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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동심을 불러내는 선율

등록 2011-01-19 20:18수정 2011-01-20 09:28

히사이시 조
히사이시 조
히사이시 조 내한공연을 보고
히사이시 조 선생님께.

2005년 여름, 당신과 인터뷰하던 때가 떠오릅니다. 당신이 음악을 맡은 영화 <웰컴 투 동막골>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았죠. “영상과 음악의 완벽한 일치를 이뤄내는 게 영화음악의 목표입니다. 음악이 아무리 훌륭해도 영상과 맞지 않으면 좋은 영화음악이라 할 수 없어요.” 당신이 말한 영화음악 지론이었습니다.

18일 저녁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당신의 내한공연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신 작품은 영상과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좋은 영화음악이기도 하지만, 음악 자체만으로도 더없이 아름답다고. 영화를 보지 못한 관객들도 큰 감동을 받았으리라 확신합니다.

당신 음악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습니다. 옆에서 공연을 같이 본 김재훈은 2001년 당신의 첫 내한공연을 보고 감동과 힘을 얻었다고 했습니다. 음대 입시를 준비하던 그는 당시 슬럼프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그 공연을 보고는 “나도 저런 작곡가가 되겠다”며 마음을 다잡았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는 서울대 작곡과에 입학하고 작곡가 겸 연주자로서 ‘티미르호’라는 자신의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1부에서 당신은 70명이 넘는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2009년 발표한 솔로 앨범 <미니마_리듬> 수록곡들을 들려주었습니다. 예전부터 관심을 가져온 미니멀 뮤직 스타일에 당신만의 색깔을 잘 녹여낸 곡들이었습니다. 짧고 간결한 악절이 반복되며 계속 변화해나가는 선율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2부가 시작되자 관객들의 박수 소리가 더 커졌습니다. 최근작 <멜로디포니>에 수록된 영화음악들을 연주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때론 피아노를 연주하고 때론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마녀 배달부 키키> 등의 주제곡을 들려주었습니다.

당신은 정규 프로그램을 모두 마치고 무대 뒤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관객들은 당신을 그냥 보낼 수 없었나 봅니다. 박수는 그칠 줄을 몰랐고, 이에 보답하듯 당신은 다시 나와 피아노에 앉았습니다. 앙코르 마지막곡으로 연주한 <이웃집 토토로> 주제곡은 입꼬리를 더욱 치솟게 만들었습니다. 모두들 동심으로 돌아가 토토로와 함께 숲속을 뛰어다니는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모든 공연이 끝난 뒤에도 관객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당신도 마찬가지였죠.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모두 퇴장한 뒤에도 당신은 무대에 남아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인사했습니다.

당신은 2008년 낸 책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악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만큼 나를 고민에 빠뜨리고 괴로움 속으로 밀어넣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음악을 그만둘 수 없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상태에서 곡을 만들어내는 순간, 그것이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내 최대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 행복이 언제까지고 계속되길 바라며, 다음에 또 한국에서 만나게 되길 기원합니다.


서정민 기자,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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