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민 기자
매일 밤 춤과 파티로 들썩이는 서울 홍대 앞 클럽 맨션. 지난 18일 밤 이곳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춤추기 좋은 음악 대신 라이브 밴드들의 거칠고 날것 그대로의 음악이 폭발했다. 사람들은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소리를 질렀다. 흡사 작은 록 페스티벌 같았다.
이 자리는 ‘서울소닉 프리 투어 파티’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비둘기우유, 이디오테이프 등 인디 밴드 세 팀이 다음달 8일부터 한 달 동안 미국·캐나다를 도는 투어를 떠나기 앞서 출정 파티를 연 것이다. 세 팀은 캐나다 최대 음악 축제인 ‘캐나디안 뮤직 위크’, 미국 음악 축제인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 뉴욕·로스앤젤레스 공연을 하고 돌아올 예정이다. 특히 텍사스 오스틴에서 열리는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는 90여곳의 무대에서 2000여 팀이 공연을 펼치는 세계적인 음악 축제다.
서울소닉 프로젝트는 밴드들의 노력에다 음악기획사 디에프에스비(DFSB)의 기획·투자 덕에 성사됐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지난해 봄 홍콩에서 열린 국제음악산업 컨벤션 ‘뮤직 매터스’에 참가해 전세계 음악 관계자들 앞에서 갈고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지난해 여름 인천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 온 외국 록 페스티벌 관계자들도 입을 쩍 벌리게 만들었다. 결국 캐나다와 미국의 유명 페스티벌 초청을 받아냈다.
이들은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의 ‘한국 대중음악 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에 지원 서류를 넣었다. 우리 대중음악의 외국 진출을 돕기 위해 1억원 안에서 사업비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선정된 곳은 제이와이피, 스타제국, 플레이큐브 등 대형 기획사 위주였다. 한국 가수의 외국 쇼케이스를 지원하는 사업도 포미닛, 제국의 아이들, 씨스타 등 아이돌 그룹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처럼 주류 아이돌 가수에게만 정부 지원이 몰리는 동안, 인디 밴드들은 스스로 길을 뚫었다.
서울소닉을 격려하려고 이날 초대손님으로 공연을 펼친 크라잉넛과 락타이거즈도 자력으로 일본에 진출했다. 크라잉넛은 지난해 보드카레인과 함께 일본 공연을 했다. 홍대 앞 인디레이블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가 일본 인디음악유통사 바운디와 손잡고 만든 ‘서울-도쿄 사운드브릿지’의 첫 무대였다. 국내에선 철저하게 비주류인 로커빌리 음악을 하는 락타이거즈는 진작부터 일본에 진출해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엔 일본어 음반도 냈다.
서울소닉과 별개로 인디 밴드 아폴로18도 다음달 11일 미국으로 떠난다. 이들도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에 초청받았다. 이들은 열흘 동안 휴스턴·샌안토니오 등을 돌며 공연까지 하고 돌아올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모든 비용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이를 위해 오는 26일 저녁 6시 홍대 앞 라이브클럽 쌤에서 미국 투어 기금 마련 공연을 펼친다. 바셀린, 아트 오브 파티스, 한음파, 타바코쥬스, 스맥소프트 등 동료 밴드들이 출연료 없이 무대에 선다. 라이브클럽 쌤은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
아이돌이 케이팝 한류를 일으키는 동안, 인디 밴드들은 한국 음악의 깊이와 다양성을 알리는 또다른 한류에 도전하고 있다. 아이돌은 자본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있지만, 인디 밴드들이 기댈 곳은 음악 팬들뿐이다. 우리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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