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그로 포티시모 클럽>(1992년)
2월27일까지 서울 예술의 전당
‘우리도 매력 넘치는 여자들이라구!’ 뿌연 수증기 가득한 목욕탕 욕조 속에서 렌즈를 응시하는 ‘헤비급’ 여인들은 이렇게 무언의 외침을 던지는 듯하다. 8등신 미녀만 추어올리는 선입견에 대한 그네들의 도전적인 시선은 필름 테두리에 덧칠한 노랑, 빨강, 파랑의 원색 덩어리들과 어울려 더욱 강렬한 충격을 던진다.
세계적인 대도시들의 어두운 이면을 샅샅이 포착해온 거장 윌리엄 클라인은 이 작품에서 노년에도 지칠 줄 모르는 대가의 도전욕과 실험정신을 과시한다. 사진은 1990년대 클라인 작업의 등록상표가 된 ‘밀착프린트’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대개는 몇컷만 고르기 마련인 필름사이즈 한 통의 필름 36컷을 모두 확대 인화해 그 위에 원색 물감을 회화적으로 덧칠한 것이다. 당연히 화면은 거칠지만, 현장의 느낌은 생동하며, 회화+사진의 복합 매체로 재해석되면서 이미지의 도발성은 더욱 강해졌다.
클라인은 “시궁창에 빠진 사진”이라고 자평한 사진집 <뉴욕>(1956)으로 거장의 반열에 올랐다. 이 사진집에서 카메라를 향해 총을 들이대는 비행 소년의 샷으로 사진사에 날카로운 잔영을 남긴 그는 금기, 한계가 없는 반사진 미학으로 젊은 사진가들의 우상이 되었다. 폭력과 속도에 찌든 현대 대도시 구석의 묵시록 같은 풍경과 거리와 거울 속을 스튜디오 삼아 패션모델들의 환각적 세계를 생생하게 보여준 클라인 이미지들은 지금도 여전히 다르게 변주되면서 보는 이의 시선을 흥분시킨다.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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