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내한공연을 앞둔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 왼쪽부터 에이드리언 스미스(기타), 니코 맥브레인(드럼), 브루스 디킨슨(보컬), 스티브 해리스(베이스), 데이브 머리(기타), 재닉 거스(기타). 뒤 그림은 밴드 마스코트 에디.
전용기로 최첨단 장비 공수
국외 투어서도 최고의 무대
폭발적인 파워와 연륜으로
36년간 하드록 음악계 호령
국외 투어서도 최고의 무대
폭발적인 파워와 연륜으로
36년간 하드록 음악계 호령
아이언 메이든 새달 10일 첫 내한공연
1978년, 영국의 디제이 닐 케이는 킹즈베리에 ‘밴드 왜건’이란 클럽을 열었다. 주로 헤비메탈을 연주하는 이 클럽에는 영국의 신예 헤비메탈 밴드들이 대거 몰려왔다. 이 흐름을 당시 음악 평론가들은 ‘뉴 웨이브 오브 브리티시 헤비메탈’(영국 헤비메탈의 새로운 물결)이라 이름붙였다. 아이언 메이든, 데프 레퍼드, 색슨, 다이아몬드 헤드 같은 팀들이 바로 이때 데뷔했고, 1980년대 거세게 불어닥친 헤비메탈 열풍을 이끌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밴드가 단연 아이언 메이든이다. 아이언 메이든은 1975년 베이스주자 스티브 해리스가 결성했다. 그룹 이름인 아이언 메이든은 사람 모양의 틀 안에 못이 박힌 중세의 고문기구 이름으로, 당시 ‘철의 여인’으로 불렸던 영국 대처 수상을 빗댄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이들은 싱글 재킷에 대처 수상의 사진을 과감하게 담는 용맹함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일파만파의 후폭풍이 있었지만.
이 아이언 메이든이 다음달 1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말 그대로 역사적인 첫 번째 내한공연을 한다. 지난 36년 동안 이들의 음악은 정말 한결 같았다. 80년대 헤비메탈 열풍 속에 많은 밴드들이 얼굴에 화장을 하고 예쁜 미소를 날리며 꽃 미모를 뽐낼 때도 아이언 메이든은 힘과 속도가 겸비된 강력한 화력을 뿜어내며 록 음악계를 호령했다. 역사학을 전공한 브루스 디킨슨(보컬)이 쓴 고대 및 중세 얘기가 담긴 신비주의풍의 가사와, 기승전결이 뚜렷한 서사적인 대곡 형식은 이들만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아이언 메이든의 첫 내한공연이 기다려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이 여전히 인기 있을 때 온다는 사실이다. 헤비메탈은 장르적 특성상 나이 들어 너무 힘이 떨어진 다음에 오면 그 실망이 배가 된다. 이런 면에서 싱싱함을 간직한 채 찾아오는 아이언 메이든의 공연은 기대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들의 공연은 세계 어디에서 열려도 적어도 2만 명 넘는 관객들로 꽉 들어찰 정도로 여전한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두 번째로는, 공연이야말로 아이언 메이든의 특기란 점이다. 이들은 지금까지 앨범 발매 후 장기 투어라는 공식으로 활동을 해왔다. 오죽하면 공연에 지친 멤버들의 잦은 탈퇴로 인해 골치를 썩었을까. 이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공연 수익은 유투, 이글스 등 초대형 밴드에 버금간다.
세 번째는,브루스 디킨슨이 직접 조종하는 보잉757 전용기로 아이언 메이든만의 무대를 만끽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가 모두 공수된다는 점이다. 특히 무대 뒤 중앙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밴드의 엽기 마스코트 ‘에디’는 상상만 해도 짜릿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과 장비를 갖춘 밴드가 우리 안방을 찾는 것이다.
요즘 록 음악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듯한 여린 보컬과 눈물이 날 만큼 고운 멜로디가 가득한 이른바 ‘샌님 록’이 대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아이언 메이든의 정직하다 못해 우직한 음악 스타일은 올드 패션으로 취급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작년에 발표한 이들의 열다섯 번째 정규 음반 <더 파이널 프론티어>가 왜 전 세계 28개국에서 차트 1위를 차지했는지, 아이언 메이든의 앨범 판매량이 왜 8500만 장이 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정통의 힘과 매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진리를 아이언 메이든은 36년째 보여주고 있다. “록 윌 네버 다이!” (02)3141-3488.
송기철 음악평론가, 사진 액세스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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