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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울림과 스밈] 달빛요정, 재즈 1세대, 그리고 카라

등록 2011-01-31 19:45

서정민 기자
서정민 기자
#1. 지난주 목요일(27일) 밤 서울 홍대 앞 상상마당 라이브홀 무대에 한 여성이 올랐다.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만 훔치던 그는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언론은 오빠를 생활고에 찌든 음악인으로만 그립니다. 하지만 오빠는 공연도 많이 하고, 음반도 여섯 장이나 내고, 책까지 냈습니다. 음악을 정말 사랑했고, 즐겁고 유쾌한 사람이었다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잠시 후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반갑습니다.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입니다!” ‘나를 연애하게 하라’를 부르는 그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고, 밴드의 다른 멤버들은 악기를 연주했다. 지난해 11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세상을 뜬 달빛요정 이진원은 이날 무대를 통해 부활했다. 무대 한가운데 세워진 엘이디 전광판 속에서 그는 행복한 표정으로 열창하고 있었다. 이날 달빛요정 추모공연에는 101개 팀이 출연료 없이 참가했고, 26개 클럽이 무대를 거저 내줬다. 단일 공연으론 유례없는 규모다. 모두를 하나로 묶은 건 오로지 ‘음악’이었다. 그리 넉넉하진 못해도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하고 사는 이들은 그 자체로 이미 성공한 음악인들이다.

#2.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는 28일 저녁 ‘브라보! 재즈 라이프’ 콘서트가 한창이었다. 이동기(75·클라리넷), 김수열(73·색소폰), 김준(72·보컬), 류복성(72·타악기), 최선배(71·트럼펫), 박성연(68·보컬), 신관웅(67·피아노) 등 한국 재즈 1세대 연주자들은 이토록 큰 무대에 함께 서는 게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날 공연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연주했다.

미군 클럽에서 재즈를 처음 접하고 독학으로 익히며 고군분투해온 그들. 생계를 위해 밤무대에 선 뒤 새벽이면 한곳에 모여 밤새 재즈를 연주하곤 했던 그들. 남무성 재즈평론가 말마따나 “어려운 시기에 태어나 돈도 못 벌고 고생만 하다 이제 저물어가는” 그들. 이날 헌정 공연을 한 색소폰 연주자 이정식이 “1세대 선배님들이 토양을 일궈놓았기에 오늘날 저희들이, 한국 재즈가 있다”고 한 말이 상징하는 것처럼, 그들은 역사를 만든 음악인들이다.

#3. 얼마 전 아이돌 그룹 카라의 일부 멤버들이 소속사에 반기를 들었다. 일본에서도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했다는 게 이유다. 앞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등에서도 비슷한 갈등이 불거졌다. 속사정이야 복합적으로 얽혀 있겠지만, 돈 문제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인 것만은 분명하다.

기획사든 아이돌 가수든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돌려받는 건 중요하다. 거기에서 부당한 점이 있다면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획사와 아이돌 가수가 음악적 문제로 갈등을 겪거나 머리를 맞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아이돌 음악 산업에서 음악은 ‘산업’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어느 순간 한국 주류 대중음악판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 돼버렸다.

#4. 달빛요정 이진원의 책 <행운아>의 ‘끝맺지 못한 프롤로그’에 이런 대목이 있다. “산울림의 김창완 아저씨가 한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연기는 돈 줘야 하지만, 음악은 돈 안 줘도 해.” 음악인들에게 음악은 그런 것이다.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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