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근
‘터줏대감’ 한봉근 피디 …연주 코너 신설해 김광민도 참여
“‘저 가수 또 나왔네’라는 말은 들어도 ‘저 가수 왜 나왔냐’는 말은 듣고 싶지 않습니다.”
위성·케이블채널 엠비시에브리원 <수요예술무대>를 연출하는 한봉근(사진) 피디는 섭외 기준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4일 제주 서귀포 신라호텔에서 녹화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난 한 피디는 “인기보다 실력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신념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피디가 곧 <수요예술무대>이고 <수요예술무대>가 곧 한 피디일 정도로 그와 <수요예술무대>의 인연은 각별하다. 1987년 문화방송에 입사한 그는 1992년 <일요예술무대>였던 이 프로그램으로 ‘입봉’(연출 데뷔)을 했다. 외부 공연을 녹화해 보여주는 단순 중계 프로그램이 한 피디에 의해 제작 프로그램으로 탈바꿈했다. 피아니스트 김광민을 사회자로 내세워 방송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재즈·연주음악 위주로 소개했다.
여기에 가수 이현우가 사회자로 합류하면서 가요로까지 영역을 넓혔다. 수요일로 방송일을 옮겨 <수요예술무대>로 이름을 바꿨다. 김광민-이현우 콤비는 진행은 어눌할지언정 진심을 담아 좋은 음악을 소개했고, 시청자들은 마음을 열어갔다. 박정현 등 많은 가수들이 이 무대를 통해 이름을 알리고 스타로 성장했다.
“잘나가는 가수만 골라 출연시키기보다는 나름의 안목으로 발굴한 신인이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스타가 됐을 때 피디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박정현이 대표적인 예죠.”
외국의 유명한 연주자들도 <수요예술무대>를 찾았다. 칙 코리아, 허비 핸콕 등 한국을 찾은 재즈 연주자는 반드시 이 무대를 거쳐갔다. 리 리트나워와 데이브 그루신이 한국에 오기 직전 동료 연주자들로부터 “거기 가면 ‘웬즈데이’에 나가게 될 것”이라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5년 <수요예술무대>가 폐지됐다. 13년 동안 분신과도 같았던 프로그램이 사라지자 한 피디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외국에서 유명 음악인이 한국에 올 때마다 ‘<수요예술무대>가 있었다면 무대에 모셨을 텐데’ 하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안식년을 맞아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있을 때였다. 안현덕 엠비시플러스미디어 사장이 “<수요예술무대>를 다시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 왔다. 만사 제쳐두고 달려온 한 피디는 지난 10월 <수요예술무대>를 부활시켰다. 김광민-이현우 콤비 자리는 이루마-바비킴 콤비가 이어나갔다. ‘어눌하지만 진정성 있는 진행’이라는 전통이 고스란히 이어졌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섭외가 가장 힘들더군요. 요즘 가요계는 너무 아이돌만 넘쳐나서 섭외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이 예전만큼 많지 않아요. 매주 꾸려가기가 쉽진 않지만, 실력파 음악인들을 찾아 꾸준히 소개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한 피디는 <수요예술무대>의 품격을 더욱 높이기 위해 얼마 전 김광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광민과 함께’(가칭)라는 꼭지를 만들어 매번 새로운 출연자들과 협연하는 순서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는 “우리밖에 할 수 없는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 나이(53살)에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해요. <수요예술무대>로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나중에는 문화방송 지상파 채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가져가 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귀포/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엠비시플러스미디어 제공
“오랜만에 돌아오니 섭외가 가장 힘들더군요. 요즘 가요계는 너무 아이돌만 넘쳐나서 섭외하고 싶은 아티스트들이 예전만큼 많지 않아요. 매주 꾸려가기가 쉽진 않지만, 실력파 음악인들을 찾아 꾸준히 소개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한 피디는 <수요예술무대>의 품격을 더욱 높이기 위해 얼마 전 김광민에게 손을 내밀었다. ‘김광민과 함께’(가칭)라는 꼭지를 만들어 매번 새로운 출연자들과 협연하는 순서를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이르면 다음달 중순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그는 “우리밖에 할 수 없는 무대를 선사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이 나이(53살)에도 현장에서 일할 수 있어 행복해요. <수요예술무대>로 문화적 다양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나중에는 문화방송 지상파 채널에서도 이 프로그램을 가져가 틀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서귀포/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엠비시플러스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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