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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노래에 핀 아이들 함박웃음…제가 배웠죠

등록 2011-03-01 20:16

최고은
최고은
아이티서 음악 봉사 가수 최고은
무공해 음악·앨범 직접 만들기도
갑자기 그를 떠올린 건, 시나리오 작가 최고은씨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하고 나서였다. 그래, 최고은(사진)이라는 가수도 있었지. 지난 가을 냈던 미니앨범 <36.5℃>가 참 좋았는데, 요즘 어떻게 지낼까? 지난달 연락이 닿은 그는 막 귀국한 터였다.

“대지진 참사를 겪은 아이티에 열흘 정도 다녀왔어요. 거긴 지금 콜레라와 말라리아가 극성을 부리고 있죠. 의료봉사단체에서 제의를 받고 사진가 신미식씨, 마술사 이은결씨와 함께 갔어요. 제 몫은 음악 봉사였죠.”

노래 교실을 열긴 했지만, 아이들에게 뭔가를 가르치고 싶진 않았다고 했다. 아이들과 타악기를 만들고 전통음악을 노래하며 놀았다. 나중에는 아이들과 함께 주민들 앞에서 공연도 했다. 다들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었다.

“봉사라 하기엔 쑥스럽고요, 오히려 제가 배운 것 같아요. 그곳 자연 환경과 사람들 표정에서 느낀 게 많았어요.”

그러고 보니, 그의 앨범에서도 나무와 풀, 흙냄새가 났던 것 같다. 기타와 목소리를 기본으로 바이올린 정도만 간간이 들어간 무공해 밥상 같은 음악. 재니스 조플린, 크랜베리스 보컬 돌로레스 오리어던, 노라 존스의 음색을 섞어놓은 듯한, 그러면서도 자신만의 색깔을 짙게 드리운 목소리.

“광주에서 다닌 초등학교 시절 특별활동으로 판소리와 가야금병창을 했어요. 전국대회 2등까지 했는데, 부모님 뜻에 따라 그만뒀어요. 대학에 간 뒤 노래하고 싶어서 무작정 밴드에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하드코어 밴드인 거예요. 그런 센 음악은 처음 접했는데, 2년이나 활동하느라 나름 힘들었죠(웃음).”

대학 졸업을 앞두고 그는 뒤늦은 사춘기를 겪었다고 했다. 실연의 아픔을 호되게 겪은 것이다. 그는 기타를 잡고 노래하며 스스로 아픔을 치료했다. 헤어진 연인에게 이별 선물로 주려고 난생처음 노래를 만들어봤지만, 끝내 완성하지 못했다. 대신 멀리 떠나는 외국 친구를 위한 선물 ‘에릭스 송’, 친한 친구의 생일 선물 ‘포레스트’, 새로운 사랑을 노래한 ‘엘 오 브이 이’ 등을 만들어 나갔다.

그렇게 만든 여섯 곡을 지난해 10월 앨범으로 발표했다. 그는 앨범 케이스를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다. 자신의 음악을 닮은 나무판에 사포질을 하고 그 위에 색색의 판화를 찍었다. 속지를 풀로 붙였다. 재봉틀로 박음질해 만든 헝겊 밴드로 케이스를 묶었다.


“1천장 한정으로 만들기로 했는데, 처음엔 밀려오는 주문에 신나서 만들다가 나중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이제는 1천장 거의 다 팔리고, 공연장에서 판매할 몇십장 정도만 남았어요.”

“느리게 사는 걸 좋아한다”는 그는 “자급자족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삶인 것 같다”고 했다. 한옥을 짓고 텃밭을 일구며 거기서 수확한 곡물로 차를 끓여 내는 찻집을 여는 게 꿈이라고 했다. 찻집 이름은 ‘36.5℃’로 정했다.

일주일에 이틀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나머지 시간에 음악 작업을 하는 그에게 공연은 잦은 편이 아니다. 그래도 가능하면 관객들과 자주 만나려고 애쓴다. 오는 6일 오후 5시 서울 홍대 앞 카페 벨로주에서 하는 공연은 이미 매진이다. 그래도 그곳에 가면 얼마 남지 않은 한정판 앨범을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사진 두루두루에이엠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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