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개성 넘치는 퓨전국악그룹 키네틱국악그룹 옌 멤버들. 왼쪽부터 차정희(대금·소금), 이샘이(피리·태평소), 한솔잎(장구·꽹과리·퍼커션), 남경민(가야금), 강둘이(해금·리더).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연주·기획·연출자 7명으로 구성
홍대앞 등에서 공연 ‘시대와 소통’
홍대앞 등에서 공연 ‘시대와 소통’
[2011 공연계 주목 이스타] ④ 키네틱국악그룹 옌
지난해 11월20일 저녁 6시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 플레이하우스. 해금과 대금, 가야금, 피리, 장구 등 한국의 전통악기들이 일렉트로닉 비트를 타고 소리를 주고받자 700여석을 가득 메운 객석에서 휘파람과 박수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한국의 젊은 여성 국악연주단체 ‘키네틱국악그룹 옌’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최대 음악시장인 ‘2010 오스트레일리아-아시아월드뮤직엑스포’에서 일렉트로닉 국악 ‘더 게임’, ‘어번 하트’ 등 10곡을 1시간 동안 쇼케이스 공연으로 선보여 호평을 받았다.
“옌은 한국 전통음악의 현대적인 해석과 현대적인 무대로 새로운 소리를 창조한다. 현대 도시의 삶이라는 콘셉트는 세계 어느 나라 어느 도시에서 수용 가능한 언어다. 옌이 음악을 통해 하고 있는 이야기는 오스트레일리아 관객과 한국 관객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월드뮤직 엑스포의 예술감독 사이먼 레이너는 “옌의 음악은 젊고 당당한 한국의 문화를 투영하고 있으며, 세련되고 신선한 음악으로 잘 표현되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일렉트로닉 차용 월드뮤직 빛깔
3년간 정부지원 받고 올해 자립 키네틱국악그룹 옌은 2003년 12월 국악고 출신 강둘이(해금, 리더), 남경민(가야금), 이샘이(피리·태평소), 차정희(대금·소금), 한솔잎(장구·꽹과리·퍼커션) 등 다섯 명의 연주자와 김미소(연출), 김미린(기획) 등 20대 여성 7명이 “국악을 통하여 이 시대의 젊음을 노래하다”는 뜻으로 뭉쳤다. ‘키네틱’(Kinetic)은 ‘동적’이라는 의미이고 그룹 이름 ‘옌’(Yen)은 ‘재주 예’자에 ‘사람 인’자를 합친 ‘예술인’이라는 뜻이다. 옌은 2004년 8월 홍대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무대에 선 뒤 ‘옌, 기생되다’, ‘아트 옌 더 시티’, ‘바람난 도시’ 등 정기공연 14회, 볼리비아, 페루, 호주, 뉴욕 등 해외 공연을 통해 국악과 문학, 연극, 무용, 영상 등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2005년 국악축전 창작국악경연대회 대상,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집중육성단체에 최연소로 선정되는 등 국악걸그룹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특히 이들은 2008년 아트앤시티 공연을 기점으로 국악과 일렉트로닉 음악과의 독특한 접목을 시도하면서 첫번째 앨범인 <어번>(도시)을 발표해 국악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지금 즐기고 지금 관심 있고 지금 좋아하는 음악, 시대와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클럽에서 즐길 수 있는 국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거죠.”
리더 강둘이씨는 “현재는 일렉트로닉 국악이지만, 앞으로 더 자극적인 무언가가 우리에게 온다면 새로운 옌만의 음악으로 풀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옛것을 가지고 지금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우리가 하는) 음악의 장르는 바뀔 수 있어도 이 생각만은 변함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남경민씨는 “처음에는 국악판에서 우리가 다른 길을 간다고 비판적인 시선과 트집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꾸준히 활동하면서 성장해나가자 보는 눈들은 달라졌다.
특히 서울 청담동과 신사동, 홍대 등지의 클럽에서 공연을 이어간 것은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디제이의 사운드 디자인과 브이제이의 감각적인 영상이 더해진 일렉트로닉 국악은 클럽문화에 익숙한 젊은이들을 국악판으로 끌어모았다. 옌의 멤버들은 어릴 때부터 국악 공부를 했지만 옌의 음악은 국악의 냄새보다는 월드뮤직의 색깔이 강하다. 일렉트로닉은 물론 남미음악과 클래식적인 요소 등을 차용해서 옌만의 음악적 색깔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다. 다른 국악퓨전 그룹들과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올해는 이들에게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로 3년 동안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지원받은 공연예술집중육성사업을 마감하고 다시 빈손으로 새 출발을 한다.
“그동안 나라의 지원을 받아 하고 싶었던 공연을 마음껏 했습니다. 그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앞으로 저희 활동에 달렸겠죠. 올해는 새 앨범을 발표하고 홍대 앞 클럽을 터전으로 상시 공연을 하려고 합니다. 물론 외국 진출의 문도 꾸준히 두드려야죠.” 20대 여성 국악 게릴라들의 새해 포부가 당차다.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3년간 정부지원 받고 올해 자립 키네틱국악그룹 옌은 2003년 12월 국악고 출신 강둘이(해금, 리더), 남경민(가야금), 이샘이(피리·태평소), 차정희(대금·소금), 한솔잎(장구·꽹과리·퍼커션) 등 다섯 명의 연주자와 김미소(연출), 김미린(기획) 등 20대 여성 7명이 “국악을 통하여 이 시대의 젊음을 노래하다”는 뜻으로 뭉쳤다. ‘키네틱’(Kinetic)은 ‘동적’이라는 의미이고 그룹 이름 ‘옌’(Yen)은 ‘재주 예’자에 ‘사람 인’자를 합친 ‘예술인’이라는 뜻이다. 옌은 2004년 8월 홍대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처음 무대에 선 뒤 ‘옌, 기생되다’, ‘아트 옌 더 시티’, ‘바람난 도시’ 등 정기공연 14회, 볼리비아, 페루, 호주, 뉴욕 등 해외 공연을 통해 국악과 문학, 연극, 무용, 영상 등의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2005년 국악축전 창작국악경연대회 대상,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집중육성단체에 최연소로 선정되는 등 국악걸그룹의 선두주자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키네틱국악그룹 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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