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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 사람] “다시찾은 목소리로 고국 무대 섭니다”

등록 2011-01-19 20:43수정 2011-01-20 10:58

6년만에 국내 공연하는 ‘기적의 테너’ 배재철씨
갑상선암으로 발성 못하다
성대복원해 60%까지 회복
감동이야기 올겨울 영화로

“다시 찾은 목소리를 고국 팬들에게 들려주는 뜻깊은 자리입니다. 2008년 12월 일본에서 첫 복귀 무대에 올랐지만 한국에서는 공식적인 첫 무대라서 감회가 더 새롭습니다. 옛날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콘서트이기에 의미가 큽니다.”

‘기적의 테너’로 불리는 배재철(42·사진·한양대 성악과 강사)씨가 드디어 고국 무대에 선다. 그는 20일 저녁 7시30분 서울 여의도 영산아트홀에서 ‘더 페이스 콘서트-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연주회를 선보인다. 2005년 10월 갑상샘암 수술로 목소리를 잃어버린 지 6년 만에 고국에서 맞이하는 첫 무대다.

그는 1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비록 옛날의 목소리를 60%밖에 회복하지 못했지만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하는 의미에서 용기를 내어 콘서트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시편 23편에 나운영이 곡을 붙인 성가곡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와 한국 가곡 ‘얼굴’(신귀복 작곡), 일본 가곡 ‘하쓰코이’(첫사랑), 이탈리아 가곡 ‘아프릴레’(토스티 작곡), 헨델과 구노의 작품 등 12곡을 들려준다.

그는 한양대 음대 재학 시절 1만시간 이상의 피나는 연습으로 실기 수석 졸업을 했다. 이어 이탈리아로 건너가 밀라노의 베르디국립음악원에서 수학하면서 시미오나토콩쿠르,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콩쿠르, 스페인 하우메 아라갈 콩쿠르, 빌바오 콩쿠르 등 세계적인 콩쿠르를 차례차례 정복했다. 1998년 헝가리 미슈콜츠시립극장에서 오페라 <토스카>로 유럽 무대에 선 뒤 주요 오페라의 주역으로 자리를 잡았고, 일본에서도 2003년 베르디의 <일 트로바토레>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하이 시(C)’를 쉽게 넘나드는 화려하면서 강한 고음과 긴 호흡, 풍부한 성량을 가진 그는 특히 2003년 영국에서 <라보엠> 공연 때 <더 타임스>로부터 “아시아에서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목소리”라는 극찬을 받았다. 2005년에는 동양인에게는 좀처럼 기회를 주지 않던 독일의 자르브뤼켄극장과 주역 테너로 전속계약을 맺으며 성악가로서 절정기를 달렸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이 리릭 테너는 2005년 10월 갑상샘암 선고를 받고 성대에 붙어 있던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 과정에서 성대신경이 끊겨 목소리마저 잃었다. 그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았다. 목소리는 성악가에게 생명과 같기 때문에 마치 죽음을 맞이하는 기분이었다”고 그때를 회고했다.


실의에 빠져 있던 그에게 2004~05년 일본 공연을 기획해 ‘클래식 한류 바람’을 일으켰던 프로듀서 와지마 도타로의 격려는 구세주와 같았다. “재철! 잊지 마. 너는 아시아의 보물이야. 너는 500년, 천년 세월이 지나도 남을 예술가야.” 그는 2006년 와지마의 주선으로 ‘갑상연골성형수술’의 창안자 이시키 노부히코 교토대 명예교수에게 성대복원 수술을 받았다. 그의 수술 과정과 첫 노래 장면, 재활 과정을 담은 다큐가 일본 <엔에이치케이>(NHK) 위성방송을 통해 일본 전역에 소개돼 수많은 일본인을 울렸다.

그의 기적 같은 이야기는 2009년 자서전 <기적을 만드는 오페라 카수>(비전과 리더쉽)를 통해 국내에 널리 알려졌다. 모인그룹에서 영화 <기적>으로 제작해 올겨울 일본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20일 공연에서도 20여명의 일본 열혈팬들이 한국을 찾아온다. 지난해 그가 일본에서 벌인 30여차례 공연을 빼놓지 않고 챙겼던 그의 팬클럽 회원들이다. 와지마는 “배 교수가 과거보다 성량은 못하지만 마음의 소리, 내면의 소리는 예전보다 더 깊어졌다는 게 일본 음악평론가와 언론의 평가”라고 귀띔했다. (070)8152-5083.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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