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덕환
자전적 얘기 꾹꾹 눌러 담아
음악 곳곳 묵직한 연륜 배어
“들국화 재결합 꼭이루고파”
음악 곳곳 묵직한 연륜 배어
“들국화 재결합 꼭이루고파”
솔로음반 ‘롱 웨이 홈’ 낸 원년멤버 조덕환
들국화만큼 우리 대중음악사에 짧고 굵은 획을 남기고 사라진 이들이 또 있을까? 1985년 나온 들국화 1집을 한국 대중음악 명반 1위로 꼽는 데 주저하는 이는 별로 없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흘렀다. 이 남자가 멀리 돌아온 세월도 꼭 그만큼이다. 들국화 초대 기타리스트 조덕환(58·사진). 그가 첫 솔로 음반 <롱 웨이 홈>을 들고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조덕환이 음악에 발을 들인 건 대학교 캠퍼스 밴드에서다. 1978년 고인돌의 ‘날개’로 대학가요제 동상을 받았다.
대학 졸업 뒤 고인돌에 함께 몸담았던 이영재와 ‘조이’라는 듀엣으로 종로 라이브 클럽에서 노래할 때였다. 손님으로 온 전인권이 공연을 보더니 “음악이 좋다”며 술을 권했다. 얼마 뒤 조덕환은 들국화에 합류했다. 자신이 만든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세계로 가는 기차’, ‘축복합니다’ 세 곡을 데뷔 음반에 실었다.
들국화 1집이 폭발적 반응을 얻던 시절, 그는 홀연히 밴드를 떠났다. 보수적인 집안의 반대에다 평소 동경해오던 넓은 세계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마침 지금의 아내와 미국으로 이민 갈 기회가 생겼다. 1987년 그는 뉴욕행 비행기에 올랐다. 뉴욕은 바쁜 도시였다. 본고장 음악을 향한 꿈은 잠시 제쳐두고 먹고살기 위해 팔을 걷었다. 마트, 양복점, 택배회사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다 한국에서 추방되다시피 해 먼저 미국으로 건너와 있던 한대수를 만났다. 평소 우상으로 여겨온 음악인 선배였다. 둘은 주말마다 만나 음악 얘기를 나누고 공연장도 다녔다. 조덕환은 슈퍼트램프, 밥 딜런, 폴 사이먼, 에릭 클랩턴 등의 공연을 찾아다니며 음악에 대한 열망을 달랬다. 한편으론 록의 뿌리인 블루스의 역사를 혼자 공부했다.
2009년 외교관을 지내던 형님이 정년퇴직을 했다. 그제서야 문득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음악하는 걸 몹시 못마땅히 여겼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버지, 이제 형님도 은퇴했으니 저도 자유롭게 놔주세요.” 허락을 얻은 뒤 아내를 설득해서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들국화를 재결성하고 싶었다. 최성원(베이스)과 주찬권(드럼)은 기꺼이 동의했지만, 문제는 전인권(보컬)이었다. 심신이 심하게 흐트러진 그는 좀처럼 재기가 어려워 보였다. 전인권의 삼청동 집을 열 번도 넘게 찾아간 뒤 내린 결론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였다. 그는 우선 솔로 음반을 내기로 했다. 최성원과 주찬권이 연주를 도왔다. 한대수는 음반 속지 사진을 찍어줬다. 그렇게 나온 <롱 웨이 홈>에는 자전적 얘기가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앨범의 백미인 ‘수만리 먼 길’에서 그의 목청과 기타는 때론 담담하게 때론 절절하게 멀리 돌아온 길을 읊조린다. 부담 없이 귀에 꽂히는 타이틀곡 ‘오디너리 맨’, 킹스턴 루디스카의 브라스를 입혀 새롭게 편곡한 ‘세계로 가는 기차’, 블루스 색채가 짙어진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모든 수록곡에서 묵직한 연륜과 신선한 감각이 동시에 느껴진다. 장르로 보자면, 블루스록, 블루스와 컨트리의 영향을 받은 서던록, 하드록은 물론, 프로그레시브록의 성향마저 엿보인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들국화 멤버 허성욱(키보드)을 기리는 곡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가 그렇다. 무려 9분30초에 이르는 곡에 기승전결이 담겨 있다. “성욱이 어린 시절부터 장례를 치르는 과정까지 담다 보니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게 가라앉았다. “음악을 다시 하게 돼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꾸준히 창작과 연주에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다만 요즘 음반 시장이 워낙 열악해져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하지나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노력해야죠. 언젠가는 들국화 재결합도 꼭 이뤄내고 싶어요.”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조덕환
그는 들국화를 재결성하고 싶었다. 최성원(베이스)과 주찬권(드럼)은 기꺼이 동의했지만, 문제는 전인권(보컬)이었다. 심신이 심하게 흐트러진 그는 좀처럼 재기가 어려워 보였다. 전인권의 삼청동 집을 열 번도 넘게 찾아간 뒤 내린 결론은 ‘아직은 때가 아니다’였다. 그는 우선 솔로 음반을 내기로 했다. 최성원과 주찬권이 연주를 도왔다. 한대수는 음반 속지 사진을 찍어줬다. 그렇게 나온 <롱 웨이 홈>에는 자전적 얘기가 꾹꾹 눌러 담겨 있다. 앨범의 백미인 ‘수만리 먼 길’에서 그의 목청과 기타는 때론 담담하게 때론 절절하게 멀리 돌아온 길을 읊조린다. 부담 없이 귀에 꽂히는 타이틀곡 ‘오디너리 맨’, 킹스턴 루디스카의 브라스를 입혀 새롭게 편곡한 ‘세계로 가는 기차’, 블루스 색채가 짙어진 ‘아침이 밝아올 때까지’ 등 모든 수록곡에서 묵직한 연륜과 신선한 감각이 동시에 느껴진다. 장르로 보자면, 블루스록, 블루스와 컨트리의 영향을 받은 서던록, 하드록은 물론, 프로그레시브록의 성향마저 엿보인다.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들국화 멤버 허성욱(키보드)을 기리는 곡 ‘제한된 시간 속에서 영원의 시간 속으로’가 그렇다. 무려 9분30초에 이르는 곡에 기승전결이 담겨 있다. “성욱이 어린 시절부터 장례를 치르는 과정까지 담다 보니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게 가라앉았다. “음악을 다시 하게 돼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 10년 정도는 꾸준히 창작과 연주에 모든 걸 쏟아부을 생각입니다. 다만 요즘 음반 시장이 워낙 열악해져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하지나 않을지 걱정도 됩니다. 그래도 희망을 갖고 노력해야죠. 언젠가는 들국화 재결합도 꼭 이뤄내고 싶어요.” 글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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