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명성 프라하 신년음악회를 가다
경쾌한 클래식·흥겨운 호응
대중적이고 즐거운 분위기
한국음악가들 10년째 협연
대중적이고 즐거운 분위기
한국음악가들 10년째 협연
세계적 명성 프라하 신년음악회를 가다
“혹시 음악가세요?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1일 체코 프라하의 한 호텔에서는 기분 좋은 해프닝이 벌어졌다. 매년 1월1일 개최하는 프라하 신년 음악회를 취재하러 온 기자와 일행을 호텔 직원이 연주회에 참석하는 음악가로 착각한 것이다. 신년 음악회가 열리는 루돌피눔 위치를 물었을 뿐인데 호텔 직원은 악기와 연주자 이름을 늘어놓으며 신년 음악회는 꼭 봐야 한다는 등 관심이 대단했다.
신년 음악회가 오랜 전통인 유럽에서도 체코의 프라하 신년 음악회는 오스트리아 빈 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와 더불어 세계 2대 신년 음악회로 꼽힌다. 빈 신년 음악회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수준 높은 행사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면, 프라하 신년 음악회는 누구나 편하고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대중적인 음악회로 체코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것으로 유명하다.
1일 저녁 8시 프라하 루돌피눔 드보르자크홀에서 열린 2011년 프라하 신년 음악회는 시작 1시간 전부터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고, 유럽은 물론 아시아에서 온 관광객들도 여럿이었다. 백발 노부부부터, 데이트하는 연인, 엄마 손을 잡고 온 아이까지 다양한 관객들이 드레스부터 정장, 캐주얼까지 자유로운 차림으로 500석 객석을 금세 채웠다. 정장 일색인 우리나라 공연과 달리 신년 파티장 같은 분위기였다. 빈 필 신년 음악회가 요한 슈트라우스 일가의 왈츠, 폴카, 행진 등으로 구성된다면 프라하 신년 음악회는 새해에 맞춘 한결 가볍고 경쾌한 것이 특징이다. 올해는 특히 체코와 동구권에서 이름이 제법 알려진 한국인 음악가가 협연자로 참여해 눈길을 모았다. 한국 플루티스트 유재아, 소프라노 이원신씨가 무대에 올랐다.
프라하 신년 음악회에는 10년 전부터 한국 음악가들도 꾸준히 참가하고 있다. 이원신씨는 “제가 선 무대를 지휘자가 보고 추천했는데, 한국 연주자들에게 잘 없는 기회를 얻어 신년 음악회에 설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아티스트별로 레퍼토리를 맞췄다기보다는 새해의 즐겁고 기쁜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구성이었다.
체코는 그 어떤 나라보다 다양한 클래식 공연이 열린다. 프라하의 봄 음악축제는 유럽에서도 유명하다. 여름에는 매일 다른 오페라가 상영되고, 공연 전단을 늘 거리에서 받아들 수 있다.
빈 필 신년 음악회가 철저하게 회원제로 운영되어 1년 전부터 표가 매진되는 등 일반인이 관람하기 힘든 반면, 프라하 신년 음악회는 정기 회원제도 있지만 일반 관객들을 상대로 표를 팔아 구입이 자유롭다. 한국과 달리 초대권의 개념이 거의 없는데도 매년 매진이다. 이날 공연을 보러온 니키는 “클래식 없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며 “매년 새해를 신년 음악회와 함께 시작해왔다”고 말했다.
북체코 필 오케스트라 초청지휘자 페트르 브론스키는 경쾌한 곡들을 한껏 즐겁게 이끌어갔다. 2시간이 넘는 내내 관객들은 감상 못잖게 분위기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연인들은 가벼운 입맞춤도 하고, 바이올리니스트 이반의 열정적인 연주에는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협연한 유재아씨는 “한국과 달리 악장과 악장 사이 손뼉을 치기도 하는 등 체코 관중들은 정말 흥에 겨워 클래식 연주를 듣고 있는 것이 느껴져 연주자도 절로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근엄하고 권위적인 클래식이 아니라 생활속에서 쉽게 만나고 즐기는 클래식, 체코의 신년 음악회는 음악이 삶의 일부인 클래식 본고장의 ‘편안하고 만만한’ 감상문화를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프라하/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쉔부른 클래식 매니지먼트 제공
프라하 신년 음악회에서 협연한 플루티스트 유재아씨, 소프라노 이원신씨, 노스 체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지휘자 찰스 올리비에리 먼로(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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