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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에릭 클랩턴,그의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

등록 2011-02-07 19:32

 에릭 클랩턴
에릭 클랩턴
에릭 클랩턴(사진)이 또 한 번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다. 20일 저녁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통산 세 번째 내한공연을 여는 것이다. 진행은 순조롭다. 티켓 판매도 1997년 최초 내한 당시의 반응을 넘어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공연기획사에 따르면 7일 현재 티켓의 80% 이상이 팔렸으며, 주요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앞선 두 번의 공연을 통해 검증된 양질의 무대와 거장의 이름값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번 에릭 클랩턴의 내한이, 적어도 비평가의 입장에서,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요컨대, 이 공연은 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서 꿈틀대는 어떤 경향을 반영한 리트머스라는 점이다.

우선, 가치가 있는 공연이라(고 판단하)면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된 문화소비자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징후로 볼 수 있다. 2007년 두 번째 내한 당시 클랩턴은 블루스 록의 전통으로 회귀한 자기반영적 공연을 펼친 바 있었다. ‘티어스 인 헤븐’이나 ‘원더풀 투나잇’처럼 말랑한 팝 차트 히트곡들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적잖이 당황했을 광경이었다.

단언컨대 이번 공연도 과히 다르지 않을 것이다. 1994년 앨범 <프롬 더 크레이들> 이래 블루스 고전을 재해석한 앨범과 신곡을 담은 작품을 하나씩 번갈아 발표해온 클랩턴의 행보가 그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알다시피 이번 내한은, 제목처럼 개인적이고 내밀하게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체현한, 2010년 앨범 <클랩턴>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예리한 안목과 기꺼운 태도를 갖춘 관객들 덕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성황을 거뒀던 스티비 원더, 키스 재럿 트리오, 제프 벡 등의 내한공연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최근 음악계의 두드러진 흐름인 공연 시장의 급성장과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예매한 관객의 대다수가 중장년층이라는 점(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30대 이상 예매자가 70%를 넘는다)은 바로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인데, 이는 연초 내한했던 스팅이나 이후 내한할 이글스와 산타나에 대한 반응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돌 중심의 미디어 시장에서 소외된 중장년 세대의 문화적 욕구가 그들만의 통로를 찾았다는 신호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30~40대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폭발적 성장기라고 할 1990년대의 주체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장의 ‘게임의 규칙’에 떠밀려 주변부를 배회해야 했던 그들이 이제는 새로운 규칙의 게임을 창출하며 시장의 중심부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릭 클랩턴의 내한공연은 그렇게, 우리 음악산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척도로서 현재를 소구하고 있다. (02)332-3277.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사진 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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