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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7년간 쌓은 안목으로 음악 다큐 만들고 싶다”

등록 2011-01-20 18:04수정 2011-01-21 08:29

EBS ‘스페이스 공감’ 떠나는 백경석 피디
EBS ‘스페이스 공감’ 떠나는 백경석 피디
EBS ‘스페이스 공감’ 떠나는 백경석 피디
“7년 동안 다닌 직장을 그만두는 기분이네요.” 백경석(사진) 교육방송 피디는 이렇게 말했다. 라이브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을 처음 기획하고 꼬박 7년 동안 연출해온 그는 지난 13일 정기인사에서 기획다큐부로 발령받았다. “솔직히 처음엔 허탈했지만, 이젠 마음을 추슬러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2004년 4월 막을 올린 <스페이스 공감>은 신선한 충격을 던졌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공연을 하고 이를 편집해 방송하는 방식은 전에 없던 시도였다. 당시 고석만 교육방송 사장의 시청자 서비스 강화 방침에 따라 ‘시청자를 초청해 양질의 공연을 날마다 보여주자’는 발상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처음 태스크포스팀에 합류한 백 피디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1997년 입사 이후 주로 드라마 연출을 해온 그는 음악 관련 일을 하는 게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기타 치고 음악 듣는 걸 좋아했기 때문이다.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고 ‘연주·감상 중심의 고급 라이브 음악을 들려준다’는 원칙을 세웠다. 그러곤 회사 강당을 공연장으로 개조했다.

첫 무대 주인공은 소프라노 신영옥과 한충완 등 최정상급 재즈 연주자들로 이뤄진 슈퍼밴드였다. <…공감>이 앞으로 추구할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협연이었다. 이후 6개월 동안 재즈·크로스오버·퓨전국악 중심의 무대가 이어졌다. 출연하는 음악인은 예상보다 훨씬 편안하고 아늑한 공연장 분위기에 만족해했고, 제작진의 우려와 달리 날마다 꽉꽉 들어찬 관객들은 진심으로 공연을 즐겼다.

“처음엔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걱정도 많았는데, 여섯달을 넘기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그러면서 내용에 대한 고민을 더 깊이 했죠. 결국 추상적인 ‘고급’ 콘셉트를 떼어버리고 장르를 넘어서는 다양한 음악으로 출연진을 넓히기로 했어요. 그 시작이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 인디밴드 1세대 언니네이발관이었죠.”

백 피디는 처음 1년 동안 매 공연이 끝날 때마다 동료 피디, 작가, 기획위원 등 제작진과 공연을 평가하며 토론을 했다. “그런 나날을 보내며 제작진 스스로도 발견과 학습을 통해 음악적 안목을 키워나가게 된 것 같아요.”

방송을 시작한 뒤 3년 내내 제작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개편 때마다 존폐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때마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준 건 음악인들과 음악 팬들이었다. 어느새 좋은 음악 방송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자 존폐 논란은 사그라졌다. 김창완, 주현미, 이승환 등 국내 정상급 가수는 물론, 제이슨 므라즈, 클로드 볼랭 등 외국 음악인도 초청에 흔쾌히 응했다. 2007년 시작한 ‘헬로루키’ 프로젝트를 통해 장기하, 국카스텐 등 실력파 신인을 발굴하는 성과도 냈다.

5명의 피디로 시작한 <스페이스 공감>이 안정궤도에 올라서면서 피디가 4명으로, 나중엔 3명으로 줄었다. 인사 이동에 따른 피디 교체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렇게 모두 12명의 피디가 거쳐가는 가운데서도 백 피디만은 늘 그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그도 이제 떠나야 한다.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후배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고 갑자기 떠나게 된 게 아쉽기도 하지만, 후임자들이 잘 꾸려나갈 것으로 믿어요. 저는 이제 전문성을 살려 음악 다큐나 문화 다큐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또다른 시작이죠.”

글·사진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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