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1992)
<프랑스 사진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1992)
이 한장의 사진은 ‘결정적 순간’의 진수를 보여준다. 바로 이 명제 하나로 사진사에 획을 그은 거장이 자화상을 그리는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고 있다. 작품 주인공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1908~2004). 1970년 사진가 활동을 접겠다고 선언한 뒤 타계 때까지 30여년을 드로잉에만 전념했던 그의 노년기 일상에 얽힌 소중한 기록이다. 1992년 어느 날 브레송의 아내인 사진가 마르틴 프랑크(73)가 찍은 사진은 오묘한 역삼각형 구도가 단연 눈을 사로잡는다. 뒷 모습만 보이는 실제 브레송은 맞은편 창문 거울에 비친 그의 얼굴상을 오롯이 응시한다. 두 피사체 사이 아래쪽에 거울상을 모델 삼아 그리는 자화상 드로잉이 배치되면서 실제 브레송과 거울에 투영된 브레송 사이의 시선을 하나로 묶어준다. ‘부창부수’일까. 평생 동반자였던 거장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했던 프랑크의 섬세한 시선과 즉물적 감각이 만나 수작을 만들어냈다.
벨기에 태생의 프랑크는 패션잡지 <보그>의 여성 사진 시리즈를 비롯해 숱한 예술가 인물 연작으로 알려져 있다. 신예 작가 시절이던 1970년 전부인과 이혼한 브레송이 그와 재혼한다고 전격 발표하면서 유명세를 탔다. 보도사진가 단체 매그넘 회원으로서 여성 인권 운동에도 관여해온 그는 객관적 기록성보다 개인적 시선으로 대상 인물의 특성을 캐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작가는 말한다. “사진은 거짓말도 아니지만 진실도 아니다. 좀더 유동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을 전하는 매체가 사진이다. 예측할 수 없는 순간들 때문에 사진은 매력이 있다.” 노형석 기자
‘세계 최고 사진의 만남, 델피르와 친구들’ 전(2월2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02-710-0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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