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대박 열망이 낳은 전근대적 산업의 굴레

등록 2011-01-24 20:06

카라, 제이와이제이
카라, 제이와이제이
지망생 시절 거부 못한 전속계약
인기 얻으며 불평등 조항에 반기

수익내기 쉽지 않은 연예계에서
‘동반자’ 인식·분배구조 개선 필요
이어지는 ‘아이돌-기획사’ 갈등

최근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카라 등 인기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 간에 전속계약을 둘러싼 갈등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가요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만 몰아가기보다는 전근대적 산업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전속계약 잡음 왜? 연예계 전속계약서에 문제 될 소지가 있는 조항이 적지 않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대표적인 게 10년 이상 장기계약이다. 또 연예인이 사생활까지 통제받도록 하는 등 인권침해적 요소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연예인이 계약을 파기할 경우 상식을 뛰어넘는 수준의 위약금을 물도록 해 소속사에 강제적으로 묶어두는 도구로 악용하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이런 불리한 조건에도 지망생들은 군소리 없이 계약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망생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기획사의 계약조건을 거부하기 힘든 탓이다. 그러다 인기를 얻고 나면 생각이 달라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자기 인기에 걸맞은 대우를 요구하고 나서는 것이다. 주변의 다른 기획사가 더 좋은 조건을 내걸고 소속사 이전을 권유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과다한 초기투자 왜? 기획사들은 가수 하나 만들어내는 데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장기계약, 높은 수준의 위약금 등이 최소한의 방어장치라고 항변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신인이 음반을 내면 방송 출연 등을 위해 집중적으로 홍보비를 써야 하는데 적어도 1억원, 많게는 3억~4억원씩 들어가는 게 보통”이라고 말했다. 대형 기획사의 경우 초기 투자비가 더욱 치솟는다. 데뷔 전부터 외국 진출을 염두에 두고 춤·노래는 물론 외국어까지 가르치다 보니 더 많은 시간과 돈이 드는 것이다.

동방신기
동방신기
문제는 많은 비용을 들여도 수익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방송 출연료는 턱없이 적고, 출연을 많이 할수록 코디·백댄서 등 비용만 불어난다. 음반·음원 수익도 얼마 되지 않는다. 가수들의 중요한 수익원인 광고나 행사도 신인 때는 큰돈이 되지 않는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신인 때는 가요 순위 프로 1위를 해도 돈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제작자 입장에선 3년, 5년 가지고는 답이 안 나온다”며 “일부 대형 기획사를 빼고는 상당수 제작자들이 고전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 근본적 해결책은?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제작자들이 가요산업에 뛰어든다. 고위험 고수익 모험산업의 특성상 ‘대박’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가수 지망생들 또한 넘쳐나다 보니 전근대적인 전속계약과 산업구조 개선이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익구조를 개선하고 기획사가 소속 가수를 단순히 돈벌이 수단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 등 점진적 체질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방송 중심의 가요 흥행 시스템을 바꿔 홍보비 거품을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송사는 기획사 홍보에 맞추기보다 좋은 음악을 발굴해 승부하는 쪽으로 노력해야 하고, 대중들도 방송에서 틀어주는 음악만이 아니라 좋은 음악을 찾아 듣는 능동적인 소비 주체가 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음원사이트·이동통신사가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디지털음원 수익배분구조를 개선해 광고나 행사가 아닌 음악 자체만으로도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시장구조를 정착시키는 것도 기본이다. 디지털음원 시장이나 기획사 전속계약에 있어 불공정행위가 없도록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기관의 지속적인 감시와 개선 노력도 절실하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