, 구청은 건축법 위반으로 건축 이행 강제금을 부과했다. 애초 강제금은 800만원이었지만 늘 어려운 운영난을 막느라 계속 내지 못하는 바람에 점점 불어나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다.
삼일로창고극장은 1970년대 초 극단 에저또를 이끌던 연출가 방태수씨가 1975년 서울 명동성당 뒤편 삼일로 큰길 옆 언덕배기에 자리잡은 허름한 창고 건물을 사들여 ‘에저또 창고극장’으로 꾸미면서 그 역사가 시작됐다. 70년대 최고의 히트작이었던 고 추송웅의 <빠알간 피터의 고백>을 비롯해 <고도를 기다리며>, <유리 동물원>, <세일즈맨의 죽음> 등 한국 연극사에 길이 남을 유명한 작품들이 이 무대에서 관객들과 만났다.
옛 명동국립극장(현 명동예술극장)과 남산드라마센터(남산예술센터)와 더불어 70~80년대 ‘명동문화’를 이끌었던 공간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후 연극의 중심이 명동에서 대학로로 옮겨가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고, 한때 극장 건물이 김치공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4년 잘나가던 공연음악 작곡가였던 정 대표가 연극에 대한 열정 하나로 사재를 털어 삼일로창고극장의 여섯번째 운영자로 나서 지금까지 이끌어왔다. 정 대표는 집과 스튜디오는 물론 차까지 팔아 마련한 자금으로 마임과 모노드라마 공연을 올려 옛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다시 위기를 맞게 되고 말았다.
정 대표는 지난 10월 건물주에게 12월31일까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창고극장을 반환하기로 각서를 썼다.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운영난으로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하는 처지여서 건물주에게 더는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정 대표는 “건물주 할머니께서 가끔 오셔서 ‘극장이 잘 되고 관객이 많이 오게 해달라’고 기도해 주시고 공연을 보실 때도 꼭 티켓을 사서 오시는 고마운 분”이라고 소개했다.
삼일로창고극장이 문을 닫게 되면 단순히 극장 하나가 없어지는 것을 넘어 국내 연극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극장 연극의 발원지가 영원히 소멸되게 된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선의의 후원자가 나타나지 않는 한 이 극장의 운명이 바뀔 극적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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