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노을’ 단원들과 오세곤 예술감독(가운데 모자쓴 사람)
정부의 지원받아 공간 마련
저예산 제작 이어갈 힘 얻어
‘신창면 읍내리…’ 시작으로
고전극 시리즈 등 연중 공연
저예산 제작 이어갈 힘 얻어
‘신창면 읍내리…’ 시작으로
고전극 시리즈 등 연중 공연
대학로에 소극장 연 ‘노을’
연극연출은 물론 평론과 번역, 연극교육 등 연극 전분야에서 ‘전천후 연극인’으로 활동하는 오세곤(56·순천향대 예술학부 연극영화과) 교수가 이끄는 극단 노을이 최근 한국 연극의 메카 대학로에 객석 100석 규모의 ‘소극장 노을’을 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소극장 연극운동을 시작할 거점을 마련한 것이다. 2005년 ‘저예산·무초대·예약제의 정착’을 내걸고 출범한 극단 노을이 올해 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간임대지원을 받아 7년간 애태워 왔던 전용 공간의 숙원을 풀었다. 또한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서울시 지정 전문예술단체가 되는 겹경사도 맞았다.
새 터전을 얻은 노을은 그동안 추구해왔던 ‘저예산 공연’ 방침을 ‘초저예산’으로 허리띠를 졸라가면서 올 한 해 모든 공연 작품을 미리 예고하는 새로운 실험에 도전한다. 극단이 150석 미만 소극장에서 한달 공연할 경우 4000만~5000만원 드는 데 비해 노을은 그동안 변두리 소극장에서 열흘 정도로 공연일정을 단축하고 배우들의 공동취사 등으로 제작비를 1500만원 미만으로 줄여왔다.
오세곤 예술감독은 이 극장을 “예술성이 높은 작품에는 저렴하게 대관 기회를 주고, 낮에는 아동극이나 단편영화, 아카데미 운영 등 공공 극장으로의 활용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소극장 운영의 모범을 만들고, 극단 노을이 매일매일 연극을 하면서 살 수 있는 구조를 이뤄내어 다른 극단이나 극장에 긍정적인 자극을 주겠다는 것이 목표다.
새 보금자리를 마련한 기념으로 노을은 <신창면 읍내리 2011번지 김씨댁 철수 이씨댁 영희>(아래 사진)를 13일까지 무대에 올리는 것을 시작으로 눈길 끄는 소극장 연극들을 시리즈로 무대에 올린다.
<신창면 읍내리…>는 극단 노을이 두 차례 공연했던 손턴 와일더(1897~1975) 원작의 연극 <우리 읍내>를 오세곤 교수가 한국 실정에 맞게 개작하고 연출한 작품이다. <우리 읍네>는 1938년 미국 뉴저지주 프린스턴 매카터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세계 어디에선가 단 하루도 빠짐없이 공연이 이어지고 있는 명작으로 꼽힌다. <신창면 읍내리…>는 원작의 배경이었던 1900년대 미국 중서부 소읍 뉴햄프셔가 1970~80년대 충남 아산시 신창면으로 바뀌어 읍내리 사람들의 사랑, 결혼, 죽음 등 평범한 일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김철수와 결혼한 이영희는 해산하다 죽음을 맞고 무덤으로 가서 죽은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는 이승의 삶을 차마 떨쳐버리지 못하고 12번째 생일날로 돌아가지만,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순간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무덤으로 되돌아간다. 노을 소속 이신영, 김용태, 윤미경, 김남수, 김경희, 안재범씨 등이 출연한다.
이어 3월에는 사뮈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연출 오세곤), 5월 이오네스코의 <수업>(연출 이신영), 7월 셰익스피어의 <한여름밤의 꿈>(연출 강재림), 9월 안톤 체호프의 <갈매기>(연출 오세곤), 11월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연출 이신영) 등 연극사의 고전들을 공연한 뒤 12월에는 강재림씨가 쓰고 연출하는 창작극으로 올해 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오는 12~13일 저녁 6시에는 떼아트르현대무용단의 특별공연도 마련한다.
한편 극단 노을은 종교뮤지컬 <꿈의 사람, 요셉>도 제작해 22~27일 공연한다. 오세곤 교수가 총감독, 이원현 현공연문화예술교육센터 대표(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가 예술감독, 이신영 극단 노을 대표가 연출로 참여한다. (02)921-9723.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노을 제공
‘노을’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극단 노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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