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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스포츠…감동 또는 냉소

등록 2011-01-17 20:31수정 2011-01-17 21:01

‘바벨에게 묻다’
‘바벨에게 묻다’
변대용 팝아트전 ‘너는 나다. 나는 너다’
여자 역도 스타 장미란 선수가 팝아트에 등장한 까닭은? 부산에서 주로 활동해온 작가 변대용(39)씨는 최근 장 선수와 팝아트 사이에 처음 인연을 맺어주었다. 천근만근 바벨을 허공에 띄우고 손가락으로 툭툭 치는 명랑소녀 장미란이 플라스틱 부조판에서 놀고 있는 모습으로. 작가는 장 선수와 바벨 형상을 뜬 플라스틱 조각들을 잇대어 붙이며 부조를 완성했다. 조립모델 같은 부조 표면에 자동차 도료를 발라 매끈한 공장제품처럼 보이게 했다.

이 ‘팝적인’ 제작 과정에 힘입어 역기와 역사의 둔중한 인상은 홀연 사라졌다. 대신 소녀 장미란의 가볍고 발랄한 몽상이 작품에 감돌게 됐다. 싱긋 웃음 지으며 바벨과 문답놀이를 하는 듯한 장 선수의 이미지는 괴력의 역사 또한 보통 사람의 감성과 꿈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바벨에게 묻다’(위 사진)라는 이 작품은 지난해 연말부터 서울 논현동 갤러리 로얄에 차려진 변씨의 전시 ‘너는 나다. 나는 너다’의 출품작 가운데 하나다. ‘바벨…’이 암시하듯, 여러 경기 장면의 한순간을 팝아트풍으로 가볍고 발랄한 색감으로 녹여낸 이 전시는 일종의 스포츠 팝아트 격이다. 출품작들은 야구의 타격(아래), 탁구의 수비, 육상 경기의 역동적 순간을 스냅처럼 포착해 반질거리는 플라스틱 부조나 조형물로 재현한 것들이다.

야구의 타격
야구의 타격
하지만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현실에 대한 작가의 냉소나 직시의 흔적이 뚜렷하게 묻어나온 결과물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만하다. 거꾸로 선 채 달리는 육상선수들의 운동화에 있는 나이키 같은 유명 브랜드 상표를 부각시킨 구도는 분명 거대 스포츠 자본에 대한 냉소일 터다.

발목 의족을 마치 날개처럼 휘날리며 달리는 장애우 선수들의 질주, 한쪽 팔 없는 축구선수의 상에서는 인간의 의지, 꿈의 온기까지도 팝아트로 담아내려는 작가의 또다른 고심을 읽을 수 있다. 권투 중 쓰러진 선수의 멍든 눈 대신 화면 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도록 한 조형적 재치도 상큼하다. 작가는 2000년대 중반 이래 ‘샴쌍둥이 미키’ ‘아이스크림 먹는 백곰’ 등의 우화적인 팝아트 동물상들을 통해 인간 문명의 엇나간 욕망을 꼬집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현실과 유희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감을 맞추며 이야기를 풀어온 그의 팝아트가 이번 스포츠 연작을 계기로 어떤 변화를 거듭할지 기대된다. 2월6일까지. (02) 514-1248.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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