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평범한 남자로 다시 오다
16일부터 명동예술극장서 연극 공연
재단법인 국립극단 첫 작품
재단법인으로 독립해 출발하는 국립극단(예술감독 손진책)이 첫 작품으로 소포클레스의 고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를 1월20일~2월13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올린다. 지난해 <대학살의 신>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연출상을 수상한 국립극단 상임연출가 한태숙씨가 연출을 맡아 고전의 재해석과 음악, 그림, 조각 등 각종 물건들을 활용하는 ‘한태숙표 고전’으로 탈바꿈을 시도한다.
이번 공연은 오이디푸스를 ‘평범한 보통 남자’로 맞춘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인 오이디푸스는 잘생긴 외모에다 불굴의 의지력을 가진 인간이지만, 이번에는 성미가 급하고 우울과 불안에 떠는 평범한 인물로 그려진다.
한태숙 연출가는 “‘한치 앞도 모르는 운명 앞에 우리는 모두 장님’이라는 공연 타이틀에 걸맞게 오이디푸스를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보통 남자로 구축해 하루하루 맹목적으로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말하고 싶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런 주제의식을 다양한 ‘시청각적 모티브’를 활용해 현대식으로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는 테베의 왕 라이우스와 왕비 요카스타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오이디푸스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신탁의 운명을 피하기 위해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지만 결국 자기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비극적 이야기다. 한태숙 연출가는 이 이야기를 삶의 가도를 내쳐 달리다 ‘우연한’ 위기에 봉착한 한 남자의 이야기로 그린다. 배경과 줄거리는 원작을 바탕으로 하지만 대사를 김민정 작가가 요즘 말로 풀어 쓰고 의상과 음악, 무대 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꾸민다.
오이디푸스 역은 이상직씨가 맡고, 숙부 크레온 역에 정동환씨, 신탁을 전하는 늙은 예언가 티레시아스 역에 박정자씨, 어머니이자 아내 요카스타 역에는 서이숙씨 등 내로라하는 중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도 주목거리. 주인공 이상직씨는 “이렇게 인간 본연과 운명에 대해서 질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행복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여배우로서 남성인 티레시아스를 연기하게 된 박정자씨는 “아주 고전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어떻게 하면 이 작품을 관객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벙어리 역으로 나오는 이영란씨가 높이 10m, 길이 8m의 대형 벽에 분필로 벽화를 그리는 장면이다. 대중과 여론을 상징하는 ‘눈들’을 표현하기 위해 공연 시작 전부터 1시간40분간의 공연 시간 내내 수많은 인물로 벽화를 가득 채워 또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게 된다. 02)3279-2233
정상영 기자, 사진 국립극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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